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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금융인'…금융당국 출신 줄줄이 보험사행

  • 2023.03.01(수) 08:31

삼성생명, 금융위 과장 임원 영입 추진중
KB손보·생명, 감사임원에 금감원 전 국장 내정
"금융당국과 가교 역할"…"남아도 비전 없다"

금융당국 출신 인사들이 보험사 임원으로 줄줄이 자리를 옮기고 있다. 인물들 하나하나 살펴보면 허리급인 금융위원회 과장부터 금융감독원 고위직까지 퇴직행렬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한동안 잠잠했던 금융권에 관치논란이 재점화되며 금융사들의 관출신 인사 영입 수요가 늘어나는 모습이다. 관피아(관료+마피아)와 금피아(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마피아)의 부활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당국 내부적으론 인사적체에 따른 피로감과 과중한 업무 부담, 비전 부재 등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비즈워치

눈에 띄는 금융당국→보험사 이직 사례

1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와 금감원 인사들이 보험사로 이동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엔 금융위 A과장이 삼성생명으로 이동할 것으로 전해진다. 인사혁신처 퇴직공직자 취업 심사를 통과하면 삼성생명에서 대관을 담당하는 정책지원팀장(상무)으로 일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대외업무를 총괄하는 이길호 삼성생명 기획실장(부사장)이 정책지원팀장을 겸직하고 있는 상태다.

KB손해보험 감사총괄(상근감사) 자리에는 이종환 전 금감원 국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국장은 생명보험분쟁조정팀 선임검사역, 공보실 수석조사역, 보험감독국 건전경영팀장, 강원지원장, 특수보험팀장, 상시감시팀장 등을 거쳤다. 금감원 출신인 서경환 현 감사총괄의 임기가 오는 3월 마무리되면 후속 인사가 날 전망이다. KB라이프생명 감사총괄 집행임원 자리에도 금감원 전 국장이 내정됐다는 후문이다.

주요 보험사 곳곳에 금융당국 출신 인사들이 자리하고 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난 1월 박흥찬 전 금감원 국장을 부사장으로 발탁했다. 박 부사장은 보험영업감독팀장, 보험조사국장, 광주지원장 등을 역임했다. 자회사인 메리츠화재에는 선욱 전 금융위 부이사관과 서수동 전 금감원 부국장이 각각 ESG경영실장과 부사장을 맡고 있다. 최근엔 장관급 거물 인사 추가 영입을 추진 중이라는 뜬소문도 나돌고 있다.

삼성화재의 경우 지난해 말 권기순 전 금융위 행정전문관이 장기상품개발 파트 임원으로 복귀했다. 권 전 전문관은 2005년부터 2012년까지 삼성화재에서 근무한 바 있다.

"검사·분쟁 방패막이" vs "인사적체 차라리 민간이…"

금융당국 인사들의 민간기업 이직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 이유는 그 어느 때보다 금융사와 당국간 소통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은행권 성과급 잔치 논란에서 보험업계도 안전하지 않을뿐더러, 일부 보험사의 경우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관련 부실 우려가 여전하다.

가파른 금리상승 등으로 유동성 및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질 조짐인 회사도 적지 않다. 보험업계를 둘러싼 법규와 제도개선 등 정책 대응과 금융당국과 원활한 소통을 이끌 인물들이 더욱 필요해졌다는 설명이다.

일찌감치 민간에서 길을 찾으려는 금융당국 인사들의 니즈도 맞물렸다. 만연한 인사적체와 과중한 업무, 그에 따른 보수나 복리후생은 민간 금융사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금감원의 경우 감사원으로부터 지속적으로 팀장직급을 줄이라는 압박을 받고 있어 20년을 일해야 50대에 겨우 팀장을 달 수 있다"며 "이럴 바엔 조직에 남는 것보다 민간으로 이직하는게 훨씬 낫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한쪽에서는 관료출신 인사 선임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이들이 금융당국과의 다툼이나 검사 과정에서 이른바 '방패막이'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직 인사들이 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며 금융당국과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건 공직자 윤리 관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관치 그림자가 짙어지면서 금융사들 입장에선 정보가 빠르고 전문성도 갖춘 관출신 인사 영입을 선호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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