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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잇슈]패닉바잉의 끝은 패닉? 영끌족들 '한숨만'

  • 2021.12.20(월) 06:50

치솟는 집값에 패닉바잉 한 젊은층들 패닉
금리인상에 이자 부담 커, 내년 추가인상까지
대출규제·대선 등 변수에 '일단 버텨보지만'

저는 무리해서 집을 산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주택을 구매한 사람)입니다. 올 상반기만 해도 서울에서 내 집 마련 했다고 하면 부러움을 샀는데요. 요새는 '왜 지금 집을 샀냐'며 타박을 듣곤 합니다. 올 하반기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에 이어 대출규제 강화 등으로 주택시장 분위기가 갈수록 심상치 않거든요. 

주변에선 저같은 영끌족에게 집값이 너무 올랐는데 좀 더 기다리지 왜 성급하게 영끌을 하느냐고 혀를 끌끌 차기도 하는데요. 왜냐고요? 안 살 수가 없었으니까요!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청포족, 벼락거지, 부동산블루 거쳐 '영끌족' 

처음부터 성급하게 집을 살 생각은 없었습니다. 전세로 살면서 부부끼리 열심히 맞벌이해서 어느 정도 자금을 모으려고 했죠. 하지만 집값이 무섭게 뛰면서 점점 초조해져만 갔습니다. 

KB부동산이 집계한 서울 아파트 평균 중위매매가격을 보니 5년 만에 집값이 두 배나 뛰었더군요. 서울 아파트 평균 중위매매가격은 매년 12월 기준으로 △2016년 5억9828만원 △2017년 6억8500만원 △2018년 8억4502만원 △2019년 8억9751만원 △2020년 9억4741만원 등으로 해마다 크게 올랐습니다. 올해 들어서는 10억원을 돌파하더니 지난달 기준 10억8000만원으로 11억원을 넘보고 있고요. 

더이상 월소득만으로는 저축해서 집을 사기 힘들다는 걸 깨닫고 청약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하지만 저희 부부 모두 30대라 청약 가점이 턱없이 부족했고요. 아직 자녀가 없어 신혼부부 특공도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나오는 족족 청약을 시도했지만 계속 당첨이 안 되니 패배감까지 들더군요.

그래도 기다려보기로 했습니다. 정부에서 '기다리면 집값이 조정될거다', '곧 공급이 확대될거다'는 식의 메시지를 꾸준히 보냈거든요. 

김현미 전 국토부장관은 지난해 8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다주택자들이 쏟아낸 주택 매물을 30대들이 '영끌'로 받아낸 것이 안타깝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영끌해서 집을 사는 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앞으로 서울과 신도시 공급 물량을 생각할 때 기다렸다가 합리적 가격에 분양받는게 좋을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고요.

철썩같이 믿었습니다. 특히 3기 신도시로 30만 가구를 넘게 공급한다고 하니 '그 중에 우리 집 하나는 있겠지' 하는 기대감도 생겼고요. 사전청약제도가 있어서 한시름 놓을수도 있었고요.

그런데 문제는 기약이 없다는 겁니다. 곳곳에서 토지 보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 터라 입주 시점이 미뤄질 우려가 있었거든요. 과거 참여정부 시절 보금자리주택도 사전청약으로 공급했으나 일부 단지는 입주하는데 10년이 넘게 걸린 사례도 있고요. ▶관련기사: [집값 마지막 퍼즐, 공급]④2기 신도시 16년…3기 신도시는?(12월17일)

그래서 다시 민간분양으로 눈을 돌렸는데요. 이쪽도 지연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재건축·재개발 규제가 좀 풀리는가 싶긴 했지만 분양가 규제 등으로 둔촌주공 등 기다려왔던 단지들의 청약 일정이 계속 밀리고 있거든요. 

'벼락거지'(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급격히 올라 상대적으로 빈곤해진 사람)가 된 기분을 느끼는 것도 지옥같았습니다. 저와 소득이 비슷한 또래 지인들과 주택 구입 여부에 따라 자산 격차가 심하게 벌어졌거든요. 집값이 본격적으로 오르기 전에 대출받아 집을 산 친구는 집값이 거의 두 배가 올랐고, 갭투자했던 매물을 정리해서 시세차익을 크게 얻었다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나만 도태되고 있다는 생각에 부동산 블루까지 오더군요. 

