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 금융위원장이 국내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에게 가계부채 위험관리를 당부했다. 금융지주 회장들 역시 이에 적극 화답하면서 금융회사들의 대출 문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은행뿐만 아니라 제2금융권에 대한 대출 역시 신경써달라고 한 만큼 은행, 보험사, 저축은행, 증권사 등 전 금융지주 계열사가 대출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10일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손병환 농협금융지주 회장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고승범 가계부채 관리 주문에 금융지주 회장들 화답
이날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금융지주 회장들에게 당부한 것은 역시 가계부채였다.
고승범 위원장은 "실물경제 성장세를 넘는 부채 증가는 우리 경제의 위기발생 확률을 높이는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최근 가계부채 증가가 자산시장 과열과 상호상승 작용을 유발하는 등 그 부작용이 위험수준에 가까워졌다"고 진단했다.
이어 "기준금리 인상, 미국의 연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가능성 등 앞으로 경제, 금융환경 불확실성까지 고려한다면 가계부채 관리 강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이자 최우선 과제"라고 금융지주 회장들에게 강조했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이 그간의 정책을 지속 추진함과 동시에 효과 증대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며 사실상의 가계부채 규제 강화 의지를 다시금 내비쳤다.
특히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5대 금융지주가 가계대출 총액 47%를 차지하는 만큼 5대 금융지주가 직접 나서 가계부채 관리에 전력으로 다해달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주력계열사인 은행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발생할 수 있는 풍선효과 차단을 위해 계열 제2금융권 관리에도 신경 써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금융지주 회장단 역시 실수요와 무관하거나 자산버블을 부추기는 가계대출은 없는지 직접 책임지고 점검하겠다고 답했다. 동시에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에 적극 협조해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 내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이에 앞으로 금융지주 차원에서 계열사의 가계대출 동향을 점검하고 전사적인 대출 문턱 확대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근 내민 고승범…시장 친화정책 지속
금융회사의 대출관행에 대한 강도 높은 관리를 요구한 만큼 당근 역시 제시했다. 시장친화적인 정책과 감독을 펼치겠다는 것이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내 건 '당근' 이다.
고승범 위원장은 "금리, 수수료, 배당 등 경영판단 사항 등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금융회사의 자율적 결정을 최대한 존중하겠다"며 "이는 금융위 설치법이 천명하고 있는 금융정책과 감독의 기본 정신"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고 위원장은 금융안정과 거시건전성 관리, 금융소비자 보호 등 정책목적상 불가피한 개입이 필요한 경우에도 목적 달성을 위해 최소한 개입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에 근거해 시장친화적이며 시장중심적인 방식으로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이날 금융지주 회장들은 금융환경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 되고 있는 만큼 금융회사의 창의와 혁신이 발휘될 수 있도록 금융규제 체계 개선을 고승범 위원장에게 요청했다.
이에 고 위원장은 "빅테크 등 IT 기술 발전과 저성장, 저금리, 저출산, 고령화 등 환경변화에 대응한 금융산업 미래 발전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한 규제개선 사항 등은 금융권은 물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소통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