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후 첫 금융권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소집해 은행장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등 금융 불안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달라는 당부가 가장 먼저였다.
이 원장은 이와 함께 금융시장 불안 속 정부의 취약차주 지원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은행권도 직접 지원에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은행 충당금 쌓아야…취약차주 관리 필요
이복현 금감원장은 20일 17개 국내은행 은행장과 간담회를 열고 대내외 위험요인 점검과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 원장은 가장 먼저 최근 악화하고 있는 경제 상황에 대비한 은행 건전성과 유동성 등 시스템 리스크 관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이 국내 금융시장에 변수가 되고 있고, 국내 경제도 물가 상승과 무역수지 적자 등 하방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는 까닭이다.
그는 "경제충격으로 인한 신용손실 확대에 대비해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해 나가야 한다"며 "코로나 대응을 위한 재정‧금융 지원 등에 따라 부도율이 과소평가될 가능성이 큰 만큼 보수적인 미래 전망을 부도율에 반영해 충분한 규모의 충당금이 적립되도록 협조해 달라"고 말했다.
이는 당국이 금융권에 지금보다 높은 충당금 적립비율을 요구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 원장은 국가 신뢰도와 직결되는 외화유동성 관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외화차입 여건이 악화하는 가운데 거주자 외화예금은 줄고 기업 외화대출 수요는 늘고 있어서다. 또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와 새 정부가 추진하는 대출규제 완화에 대한 대비도 당부했다.
그는 "중장기 외화자금 선제 조달 등으로 외화조달구조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해외점포의 거주자 외화대출 등 불요불급한 대출은 자제해 달라"며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안착으로 대출 증가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실수요자 애로 해소를 위한 단계적 규제 정상화가 차질 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전산‧내규 등 준비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특히 가파른 금리 인상과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출구전략 과정에서의 취약차주 관리를 위해 정부뿐 아니라 은행도 자체적으로도 지원을 해달라는 주문도 내놨다. '저신용‧다중채무자‧고DSR' 차주 등은 채무상환능력 변동을 밀착 모니터링해 선제적으로 채무상담과 맞춤형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 차원에서 서민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고금리대출을 저금리로 전환해주는 프로그램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지원 규모에 한계가 있다"며 "은행 자체적으로 대출금리 급격한 인성 조정 시 연체가 우려되는 차주 등에 대해선 해당 은행의 다른 저금리대출로 전환하거나 금리조정 폭과 속도를 완화하는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예대금리차 확대 비판에, 내부통제 강화도 강조
이복현 원장은 은행들이 과도한 예대금리차 확대로 이익을 늘리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 공약 중 하나인 예대금리차 공시 확대를 위해 현재 금융당국은 은행권과 함께 예대금리 산정체계와 공시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이 원장은 "금리는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되지만 금리 상승기에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은행들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금리를 더욱 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산정‧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들어 반복되고 있는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부분도 짚었다. 금감원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금융사고 검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해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 원장은 "금융산업은 고객 신뢰가 생명이므로 금융사고에 더욱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최근 자산시장 가격 급등락으로 금융사고 발생 위험이 커질 수 있어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는 만큼 자체점검을 확대하고 내부통제 조직과 역량 강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