그 사이 정부는 30번 가까이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집값은 요지부동이었고요. 이 와중에 임대차3법까지 속을 긁었습니다. 전월세상한제에 부담을 느낀 집주인이 실거주하겠다며 갱신을 안 해줬거든요. 새 전셋집을 구하려다 보니 전세난으로 매물도 없고 가격도 너무 비싸 마음 고생을 했는데요. 이럴 바에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막차를 타자는 심정으로 영끌해서 집을 샀습니다. 패닉바잉이었죠. 

 허리 휘는 대출금리...얼마나 버틸까

처음엔 만족스러웠습니다. 구축 아파트라 건물이 낡고 직장과도 멀었지만 서울에 내 집이 있다는 게 얼마나 위안이 되던지요. 매월 원리금 상환이 부담되긴 했지만 이대로라면 집값이 더 오를거란 생각에 마냥 들떴습니다. 

그런데 천정부지로 치솟던 집값이 요새 꺾이는 분위기잖아요. 한때는 집(매물)이 없어서 못 샀는데 갈수록 매수세가 위축됐습니다. 올 하반기에만 기준금리가 두 차례(8월,11월) 인상됐거든요. 첫 번째 금리 인상 때는 버틸만 했지만 10월26일 가계부채 관리방안이 발표되고 11월25일 한 차례 더 기준금리가 오르며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제로금리가 막을 내리자 시장에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시장금리도 상승하며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고 5%를 넘기도 했는데요. 한국은행이 내년에도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친 상태라 내년엔 주담대 금리가 6%를 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이자 부담이 심해졌습니다. 

올 3분기 서울 주택구입부담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는데요. 주택금융연구원 조사 결과 3분기 서울 주택구입부담지수는 182로 전분기(172.9) 대비 9.1%포인트 증가했습니다. 중간소득 가구가 중간가격 주택을 구입하려면 매달 소득의 45.5%를 원리금 상환에 사용해야하는 셈이죠. 

여기에 '대출 공포'까지 더해지며 매수심리가 더 얼어붙고 있습니다. 내년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가 시행돼 대출 문턱이 높아질 전망이거든요. 전세대출은 DSR에 포함되지 않지만 총량규제엔 들어가니 세입자를 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고요. 

시장도 충격을 받는 분위기인데요. 특히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아 젊은층들이 접근했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에서 가격이 조정되고 있는 겁니다.

한국부동산원 아파트 매매가격 주간변동률을 보면 노원구 아파트값 주간상승률은 지난 8월23일만 해도 0.39%에 달했으나 12월13일엔 0.05% 상승에 그쳐 올해 1월 첫째·둘째주(각각 0.05%) 이후로 가장 낮은 주간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실거래가도 심상치 않습니다. 지난 10월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6단지 전용 58㎡는 전월 최고가인 9억4000만원(11층)보다 8000만원 떨어진 8억6000만원(13층)에 팔렸습니다. 

서울 외곽뿐만 아니라 강남이나 용산 등 주요 지역들도 전반적으로 주간 아파트매매가격 상승률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일각에선 '집값 폭락론'이 나오기도 합니다. 살 사람이 없으니 결국 집값이 떨어질 거란 전망에서요.

벌서부터 시장에선 하락장이 오면 줍줍하겠다는 얘기가 나오고요. 2025년부터 3기 신도시 등 입주물량이 늘어나면 '하우스푸어'가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나옵니다. 특히 저처럼 대출 영끌해서 집을 산 사람들을 겨냥해서요. 정말 혼란스럽습니다. 

하지만 별 수 있나요. 어차피 실거주용이라 팔 생각도 없고요. 다시 전세를 살자니 전셋값이 너무 오른 상태고, 이번에 집을 팔면 대출 규제 때문에 다시 집 사기 더 힘들어지겠죠. 내년 대선 후 정책방향에 따라 집값이 다시 오를거라는 기대감도 아직 남아있고요. 장기투자 한다고 생각하고 일단 버텨보는거죠. 근데 왜 자꾸 밤에 잠이 안 오는지 모르겠습니다. 휴. (어느 영끌족의 이야기를 취재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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