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또 한번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오는 9월 코로나19 금융지원이 종료되면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대규모 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배경이다.
실제 최근 발표되는 금융회사의 건전성 지표는 점점 악화하는 모습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코로나19 금융지원이 종료되는 채권중 일부분만 부실이 발생해도 연쇄적으로 충격파가 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점점 안좋아지는 현재 상황
지난 4월 기준 신한, KB국민,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은 평균 0.304%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0.032%포인트 상승한 수준이다.
전체 대출중 0.3%만 연체가 되고 있어 안심할 수준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금융권에서는 경계수준이라는 반응이다. 은행들은 그간 연체율을 0.2%내에서 관리해왔다.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지만 연체율이 0.3% 위에서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 모습이다.
특히 은행의 대출연체율은 '가장 우량한 채권자'들에게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봐야 한다. 상대적으로 비우량 채권자로 분류가 가능한 중·저 신용자들의 경우 빚을 갚아나가기가 더욱 벅차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실제 중·저신용자에게 자금을 집중 공급하는 저축은행, 상호금융, 카드사, 캐피탈사 등의 연체율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1분기 이들 업계 연체율을 살펴보면 △저축은행 5.07%, △상호금융 2.42% △카드사 1.53% △캐피탈사 1.79%로 집계됐다. 지난해 4분기에 비해 많게는 1%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빚을 갚지 못해 금융사들이 매각 혹은 상각에 나서는 등 '포기'하는 채권의 규모도 늘고 있다. 올해 1분기 모든 금융권에서 매각 혹은 상각한 대출채권 규모는 2조원 가량으로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두배 이상 늘었다. 이 경우 금융사의 건전성은 좋아지기 때문에 현재 금융상황이 안전하다는 일종의 착시가 발생할 수 있다.
통상 금융사가 매각하는 대출 채권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주로 넘어간다. 캠코는 정부(기재부, 국토부)와 국책은행(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및 민간 금융회사가 출자해 만든 부실자산 관리 및 청산, 구조조정 지원 등 자산관리 전문 기관이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 한 관계자는 "캠코에 매각되는 채권은 매우 낮은 가격에 매각되고 이후 캠코에서 정부 정책방향에 따라 채무지원에 나서게 된다"라며 "따라서 사실상 정상화를 상정하고 있기 때문에 캠코에 매각되는 대출채권 규모에 대해서는 주목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캠코 등에 대출채권을 매각하면 금융사의 연체율, 건전성비율 등은 좋아지겠지만 부실화하는 대출 채권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라며 "연체율 등 당장 눈에 보이는 수치에만 주목해서는 안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9월 이후' 걱정되는 이유
특히 금융권에서는 오는 9월 이후 부실화하는 대출채권이 급격하게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오는 9월에는 2020년 4월부터 시행되던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에 대한 코로나19 금융지원이 종료된다. 이 금융지원은 대출 만기연장 혹은 이자상환유예 등의 방식으로 진행됐다. 금융당국이 예상하는 지원 대상 종료 여신 규모는 약 85조3000억원이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여신에 대한 지원이 당장 종료되는 것은 아니며 금융사와 차주간 추가 협의를 통해 만기연장, 이자 상환 유예 등을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금융권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은행 여신 관리부서 관계자는 "코로나19 금융지원 대상이었던 차주들의 경우 대출을 갚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으로 보고 있다"라며 "은행 입장에서도 추가 협의를 통해 최종 만기와 이자 상환의 기간을 정하겠지만 이마저도 힘들다고 판단되는 여신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금융지원 종료 여신중 1%만 추가 지원이 안된다고 해도 금융권에서는 8000억원이 넘는 대출이 부실화 하는 것"이라며 "이는 한 은행의 전체 고정이하여신 규모에 해당한다"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부실화하는 대출이 늘어났을 때 경제에 미칠 파급력이다. 현재 경기가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출상환을 포기해 회생에 돌입하는 대출차주들이 늘어날 경우 경기는 더욱 빠르게 침체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금융사 대출 부실의 영향을 이들의 문제로만 한정해서는 안된다는 시각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