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은행들이 인공지능(AI)활용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이미 많은 은행이 RPA(로보틱 자동화 처리기술)등을 바탕으로 반복적인 업무를 AI에 맡기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AI가 기존 은행원의 업무를 대신하는 만큼 짐을 싸는 은행원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특히 올해 연말 주요 은행들이 80년대생까지 희망퇴직을 받는 대규모 인력정리에 나서고 있어 은행내 일자리가 줄어드는 속도는 빠르게 증가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이날 AI 활용 고도화에 나선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은 주요 대고객 서비스에 AI를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으며, 우리은행은 AI의 활용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파트너를 찾았다.
신한은행 AI 활용 본격화…CES2022서 홍보 나선다
신한은행(은행장 진옥동·사진)은 이날부터 서소문 디지로그 브랜치에 신개념 서비스 안내 기기인 'AI컨시어지'를 도입하기로 했다. AI컨시어지는 기존의 순번발행기를 대체하지만 기능은 좀 더 고도화됐다. 얼굴인식, 열화상 카메라, 음성인식 마이크 등의 기술을 활용해 고객을 직접 맞이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와 함께 지난 9월 이후 일부 점포에서 제공하고 있던 AI은행원의 서비스 활용 범위도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 9월 영상합성과 음성인식 기술을 적용해 대고객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AI은행원은 그간 맞이인사, 메뉴검색과 같은 간편 서비스만을 제공했지만 앞으로는 계좌이체, 증명서 발급 등 금융소비자가 자주 활용하는 금융거래에도 활용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고객에게 어렵고 생소한 금융업무를 AI은행원을 통해 남녀노소 모두 쉽고 편안하게 업무처리가 가능하도록 지속해서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신한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AI 기술을 활용해 투자상품의 완전판매를 지원하는 'AI 활용 완전판매 프로세스'도 시행하기로 했다.
은행은 투자상품을 판매할 경우 영업점 직원이 투자상품 상담과 판매과정에서 고개에게 상품에 대한 필수 설명과 함께 주요 서류를 교부하고 고객 서명을 받는 등 고객 권리 보호를 우선적으로 고려 완전판매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최근 몇년 사이 사모펀드 불완전 판매 사태, 지난 9월 금융소비자 보호법 도입 등으로 인해 은행에게 투자상품 완전판매는 더욱 중요한 업무 지향점으로 강조됐다.
신한은행 'AI활용 완전판매 프로세스'는 직원이 투자상품을 상담하거나 판매하는 과정에서 △고객 답변 인식 △실시간 상담 분석 △태블릿 필기 인식 검증 △모든 대화 자막 구현 등으로 인해 불완전판매 요소를 진단, 이를 직원에게 알리게 된다. 이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요인이 있을 경우 상담중인 직원에게 즉시 전달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AI 은행원 국내 첫 도입 등 디지털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신한은행이 쌓아온 디지털 금융 서비스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내년 미국 소비자기술협회가 주관하는 세계 최대 IT 및 가전 전시회인 CES2022에 참가해 신한은행의 디지털 혁신적인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홍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찐 사람' 같은 AI만들 파트너 찾았다
우리은행(은행장 권광석·사진)은 AI기술력을 강화하기 위한 파트너쉽을 체결했다. 상대는 국내에서 굴지의 AI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LG그룹의 LG AI 연구원이다.
지난 20일 우리은행은 LG AI 연구원과 '초거대 AI 상용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이번 협약을 바탕으로 △금융특화 언어모델 등 신기술 공동연구 △차세대 금융서비스 공동발굴 △비정형 데이터 자산화 및 활용 △초거대 AI기반 'AI뱅커' 개발 및 미래형 점포 개발 등에서 협력해 나간다.
이번 협약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양사의 협약이 '초거대 AI'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초거대 AI'는 대용량 데이터와 슈퍼컴퓨터 인프라를 활용한 차세대 AI로 인간의 뇌처럼 스스로 추론하고 창작의 영역까지 AI의 활용성을 끌어올려 인간과 AI가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우리은행은 이 기술을 접목시켜 AI은행원이 수행하는 대고객 업무를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4월 딥러닝 기반 영상합성 기술 스타트업인 라이언 로켓과 AI은행원 개발에 나섰고 5월부터 상용화 한 바 있다. 이번 협약은 이를 더욱 고도화하겠다는 포석인 셈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번 협약을 통해 고객에게 AI를 활용한 편리한 금융서비스와 차별화된 고객경험을 제공하도록 할 것"이라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금융혁신을 주도하는 성장동력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 경우도 올들어 AI를 대고객 업무에 활용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KB국민은행은 올초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에 AI체험존을 열고 AI은행원이 제공하는 금융서비스 테스트에 나섰다. KB국민은행의 AI은행원은 스마트 ATM기에 탑재돼 예·적금 가입, 통장개설, 청약, 대출 등 기본적인 은행업무 상담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AI침투하는 사이 짐싸는 은행원들
이처럼 은행업무가 자동화 되면서 기존 은행원들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실제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18년 12월 기준 국내 19개 은행 임직원 수는 11만9447명에서 올해 6월말 11만7284명으로 감소했다.
특히 올해 연말에는 은행들이 대규모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은행원 숫자는 더욱 빠르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실제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의 올해 희망퇴직자 규모는 2200명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일부 은행은 희망퇴직 기준을 종전 만 54세에서 만 41세로 대폭 조정하며 1980년대생도 희망퇴직이 가능케 했다.
여기에 소비자금융부문 철수까지 결정한 씨티은행과 지방은행의 희망퇴직자 규모까지 합하면 올해 짐을 싸는 은행원 수는 5000명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씨티은행의 경우만 해도 희망퇴직 신청자가 2300여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짐을 싸는 은행원이 많아진다고 해서 새로운 채용을 통해 이를 충당하는 것도 아니다. 주요 은행들은 그간 꾸준히 진행해왔던 공개채용의 규모를 줄이고 상시채용으로 전형방식을 바꾸고 있다. 특히 그간 상경계열 대학을 졸업한 이들을 적극 채용해오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디지털 인프라를 확대할 수 있는 인력 채용에 더욱 공을 들이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 업무가 빠르게 디지털화 되면서 필요한 인력이 많이 줄어들었고 이에 따라 채용의 흐름도 디지털 전문 인력 위주로 바뀌었다"며 "AI기술력이 높아질 수록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강화될 것이며 금융전문가 수준의 자질을 보유한 인력만 뽑게 되는 현상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