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이 올 상반기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다. 다른 은행에 비해 가계대출 비중이 적은 상황에서 이룬 성과다. 한 때 거취 이슈가 있었던 윤종원 기업은행장이지만 임기 마지막 해 성적표만큼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2분기 순이익이 5667억원을 기록했다고 22일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서는 8.9% 줄어든 숫자다. 순이익 규모는 줄었음에도 순이자마진(NIM)은 1.68%로 수익성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2분기 주춤했지만 상반기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는 작년보다 1% 성장한 1조226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별도기준으로는 1조360억원이다.
기업은행의 실적 성장 배경에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을 통한 대출성장이 은행 성장으로 이어진 결과다. 기업은행 중소기업 대출은 상반기 기준 9조8000억원 증가하며 중기대출 시장점유율 22.8%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위기극복을 위한 지원 노력이 은행 성장의 선순환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특히 기업은행은 타 은행과 달리 가계대출 증대보다는 중기 대출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경영환경도 상대적으로 우호하다는 평가다. 기업은행 원화대출 가운데 중소기업 대출 비중은 80.7%로 가계대출(15.6%)에 비해 5배 이상 많다.
현재 금융권은 가파른 기준금리 상승과 이로 인한 자산시장 불안 등으로 가계대출 수요가 급감하며 원화대출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와 함께 취약 차주 리스크 관리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시중은행은 가계대출 역성장과 가산금리 축소 등의 우려가 존재하는데 반해 기업은행은 중소기업대출에 특화돼 성장과 마진 모두 유리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은행을 제외한 캐피탈과 증권 등 주요 자회사 실적 부진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IBK캐피탈 상반기 순이익은 작년보다 8.9% 감소한 1057억원, IBK투자증권은 53.7% 급감한 228억원에 그쳤다.
기업은행은 하반기에도 글로벌 경기침체와 고물가, 고금리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최우선으로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2분기에도 대손충당금을 충분한 수준으로 적립해 미래위험에 대비한 손실흡수 능력도 선제적으로 확보했다"며 "창업과 벤처기업 육성, 모험자본 공급 등 혁신금융을 강화하는 등 미래형 중기금융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