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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네' 점점 좁아지는 금감원 퇴직자 취업문

  • 2023.06.22(목) 10:56

NH농협생명 신임 감사에 이종욱 전 대구지원장
인사혁신처 심사 낙방·상근감사 폐지 추세

금융감독원 퇴직자들의 금융사 재취업이 어려워지고 있다. 인사혁신처 재취업 심사에서 낙방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보이는 데다, 전유물로 여겨졌던 상근감사 자리도 점점 없어지는 추세여서다. 통상적으로 금감원 출신들이 가던 보험 유관 기관장까지 전직 국회의원이 선임되는 등 경쟁이 더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그래픽=비즈워치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NH농협생명은 신임 상근감사로 이종욱 전 금융감독원 대구지원장을 선임했다. 문재익 전 상근감사의 퇴임에 맞춘 후임 인선 작업에서 이 전 국장과 류명하 금감원 정보화전략국 정보화업무지원관의 2파전 양상이 벌어졌다는 후문이다.

이 전 지원장의 낙점은 농협생명이 최근 금감원으로부터 '경영유의' 개선조치를 받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사회가 보험업과 관련한 경력이 없거나 미흡한 농협중앙회 및 농협은행 출신들로 채워져 있어 금감원의 지적을 받았는데, 경력 대부분이 IT쪽에 쏠려있는 류 전 국장의 인선에 부담을 느낀 것이다.

이 전 지원장과 류 지원관은 모두 보험감독원 출신이다. 하지만 △생명보험서비스국 부국장 △보험조사실장 △손해보험검사국장 등을 역임한 이 전 지원장과 달리 류 지원관은 △IT검사실 팀장 △정보화전략실 팀장·부국장 △충남·충북도청 파견(실장급) △정보화전략국장 등 보험업과 동떨어진 권역에 주로 몸담았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한직으로 물러나긴 했지만 류 지원관이 아직 금감원에 적을 두고 있다는 점을 농협생명이 우려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이 전 지원장의 경우 이미 금감원 퇴직 후 3년이 지나 인사혁신처 취업심사를 통과하기 수월했다는 전언이다.

실제 재취업 심사에서 금감원 퇴직자들이 잇달아 낙방하고 있다. 이달 초 인사혁신처는 롯데손해보험 감사로 내정된 황대성 전 금감원 부국장의 재취업 심사를 취업제한으로 결론 내렸다. 황 전 부국장은 퇴직상태지만, 현직에 있을 때 롯데손보와 관련된 민원을 다룬 적이 있어 이해상충 해석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취업심사 대상자는 퇴직전 5년간 소속했던 부서·기관의 업무와 밀접한 곳에 3년간 취업이 제한된다. 다만 황 전 부국장은 해당 민원이 결국 취하된 바 있어 이달 취업심사 재도전에 나설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올초 이응욱 전 금감원 자문역이 보험대리점(GA)인 지에이코리아 상근감사직에 취업제한 판정을 받았다가 재도전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고 했다. 

아울러 이종환 전 금감원 국장은 KB손해보험 감사총괄(상근감사)에 내정 돼 있었지만 인사혁신처 취업심사에서 두 번이나 떨어졌다. 결국 4월 김철영 전 금감원 보험소비자보호국장이 KB손보 감사총괄 자리에 대신 선임됐다.

/그래픽=비즈워치

금융사 가운에서도 특히 보험사 상근감사는 금감원 출신 인사들의 재취업 자리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퇴직 후 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호소가 나온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따라 사외이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를 설치한 금융회사는 상근감사를 별도로 두지 않아도 돼서다. 과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상근감사를 감사위원회로 전환했고, 신한생명(현 신한라이프)과 푸르덴셜생명(현 KB라이프생명)도 상근감사 대신 이사회 내부 감사위원회를 설치했다.

여기에 대체적으로 금감원 인사들이 가는 자리였던 GA협회장도 3선 출신 정치인인 김용태 전 국민의힘 의원이 꿰찼다. 금감원 출신이 금융사로 재취업하는 길이 그만큼 좁아지고 물밑 경쟁도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아울러 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경험이 많은 노련한 금감원 출신 퇴직자를 감사로 원하는 보험사들도 인사 물색에 난항을 겪고 있다.

다만 한쪽에서는 금융당국 출신의 금융사 이직 제한이 더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공익과 사익의 이해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재취업심사제도의 취지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보험사들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초빙한다는 이유를 대고 있지만 결국 당국제재의 '방패막이용' 인사 영입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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