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IBK기업은행장 입지가 애매해졌다. 국무조정실장으로 내정됐다 무산되면서 다시 기업은행으로 복귀한 까닭이다.
윤종원 행장 임기는 내년 1월까지로 얼마 남지 않았다. 하지만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 주요 국책은행 수장들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교체 혹은 교체될 예정이라 기업은행장 교체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윤종원 행장을 두고 여당(국민의힘)에서 문재인 정부 인사로 규정하며 국무조정실장 임명에 반대했던 만큼 향후 윤 행장 거취에 관심이 쏠린다.
어렵게 들어온 자리지만…
윤종원 행장은 시작부터 험난했다. 윤 행장 이전까지 기업은행은 조준희‧권선주‧김도진으로 이어지는 기업은행 공채 출신 내부 인사가 행장을 맡았다. 하지만 청와대 경제수석 출신인 윤종원 행장이 지명되면서 노조가 '낙하산 인사'로 규정, 강력히 반발했다.
노조와 지속적인 대화를 한 끝에 윤 행장은 노조추천이사제와 희망퇴직 등 6개항에 합의했고, 임명 후 27일 만에 기업은행장으로 취임할 수 있었다. ▷관련기사: 문전박대에서 아이돌 대접까지…롤러코스터 탄 윤종원(20년 1월29일)
우여곡절 끝에 기업은행장 임기를 시작했던 윤종원 행장이지만 임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또 다시 애매한 상황을 맞았다. 윤 행장이 국무조정실장으로 내정되면서 상황이 급변한 까닭이다.
당초 금융권에선 윤석열 정부 출범에도 윤종원 행장은 1년도 남지 않은 임기를 무사히 마칠 것으로 점쳤다. 그러던 중 한덕수 국무총리가 함께 일할 경제팀으로 윤종원 행장을 택했다.
하지만 여당이 윤 행장을 반대하면서 다시 한 번 묘한 상황이 됐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윤종원 행장이 문재인 정부 경제수석을 지내며 경제 정책에 실패한 인물이라고 비판하며 반대했다. 결국 윤 행장 스스로 국무조정실장 자리를 고사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윤 행장은 노조 반발로 취임 자체가 쉽지 않았는데 국무조정실장으로 가려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라며 "이임식까지 준비했다가 무산돼 돌아오면서 애매해진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기업은행 측은 윤 행장이 국무조정실장에 내정됐을 때도 행장 업무를 이어갔고 이후에도 달라진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향후 거취는
윤종원 행장 임기는 내년 1월2일까지로 6개월 정도가 남았다. 남은 임기가 짧다는 점은 금융권에서 윤 행장이 교체 없이 임기를 마칠 것으로 예상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과거에도 정권 교체 시점에 임기가 남은 행장이 바뀌었던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변수는 기업은행을 제외한 주요 국책은행 수장들이 교체되고 있는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은 6.1 지방선거가 끝나자 미뤘던 금융권 인사를 단행하며 경제팀 구성을 완료했다.
이 가운데 산업은행 회장으로는 대선 캠프 시절부터 함께했던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를 지명했고, 한국수출입은행도 방문규 행장이 국무조정실장으로 자리를 옮겨 교체가 예정돼있다. 이에 더해 여당에서 윤종원 행장을 전 정부 사람으로 평가하고 있다. 인수위 시절부터 전 정부 인사로 규정했던 이동걸 전 산업은행 회장은 자진 사퇴하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금융권 예상과 달리 기업은행장이 교체된다면 내부 출신 행장 가능성에 무게가 쏠린다. 기업은행 노조 역시 외부 출신 낙하산 인사가 단행될 경우 강력히 반대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만약 윤 행장이 사의를 표하거나 행장 교체가 단행될 경우, 외부 인사가 온다면 강하게 저지할 것"이라며 "다만 과거 보수 정부 시절 내부 출신 행장들이 지명됐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외부 낙하산 인사는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