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에 대한 경고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가계가 금융기관에서 빌린 대출잔액이 1800조원을 넘어서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음은 물론 증가세가 여전히 가파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가계부채에 대한 경고등이 켜진 것은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 가계부채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연간 기준으로 단 한차례도 줄어든 적이 없다. 가계가 갚아나가는 돈보다 빌리는 돈의 규모가 늘 확대돼 왔다는 얘기다.
이처럼 가계가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린 돈이 줄지 않는 데는 다양한 요인이 존재한다.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 빚에 접근하기 쉬워지는 금융환경, 자금이 유입되는 자산시장 재화의 가치상승 등이 대표적이다.
IMF 이후 한번도 줄어든 적 없는 가계부채
한국은행은 매분기별로 가계가 금융기관으로 빌린 대출과 카드사 등 여신전문회사의 외상판매를 의미하는 판매신용 잔액 추이를 발표한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가계부채는 이 통계를 통해 가늠할 수 있다.
IMF 외환위기가 휩쓴 1998년 실질소득 감소, 강도높은 구조조정의 시행으로 인해 가계부채는 전년 211조2000억원에 비해 13.0% 감소한 183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연간 기준으로 가계부채가 줄어든 마지막 해다. 가계부채는 이후 줄곧 상승세를 이어온 끝에 지난 상반기 1805조9000억원으로 1998년의 10배 가까이 늘었다.
물론 가계부채 상승이 비단 가계가 돈을 많이 빌렸다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경제규모가 그만큼 커진 동시에 은행 등 금융기관이 본연의 역할인 자금중개기능에 충실했다는 의미를 가지기도 해서다. 다시 말해 경제가 성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금융회사는 자금이 필요한 요소요소에 돈을 잘 공급했다는 얘기다.
가계부채 상승 본격화는 언제부터
가계부채는 매년 꾸준히 증가해왔지만 본격적인 증가세를 보인 것은 2014년 이후다. 이전까지는 2010년을 제외하고는 연간 40조~60조원 사이에서 늘어났지만, 2014년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연간 100조원가량 늘기 시작했다.
2014년 이후 본격적으로 가계대출이 상승한 것은 크게 금리와 주택가격, 두 가지 요인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은 2014년 8월을 기점으로 기준금리를 본격적으로 인하하기 시작했다. 이후 2015년 6월까지 1년도 되지 않는 기간 기준금리를 3차례나 내렸다. 자연스럽게 대출금리 역시 내려가기 시작됐고 이자 부담이 적어진 만큼 대출 문턱도 낮아졌다.
특히 이 기간은 최경환 전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주도한 '초이노믹스' 시기다. 초이노믹스의 핵심 중 가계대출에 주효했던 정책은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다. 이른바 '빚 내서 집사라'라는 말이 퍼졌을 정도다.
실제 이 영향은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수요 증가로 이어졌다. 통상 가계신용 통계에서 가계의 주택담보대출과 기타신용대출 잔액 차이는 70조원안팎의 차이를 유지했는데, 2015년부터 100조원 가량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후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세는 매년 가팔라졌다.
집값 상승 결정타 날렸다
특히 집값 상승이 주택담보대출 위주의 가계대출 증가를 부추겼다. 주택의 가격이 높아지다 보니 가계 하나가 빌려야 하는 대출의 규모도 동시에 증가한 것이다.
이에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집값 안정화를 명목으로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다시 강화했지만(LTV70%→60%→40%) 집값은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갔다. 문재인 정부 들어 주택 가격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2배 가까이 뛰었다는 통계가 나올 정도다. 대출규제를 강화했어도 담보의 가치가 높아지다 보니 받을 수 있는 대출의 한도는 비슷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17년 3월 2억원 짜리 아파트를 사기 위해서는 LTV가 70%까지 적용되 1억4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했다. 헌데 이 집이 현 시점에서는 2배가 올라 4억원이 됐다. 현재 LTV는 40%가 적용되기 때문에(규제지역 기준) 1억6000만원까지 주택담보대출이 가능하다. 규제는 강화됐지만 똑같은 담보로 받을 수 있는 대출 총액이 늘었다는 얘기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규제는 기타신용대출의 증가세도 견인했다. LTV규제가 강화되다 보니 주택담보대출 만으로는 주택을 구입할 수 없게 됐고, 이를 메꾸기 위해 대출차주들은 신용대출을 추가로 받는 상황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모든 금융기관의 원리금을 연 소득으로 나눈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40%규제를 도입을 통해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의 동반 상승을 막는 정책을 펼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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