금융당국이 예고한 고강도 대출규제가 파장이 은행 등을 중심으로 하는 전통 금융사를 넘어 핀테크 업계에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 자산관리 등을 서비스 하는 핀테크 기업의 주요 수입수단 중 하나가 대출중개와 관련된 업무인데, 고강도 대출규제로 공급이 차단될 경우 수익성 악화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지난달 31일 취임한 고승범 금융위원장(사진)은 취임일성으로 "최근 급증한 가계부채가 거시경제와 금융시장 안정을 훼손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며 "내포한 위험요인을 제거하는데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정책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급증세를 잡기위해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일단 가계부채 쏠림이 가장 심한 은행권은 고승범 금융위원장 취임 전부터 그의 행보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준금리 인상과 별개로 우대금리를 축소 하는 등 대출 문턱을 높히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은행은 앞서 금융당국이 주문한 연 5~6%이내 가계대출 증가율의 절반가량만 채워 여력은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출 문을 서서히 걸어잠그고 있는 셈이다.
은행 관계자는 "정말 대출이 필요한 실수요자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대출을 받기 힘들어졌다고 보면 될 것"이라며 "우대금리 항목 축소에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까지 오르고 있으니 대출을 종전처럼 쉽게 결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대출 성장세가 꺾일 가능성이 높지만, 은행들의 핵심수익원인 이자이익은 크게 줄어들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대출 억제에 대한 군소리는 나오지 않고 있다. 당장 은행들은 올해 상반기 까지 부실 위험이 적은 우량대출 위주로 대출자산을 쌓아와 튼튼한 대출자산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또한 기준금리 상승으로 인해 대출금리가 서서히 오르고 있는 만큼 이자이익이 감소세로 접어들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반면, 저축은행 업계의 경우 가계대출 사업 방향성이 완전히 바뀌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가장 도입 가능성이 높은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제2금융권으로 확산될 경우 저축은행업계의 대출 성장세에 급제동이 걸릴 수 있어서다.
DSR은 모든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눠 산출하는데, 지난 7월 부터 규제지역 6억원 이상 주택담보대출 혹은 1억원이 넘는 신용대출을 받는 경우 은행은 DSR40%, 비은행은 DSR60%가 적용됐다. 이에 저축은행업계는 은행에서 원하는 만큼의 자금을 대출받지 못한 고객이 제2금융권으로 흘러들어오는 풍선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차주별 DSR이 저축은행업계에도 40%로 일률적으로 적용될 경우 풍선효과가 사라지면서 수요가 대폭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사실상 이미 대출을 받고 있는 대출 차주가 저축은행을 찾을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전 업권으로 DSR40%가 일률적으로 적용될 경우 신용점수가 은행에서 거절되는 수준이 아니라면 저축은행을 찾는 고객의 비중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이 경우 우량 대출 차주 모집이 힘들기 때문에 대출자산 성장은 물론 건전성 관리까지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전방위 적인 대출규제는 대출을 해주는 금융회사 뿐만 아니라 핀테크 기업에게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마이데이터 사업의 시작이후 많은 핀테크 금융 플랫폼 사업자들의 핵심 사업영역 중 하나가 대출중개업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현재 일부 핀테크 기업의 경우 일부 시중은행 혹은 저축은행과 제휴를 맺고 신용점수에 맞는 대출상품을 소개해주는 서비스를 제공중이다. 대표적으로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카카오페이, 뱅크샐러드, 핀다, NHN페이코 등 굵직한 핀테크 기업들은 대출모집 플랫폼으로 지정돼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업체들은 자사 앱을 통해 대출이 진행됐을 경우 제휴 금융사에서 대출 금액의 2% 가량의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헌데 이 업체들이 대출을 소개해 주더라도 규제강화로 인해 대출 심사 과정에서 승인이 나지 않는다면 자연스럽게 수수료도 발생하지 않는다. 대출규제의 영향력이 플랫폼 기업에게 까지 영향을 끼친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일단 실수요자는 보호하는 방향으로 규제가 정비된다고 하니 지켜는 봐야할 것으로 보이지만, 금융회사가 대출심사 문턱을 높히면 대출 모집인 서비스 제공으로 인해 내던 수익이 줄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