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급기야 '전세자금대출' 규제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사실상 대출규제에 초강수를 뒀는데요. 2030세대들의 '영끌'에 힘을 보탰던 카카오뱅크의 마이너스통장대출도 중단되는 등 전방위 대출규제에 나서고 있습니다. 아마도 은행권으로부터 어떤 명목으로든 대출받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당국이 '대출 총량규제'에 나섰다는 것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대출을 안해주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는데요. 실수요자의 피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집값을 잡고 보겠다는 것이죠.
최근 2주간의 집값은 일단 상승폭을 더 키우지는 않는 분위기인데요. 추석연휴로 아파트 거래가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아직은 추세를 단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재건축아파트를 중심으로 규제완화 기대감이 여전히 크고요.
추석연휴, 잠시 쉬어가는 아파트값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마지막주(27일 기준) 서울 아파트매매값은 전주보다 0.01%포인트 하락한 0.14% 상승했는데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과 한도 축소, 추석연휴 영향 등으로 2주 연속 상승폭을 축소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다만 재건축 및 리모델링 등의 기대감 있는 단지를 중심으로 높은 상승세는 지속되고 있는데요. 노원구는 0.23% 올랐고요. 용산구는 이촌동 리모델링 기대감으로 0.23% 올라 한주새 0.02%포인트 상승폭을 키웠습니다.
강서는 4주 연속으로 서울에서 가장 높은 상승폭(0.28%)을 보였는데요. 마곡동 신축과 인근지역인 가양·방화동 위주로 올랐습니다. 강남, 서초는 각각 0.25%, 송파는 신천동 재건축 등을 중심으로 0.24% 올랐습니다.
수도권은 0.36%에서 0.34%로 주춤했지만 여전히 높은 상승세입니다. 인천은 0.43%, 경기 0.4% 올랐는데요. 지역별로는 인천 연수구가 송도신도시를 중심으로 0.65%나 올랐고요. 경기 오산 역시 0.67%, 화성 0.64%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습니다.
대출 안해주면 집값 떨어질까
지난 2주는 추석연휴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이는데요. 앞으로 정부가 대출 고삐를 더욱 조일 전망이어서 본격적으로 집값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가장 관심이 쏠리는 것은 전세대출 규제입니다. 전세대출은 실수요자들이 주 수요층이어서 이 경우 실수요자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그럼에도 전세대출 규제에 나서는 것은 궁극적으로 갭투자를 통한 주택매수를 막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됩니다. ▷관련기사: 당국, 결국 전세대출도 옥죄나…실수요자 '발 동동'(9월29일)
최근 주택매수의 주 수요층으로 떠오른 30대들은 상대적으로 자금여력이 부족해 전세보증금을 끼고 주택매수(갭투자)에 나서고 있는데요.
최근 전셋값이 급등하고 있는 점이 이런 갭투자를 용이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또 이같은 전셋값 상승은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고요.
그러자 정부가 전세대출을 규제해 이 악순환을 끊으려는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안명숙 루센트블록 부동산 총괄이사는 "높은 전셋값이 갭투자의 근원이라고 판단해 전세자금대출 규제를 통해 이를 차단하려는 의도"라고 말합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셋값 상승세는 이어지고 있는데요. 이번주 전셋값은 집값과 마찬가지로 주춤한 분위기이지만 인천은 0.24%에서 0.27%로 상승폭을 키웠고요. 경기와 서울도 각각 0.24%, 0.14%로 여전히 높은 상승률을 보였습니다.
말하자면 전셋값 상승이 집값 버퍼 역할을 하는 셈인데요. 전셋집 공급을 통해 풀어야 할 문제를 실수요 타격이란 부작용에도 전세대출 규제로 이를 풀려고 한다는 점에서 비판 또한 거셀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달부터는 카카오뱅크가 마이너스통장대출도 중단키로 했는데요. 주택담보대출부터 전세자금대출, 신용대출, 마이너스대출까지 가계대출 전반으로 확산하는 분위기이고요.
안명숙 이사는 "금리보다는 대출유동성을 줄이는게 집값에 훨씬 영향이 크다"면서 "대출을 안해주면 실수요자라도 포기하고 기다릴 수밖에 없고 수요가 잠잠해지면 신고가 행진도 둔화되고 결국 관망세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습니다.
물론 대출규제 영향이 제한적이란 시각도 여전합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교수는 "현재도 대출규제가 강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규제가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긴 어렵다"면서 "특히 전세 제도로 인해 여전히 전세를 끼고 매수할 수 있어 대출 영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언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