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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택 바로알기]②'트리마제'도 지주택?…그 속에 '눈물'

  • 2022.02.07(월) 06:30

보라매자이·상도롯데캐슬 등 드문 성공사례
트리마제, 지주택조합 부도에 분양권리 사라져

'잘 되면 대박이지만 안 되면 쪽박'

지역주택조합(지주택) 사업이라고 무조건 쪽박을 차는 건 아니다. 토지확보 과정에서 사업 기간이 차일피일 늘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조합설립부터 착공까지 1년이 채 안 걸린 성공사례도 간혹 있다.

지주택은 조합원들이 시행해 중간마진을 아낄 수 있는 아파트인 만큼 사업만 빠르게 진행되면 조합원 입장에선 그야말로 '대박' 사업이다. 그러나 이런 사례는 대규모 토지주가 있거나 택지 개발 형태로 진행하는 등의 희소한 경우에 그친다. 이에 전문가들은 지주택 투자 시 일부 성공사례만 보고 장밋빛 미래를 꿈꾸는 건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성수동 '트리마제'./두산중공업 공식홈페이지

빠르면 1년만에 짓는다?…관건은 '토지확보'

서울시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동만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4~2019년 조합설립을 한 지주택 중 현재(2021년 7월) 착공에 들어간 곳은 총 7곳으로, 이들 지주택은 조합설립인가 후 착공까지 평균 29개월(2.4년)이 소요됐다. 

△광진구 자양12(단지명 호반써밋자양·소요기간 54개월) △도봉구 쌍문동 137번지(49개월) △동작구 상도역(상도역롯데캐슬파크엘·12개월) △동작구 동작트인시아(보라매자이더포레스트·37개월) △서대문구 홍은(HDX휴팰리스·26개월) △성동구 벨라듀1차(서울숲아이파크리버포레1차·14개월) △송파구 마천동21(송파여미지·11개월) 등이다. 

조합설립인가~착공 소요기간은 통상 재개발·재건축 시 걸리는 기간보다 두 배 정도는 빠른 셈이다. 서울시가 2000~2015년간 서울에서 구역지정 통과된 545개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재건축은 조합설립인가 후 착공까지 평균 4.9년, 재개발은 4.4년 걸렸다. 

이중 마천동21 지주택사업은 2015년 12월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11개월만인 2016년 11월 공사에 들어갔다. 상도역 지주택사업도 2017년 5월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꼭 1년 만인 2018년 5월 착공했다. 

특히 상도역 지주택사업인 '상도역롯데캐슬파크엘'은 950가구에 달하는 대규모 단지지만 토지 확보에서 순항하면서 사업 속도를 높였다. 사업대상지 토지 대부분을 시행사인 태려건설산업이 확보한 상태에서 사실상 택지 개발 형태로 사업이 추진된 영향이다. 

지난 2017년 10월 선분양을 실시하려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의 분양가 협의에 난항을 겪으면서 2020년 후분양에 나섰다. 선분양 대비 높은 분양가에도 일반분양 474가구 모집에 1만798명이 신청해 평균 22.8대 1의 청약경쟁률로 1순위를 마감했고 2021년 2월 입주했다. 지하철7호선 상도역 역세권 단지로 몸값도 빠르게 올라 일반분양 당시 전용면적 59㎡의 분양가가 9억1300만~9억9790만원에서 현재는 15억500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동작트인시아 지주택 사업인 '보라매자이더포레스트'도 2015년 3월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3년여 만인 2018년 5월 공사에 들어갔다. 이곳도 사업 부지의 65%가량을 교회 한 곳이 소유해 비교적 토지확보가 수월했다. 

총 959가구 규모에 7호선 신대방삼거리역 역세권에 위치해 개발 수요도 높았다. 지난 2018년 일반분양 15가구를 진행했고 작년 10월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당시 전용 59㎡의 분양가가 6억8000만원대였는데 인근 시세를 보면 같은 평형이 10억원을 넘긴 상태다. 

추가분담금이 발생하지 않은 지주택 사례도 있다. 경기도 의정부 '힐스테이트 녹양역'은 2015년 6월 조합원 모집 개시 이후 1년 만에 착공, 2018년 11월 입주를 완료했다. 통상 지주택은 일반 분양주택 사업에 비해 토지 확보 지체, 인허가 기간 장기화 등으로 추가 분담금을 낸다. 이 조합은 사업 추진과 동시에 토지 확보 및 인허가를 확정하고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뒤 조합원을 모집해 사업 속도를 높였다. 그 결과 3년 만에 준공하면서 총 16억원의 사업비를 환급받았다. 
'트리마제' 화려함 속 눈물…쉽지 않은 지주택

이처럼 지주택 사업 성공 사례의 공통점은 대부분 '토지 확보'였다. 

지주택 사업계획 승인을 받기 위해선 토지 소유주 95%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이 비율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토지주와 협의하는데 시간이 소요되고 의도적으로 이른바 '알박기'를 하는 경우도 다반사기 때문이다. 토지 확보가 되지 않아 사업이 장기화될수록 조합원들의 떠안아야할 리스크는 점점 커진다. 

지금은 일대 대장아파트로 꼽히는 서울 성수동 고급아파트 '트리마제'(688가구)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 2005년 지주택 방식으로 사업이 시작돼 2007년 220가구를 일반분양할 계획이었는데 당시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사업진척에 어려움을 겪자 일반분양분을 조합원 추가 모집으로 돌렸다. 

하지만 부지확보가 93%에 머물면서 사업이 늦어졌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금융위기까지 터지면서 주택조합이 부도났다. 이 과정에서 주택조합원들의 분양권리는 사라지고 2012년 사실상 두산중공업의 사업으로 재개되면서 그제야 사업계획이 승인됐다. 

사업성도 중요하다. 역세권 등 입지가 좋고 노후 주택이 밀집돼 있으면 개발 수요가 많기 때문에 사업 추진이 한층 수월하다. 단독·노후주택이 밀집해 있는 동작구 상도동이 '지주택의 성지'로 불리는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이같은 성공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곳들 중에선 사업기간이 하염없이 늘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노원구 월계동지주택(224가구), 월계역지주택(135가구)은 지난 2003년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이후 10년 넘게 사업이 멈춰선 상태다. 자양12지주택(305가구)도 2014년 조합설립인가를 받았지만 아직 착공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치솟는 집값, 높은 청약 문턱에 지주택으로 눈을 돌리는 움직임이 일부 감지되고 있다. 

정동만 의원실에 따르면 서울에서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지주택은 2016년 2곳, 2017년 2곳, 2018년 3곳, 2019년 5곳, 2020년 6곳 등으로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그럼에도 최근 5년간 조합을 설립한 사업지 19곳 중 착공에 성공한 곳은 2곳에 불과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일부 성공 사례만 보고 성급하게 투자해선 안 된다고 경고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집값은 오르고 공급은 줄다보니 젊은 세대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주택에 몰리는 현상이 일부 있는데, 지주택은 사업 구조상 변수가 많아 사업 기간이 길어지고 추가 비용이 발생해 조삼모사가 될 확률이 높다"며 "일부 지주택 성공사례를 일반화해 성급하게 투자하지 말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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