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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9월 위기설 실체]③균열은 '밑'에서 시작된다

  • 2023.06.18(일) 14:02

'빚내서 빚막은' 다중채무자…부실 시발점 우려
다중채무자 비중높은 2금융권 관리 필요

금융권에서 부실과 관련해 가장 우려하는 대출차주는 바로 '다중채무자'다. 여러 곳에서 대출을 받은 대출 차주들은 상대적으로 이자 부담이 큰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빚을 갚을 여력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다중채무자가 보유하고 있는 대출중 하나가 부실화 된다면 다른 대출도 부실화되는 도미노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가 되는 대목이다. 이는 제2금융권에서 시작된 부실이 은행 등으로 옮겨붙을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특히 가장 부실 우려가 높은 소상공인 대출의 경우 절반 가량(차주기준)이 다중채무자인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금융지원이 종료되고 상환이 시작되는 9월에 대출 부실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되는 이유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다중채무자 폭탄 째깍째깍

지난해말 기준 3개 이상의 대출상품을 활용한 다중채무자의 대출은 가계대출중 약 10%, 자영업대출중 약 70%가량인 것으로 집계됐다. 금액으로 따져보면 약 700조에 가까울 것으로 추산된다. 

자영업자 다중채무자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이유는 코로나19에 이어 물가상승세,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불황의 터널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경기가 안좋지만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려 연명해 왔다는 얘기다. 

나아가 가계대출 다중채무자중 일부는 '개인' 자격으로 대출을 더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사업허가를 받은 사업장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만큼 받아 가계대출로 분류되는 개인신용대출을 추가로 받았을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80조원에 달할 것으로 육박하는 코로나19 금융지원 대상 자영업자중 적지 않은 차주들이 다중채무자일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경우 금융당국의 권고대로 코로나19 지원 대상 대출은 만기연장, 상환유예 등을 금융회사와 합의해 연장하더라도 다른 대출의 경우 지원 대상에서 배제된다. 금융지원 종료가 이자부담을 완전히 해소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는 이유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다중채무자들은 상당수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은행의 경우 깐깐하게 대출을 심사하기 때문에 여러곳의 대출이 있으면 추가 대출 승인이 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다. 자연스럽게 은행 대출 외에 추가 자금이 필요할 경우 제2금융권의 문을 두드렸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저축은행, 카드사, 캐피탈사, 상호금융 등의 고객 중 다중채무자 규모는 약 60%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제2금융권의 경우 소액 대출을 적극 취급하고 있으며 다중채무자들 역시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제2금융권의 소액대출을 적극 활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다중채무자들이 가장 빚을 많이 진 곳은 은행 등 제1금융권으로 보이며 제2금융권의 대출은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제2금융권의 대출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기 때문에 소액이라고 하더라도 이자부담이 높을 수는 있다"라며 "빚을 빚으로 돌려막았다는 얘기는 하나의 대출을 잘 갚지못하기 시작한다면 다른 대출도 갚기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시나브로 나타나는 다중채무자 부실

지난 1분기 제2금융권의 연체율을 살펴보면 △저축은행 5.07%, △상호금융 2.42% △카드사 1.53% △캐피탈사 1.79%로 집계됐다. 코로나19가 대유행하던 2020년 1분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제2금융권은 업계 연체율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고있다. 코로나19가 대유행하던 시절보다 부실화하는 대출이 더 늘어날 것이란 얘기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아직 2분기가 다 지나진 않았지만 1분기와 비교해 연체율이 높아지는 모습"이라며 "추이를 지켜봐야 겠지만 당분간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확한 통계는 집계되고 있지 않지만 연체차주들의 정보를 보면 다중채무자부터 연체가 진행되는 모습"이라며 "다중채무자의 부실은 점점 더 빨리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실제 이윤수 서강대학교 교수는 지난 14일 있었던 한국금융학회 특별정책심포지엄에서 "연체율에 선행하는 잠재 부실률을 보면 전체 가계대출 보유 차주에서는 크게 증가하지 않았지만 취약한 차주의 경우는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윤수 교수가 말하는 취약차주는 신용점수가 낮거나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채무를 지닌 다중채무자다. 그는 이들의 연체율이 그간 20%대에 머물다가 올해 1분기 말에는 23.6%까지 상승했다고 짚었다. 

정부 역시 제2금융권의 연체율 상승에 대해서는 경계하는 모습이다. 

지난 15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일부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다"라며 "필요한 경우 시장안정 조치를 적기에 시행하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금융권 전체의 건전성을 관리감독하는 금융감독원 역시 제2금융권 현장조사에 돌입하며 연체율 현황을 들여다보고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같은날 있었던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제2금융권의 연체율이 당분간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에 대한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제 2금융권 한 관계자는 "일부 대형사를 제외하고는 대다수 금융회사가 상황을 충분히 감내할 여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채무자와 채권자를 동시에 지원하는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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