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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집]②2030 갭투자 이유, 알면서 왜그래요

  • 2021.10.13(수) 07:30

자금여력 달려 갭투자…실거주 안하면 투기?
전세대출 기반 갭투자 확대, 집값상승 주범
당국의 서슬, 결국 청년세대에 꽂힐 가능성

이번 정부 초기부터 투기는 악(惡)으로 지목됐다. 실거주를 동반하지 않는 갭투자(임대보증금 승계)는 투기이고, 이는 당연히 '악'으로 뿌리 뽑아야할 대상이었다.

문제는 갭투자의 주체가 달라지고 성격도 바꼈다는데 있다. 정권 초인 2017~2018년만 해도 강남3구를 중심으로 갭투자가 확대됐는데 이는 주로 중장년의 부자들이었고, 정부가 그토록 싫어하는 다주택자들이 상당수였다.

최근 몇년 2030세대의 영끌(영혼까지 끌어오다) 투자, 패닉바잉 현상이 확산하면서 2030세대가 주택시장의 주 수요층으로 부각한지 꽤 오래 됐다.

갭투자 역시 이들 세대에서 두드러졌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이 서울지역 자금조달계획서(2020년 3월~2021년 7월, 19만3974건)를 분석한 결과 20세 미만을 제외하면 20대에서 보증금승계 비율이 71%로 압도적인 수준으로 나타났다. 30대 역시 49%로 다음으로 높았다.

1억~2억원대로 집 사는 방법은 갭투자뿐

2030세대들이 갭투자에 나서는 이유는 간단하다. 집은 사고 싶은데 자금여력이 안되기 때문이다. 이미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는 사실상 주택담보대출이 막힌지도 오래다.

서울의 경우 아파트 매매가격대비 전세가격 비율(KB리브부동산)은 올해 9월 기준으로 56%에 달한다. 인천은 수년간 70%대에 달했지만 최근 집값이 더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올해 6월부터 60%대로 내려 앉았다. 9월 기준 67.6%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경기는 65.7%다. 

서울의 경우 아파트 중위매매가격(KB리브부동산, 9월) 10억6000만원을 기준으로 할 경우 5억9360만원(전세가격비율 56%)의 임대보증금을 끼고 매입하면 자기자금 4억6640만원으로 내집마련을 할 수 있다. 서울은 주택담보대출을 받더라도 주택담보인정비율(LTV) 40%로 제한되기 때문에 사실상 대출금보다 더 많은 차입이 가능한 셈이다.

경기와 인천도 다르지 않다. 경기권의 5억7412만원(중위매매가격)짜리 아파트를 갭투자로 매입할 땐 현금 1억9693만원만 있으면 가능하다. 인천 아파트(3억8080만원)를 갭투자하면 1억2338만원만 있으면 된다.

올해 유독 인천, 경기 등 중저가 지역에서 매수세가 이어진 점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물론 1억~2억원 역시 2030세대들이 자력으로 마련하기 쉽지 않은 금액이다. 추가로 빚을 내거나 부모찬스 등을 이용해야 가능하다. 실거주를 동반하는 내집마련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과 무관하게 '실거주'를 기준으로 실수요를 판단하는 정부 논리대로라면 결국 이 역시 투기의 범주에 해당한다. 이는 전세대출 규제로 이어지고 이들의 영끌에 힘을 보탰던 카카오뱅크 등의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대출 중단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서슬, 결국 청년에 꽂힌다

그나마 청년들이 주택시장에서 집을 살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민간의 금융지원마저 단절될 상황이어서 청년들의 주거는 더욱 불안할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은 연일 가계부채의 위험성과 시스템리스크 전이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가계대출을 강력하게 옥죄는 상황이다.

홍춘욱 이코노미스트는 "과거 하우스푸어사태 때도 저축은행만 힘들었지 1금융권으로 전이되지 않았다"면서 "가계부채로 인한 시스템리스크 전이가능성은 크지 않은데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해 갭투자를 막고 집값상승을 막아보겠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당국은 이달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내면서 실수요자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실수요의 경계가 모호하고 이미 총량규제 카드를 꺼냈다는 점에서 '나는 실수요자이니 어떻게 좀 해주세요'는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 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는 2030청년세대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상대적으로 현재의 자산으로 보나 금융당국에서 강조하는 '상환능력'으로 보나 취약한 세대이기 때문이다. 결국 무주택 청년세대들은 반전세 혹은 월세로, 외곽으로 밀려나면서 주거비용만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전세금이 올랐는데 대출을 안해주면 더 외곽으로 나가고 반전세로 갈 수밖에 없다"며 "이미 LTV, DTI, DSR규제 등을 충분히 하고 있고, 부동산담보대출이나 전세자금대출은 안전자산으로 금융회사 입장에서 회수불능 위험은 낮은데 이런 것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시장규모가 커지는 점은 보지 않고 가계부채의 양만 보고 금융이 해야 하는 역할과 필요성, 기능 등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서 "한쪽에선 청년들의 경제활동, 도전을 강조하면서 그로 인한 리스크를 정부도 민간도 아무도 지지 않으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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