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총량관리 주문 덕에 지난달 주요 시중은행들의 가계대출 증가세는 확연히 줄어든 모습이다. 다만 최근들어 제2금융권이 대출상품 취급을 중단하고 있어 연말 대출 한파가 강하게 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주중 11월 중 금융시장동향 자료를 내놓을 예정이다. 금융시장동향 자료는 한은이 매달 내놓는 자료로 가계부채 증가세를 알 수 있는 대표적인 통계치로 활용된다.
일단 금융당국이 전세대출, 집단대출 등 실수요자용으로 분류가 가능한 대출을 다시 취급할 것을 은행들에 요청한 상황이다. 이에 일부 은행들이 취급을 중단했던 전세대출, 집단대출 등을 다시 재개하기는 했지만 가계대출 증가세를 이끌어온 주택매매용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에는 여전히 문턱을 높이면서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세가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기준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은행 등 주요시중은행들의 가계대출 잔액은 708조6900억원으로 전월 대비 2조3600억원 늘어났다. 지난 8월 3조5000억원, 9월 4조1000억원, 10월 3조4400억원이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증가세가 확연히 둔화된 것이다.
가계대출의 취급 비중이 많은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주춤해진 만큼 전체 가계대출 증가세 역시 한층 꺾였을 것으로 보여진다. 관건은 은행권 대출에서 탈락한 대출 수요자들이 저축은행, 상호금융, 보험업권 등으로 얼마나 몰렸는지, 즉 풍선효과가 얼마나 발생했느냐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종전 0.75%에서 1.00%로 인상하면서 이자부담이 한층 커진상황에서 은행권에 비해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았다면 이러한 차주들의 이자부담은 다달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통상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금융회사들이 대출금리를 산정할 때 벤치마킹하는 채권들의 금리도 높아지는데, 이러한 현상은 꾸준히 나타난다. 게다가 이런 대출의 경우 시장금리에 따라 금리가 변동되는 변동금리형 상품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자부담은 점점 더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그나마 11월에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빌렸다면 다행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근 들어서는 금리조건이 좋은 새마을금고, 신용협동조합이 지난달 말 부터 대출 문을 걸어잠궜다는 것이 문제다. 지난달 말부터 새마을금고는 주택구입목적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중단했고 신협의 경우도 신규 주택구입목적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전체의 신규 취급을 일시 중단키로 했다.
은행들은 여전히 보수적으로 대출을 취급하고 있고 상호금융마저 대출의 문턱을 걸어잠그면서 12월 역대 최악의 대출 한파가 몰려올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12월 들어서는 대부업체, 불법사채업자로 대출 차주들의 이동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금융권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다행인 부분은 12월은 통상 기업들의 상여금 지급 등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대폭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다만, 코로나19로 내수 침체 회복세가 감지되지 않으면서 증가세가 미미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