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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마지막 퍼즐, 공급]④2기 신도시 16년…3기 신도시는?

  • 2021.12.17(금) 06:40

교통난·입주지연 시달리는 2기 신도시
3기 신도시, 토지보상 난항…2026년 입주?
입주 기다리다 기회 놓칠라…청약자들 고민

현 정부의 주택공급 핵심 정책인 3기 신도시가 분양, 입주까지 순항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시작부터 곳곳에서 토지 보상에 난항을 겪고 있어 입주 시점이 미뤄질 가능성이 높은 데다 교통망 확충 시기도 여전히 불분명해서다. 

20여년 전부터 개발을 시작했지만 여태 마침표를 찍지 못한 2기 신도시 사례를 봐도 3기 신도시로 급한 불을 끄기엔 역부족이란 평가가 나온다. '집값 상승+공급 부족' 상황에 울며 겨자 먹기로 3기 신도시만 바라보고 있는 청약 대기자들의 고민도 갈수록 깊어지는 분위기다. 

2018년 12월 촬영한 다산신도시에서 바라본 남양주 왕숙지구./이명근 기자 qwe123@

2기 신도시 보면 3기 신도시가 보인다?

3기 신도시(330만㎡ 이상)는 현 정부가 서울 집값 상승의 불씨를 진화하고자 내놓은 주택공급 핵심 정책으로 △남양주 왕숙1 △남양주 왕숙2 △하남교산 △인천계양 △고양창릉 △부천대장 △광명시흥 △의왕·군포·안산 △화성 진안 등 총 9곳(31만6000가구)이 지정됐다. 

빠른 공급을 위해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사전청약을 받고 이후 본청약을 거쳐 2026년부터 순차적으로 입주를 진행한다는 목표다.

하지만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시장에선 우려가 들끓고 있다. 지난 2003년부터 개발을 시작한 2기 신도시가 아직 완성되지 않은 만큼 3기 신도시도 실제 공급까지는 오랜 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서다.  

2기 신도시 역시 참여정부 시절 집값 폭등을 억제하기 위해 나온 공급 대책이다. 당시 정부는 △경기 김포(한강) △인천 검단 △화성 동탄1·2 △평택 고덕 △수원 광교 △성남 판교 △서울 송파(위례) △양주 회천·옥정 △파주 운정 △충남 아산 △대전 도안 등 총 12개 지역에 67만9400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지구별로 개발이 시작된 지 12~20년에 달하지만 아직도 입주가 완료되지 않은 곳들이 수두룩하다. 2008년 금융위기와 부동산 침체기를 겪으면서 사업개발이 딜레이되기도 했고 토지보상 등에서 난항을 겪은 탓이다. 

국토교통부 '2020 토지업무편람'에 따르면 이들 지역의 개발 기간은 최소 9년에서 최고 20년으로 평균 15.5년이 걸렸다. 지구별로 파주운정의 경우 2003년부터 개발을 시작해 2009년 입주를 시작했으나 내후년까지 입주를 앞두고 있다. 양주 회천은 2007년부터 개발했으나 아직 첫 입주도 하지 못했다. 

교통망도 미완성 상태로 여전히 '베드타운(퇴근 후 잠만 자는 주거지)' 평가를 받고 있다. 

위례신도시는 2008년부터 개발을 시작해 2013년 최초 입주했으나 계획했던 교통 인프라가 착공조차 못하고 있다. 지하철 5호선 마천역에서 8호선·분당선 복정역까지 연결하는 위례선 트램은 아직 설계사도 정하지 못했고, 위례~신사선은 2027년에나 완공될 예정이다. 

2007년 최초 입주한 화성동탄1과 2015년 입주를 시작한 화성동탄2는 아직까지 서울을 오가는 전철 노선이 없다. 오산~동탄~수원을 잇는 동탄도시철도(트램)는 2008년 계획이 발표됐으나 사업성 논란으로 가다서다를 반복하다가 올해 국토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로부터 승인받아 오는 2027년 개통될 예정이다.  

그래서 3기 신도시 입주가 언제라고?

3기 신도시 개발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출발부터 토지보상을 두고 잡음이 심해 벌써부터 입주 지연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12월 첫째주 기준 토지보상률은 지난해 말부터 보상에 착수한 인천계양과 하남교산이 각각 87%, 83%에 달했고 올해 말 보상에 들어간 남양주 왕숙과 부천대장은 각각 6%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아직 토지보상에 들어가지도 못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지장물이 없는 인천계양이나 부천대장을 제외하고는 토지보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태수 토지보상·개발정보플랫폼 지존 대표는 "가장 면적이 큰 남양주왕숙은 토지주들의 저항이 심하고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하남교산은 MB 정부 이후 최악의 사업지구로 평가받을 정도로 지장물이 많다"며 "3기 신도시 중 상징성 있는 지구들 모두 시간이 오래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욱이 올 3월 'LH 직원 땅투기 사태'에 이어 하반기 '대장동 사태'까지 맞물리면서 공기관에 대한 불신이 커진 상태라 협상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보상이 끝나야 철거를 하고 착공에 들어가는 순인데 하남교산의 경우처럼 지장물 조사·평가에서 토지주들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착공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로 보고 있다. 

첫 관문부터 시간을 끌면서 입주 지연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보상이 끝나서 공사를 시작해도 문화재 등이 나오면 사업은 더 지연될 수밖에 없다. 

과거 참여정부 시절에도 보금자리주택이 사전청약을 받았으나 이같은 이유로 사업이 지연되면서 일부 단지는 10년 넘게 입주가 미뤄지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 수요자들의 사전청약 의지도 흔들리는 모습이다. 1차 사전청약 공공분양 평균 청약경쟁률은 28.1대 1에 달했으나 2차는 반토막 수준인 15대 1을 기록했다. 과천 주암 등 서울과 근접한 지구가 포함돼 있언 3차에서도 경쟁률은 16.4대 1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3기 신도시 공급 시점이 밀릴수록 집값 안정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봤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3기 신도시는 1·2기 신도시보다 서울과의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공급만 원활히 된다면 주택 수요 분산, 집값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정부가 지금까지 청년들에게 3기 신도시 공급할테니 영끌해서 집 사지 말고 기다리라는 메시지를 보내왔기 때문에 공급 시기를 앞당기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범단지 정도만 조속한 공급이 가능해보이는데 물량이 얼마나 될 지 모르고, 2기 신도시에서도 사전청약 후 예상보다 입주가 미뤄진 사례가 많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입주 지연 시 전세시장 불안도 문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본청약부터는 수요 분산 효과가 일부 있겠지만 매매시장에 영향을 주려면 실제 입주가 이뤄져야 하는데 토지 보상, 문화재 출토 등으로 인해 예정대로 입주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당첨이 된다고 해도 입주 전까지 전세를 살아야 하기 때문에 전세시장은 오히려 불안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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