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이 뛰어서 손해보험사들이 웃는대요. 사실 올해 초만 해도 손보사들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서 벗어나면 자동차 보험 손해율이 높아질 것이라며 앓는 소리를 했었죠. 하지만 이런 예상은 빗나갔어요.
코로나로 묶인 발이 풀린다는 기대와 함께 세계적으로 유가가 오른 게 변수였죠. 감염 걱정을 털어내고 여기저기 나서려던 발걸음이 기름값에 또 막힌 거죠. 주유소 앞에서 리터당 2000원 넘는 휘발유·경유 가격 안내판 보고 멈칫한 적 있으시죠? 기름값이 부담스러운 운전자들이 나들이를 줄이니 차량 운행도 줄고, 사고 역시 감소하게 된 겁니다.
그러니 자동차 사고가 났을 때 손해보험사들이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도 줄어들고, 손해율도 낮아진 것이죠. 손해율이란 '지급보험금 등 발생손해액이 해당 기간의 경과보험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말해요.
손해보험업계에서 수집한 올해 상반기 국내 10개 손보사들의 자동차 보험 손해율을 단순 평균값(각 사별 가입자 수가 다르니 평균은 아닙니다) 내보면 80.7%입니다. 작년 상반기 10개사 손해율 단순 평균값이 82.7%인 것과 비교하면 2%포인트 낮아진 거죠.
대형 보험사들이 주축이었죠. 자동차 보험 점유율 상위 4개사 중 KB손보는 78.8%→75.9%, 삼성화재는 79%→76.3%, DB손해보험은 78.2%→76.5%, 현대해상은 79.6%→78% 등으로 손해율이 낮아졌습니다.
지난해에도 예년보다 손해율이 개선된 것을 감안하면 손보사들은 올해 자동차 보험에서 더 많은 이익을 내게 된 것입니다.
자동차 보험은 통상 손해율이 80%를 넘지 않으면 해당 보험사에 흑자가 된다고 하는데요. 낮은 손해율을 바탕으로 실적도 괜찮게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21일 실적을 발표한 KB손보의 2분기 순이익은 2963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78%나 늘었다고 해요. 다른 이유(빌딩 매각이익 등)도 있기는 하지만요.
중형 손보사들 가운데 롯데손해보험의 경우 작년 상반기 87.4%였던 손해율이 올 상반기는 77.7%까지 무려 9.7%포인트나 떨어졌어요. 한화손해보험도 작년 80.5%에서 올해 73.7%로 6.8%포인트 손해율을 낮췄고요. 2분기 실적이 얼마나 잘 나올지 기대되는 대목이죠.
하지만 와중에 그렇지 못한 보험사들이 있어요. 온라인 보험사인 하나손해보험은 작년 상반기 84%였던 손해율이 올해는 오히려 87.5%로 3.5%포인트 상승했고요. 중소형사인 MG손해보험의 경우 작년 95.1%에서 올해 99%로 손해율이 3.9%포인트 뛰었죠. 왜 그럴까요?
이유는 먼저 온라인사나 중소형 손보사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우는 것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급되는 보험금이 대형사와 비슷하다면 보험료가 저렴한 소형 보험사가 손해율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손해율의 '분모(해당 기간의 경과보험료)'가 작다는 거죠.
게다가 손해율의 '분자'도 더 클 수 있습니다. 가입자 수에 비해 보험금이 나가는 경우가 잦거나 지급 보험금이 많기도 하다는 겁니다. 이 관계자는 "보험료가 저렴한 중소형, 온라인 보험사는 상대적으로 사고가 잦은 젊은 층 운전자 가입비율이 높다"며 "사고 위험이 높아 보여 대형사들이 인수를 꺼리는 운전자도 중소형사들은 받아주는 경우가 적잖다"고 설명합니다.
반면 대형사들은 중장년층 가입자가 많아 사고율이 상대적으로 낮고, 보험 심사(언더라이팅)에서도 강점이 있죠. 가입자나 사고 상대측의 보험 사기도 잘 잡아낼 수 있는 겁니다. 손해율을 낮출 수 있는 역량을 오랜 업력과 풍부한 자금력, 인력으로 갖추고 있다는 얘깁니다. 자동차 보험에서 '부익부 빈익빈'이 나타나는 이유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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