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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대신 '상생' 택한 하나·우리금융

  • 2023.08.03(목) 08:47

[워치전망대]
하나·우리금융, 상반기 순이자마진(NIM) 하락
이자이익 극대화 포기…주가에는 부담

올해 상반기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의 순이자마진(NIM)이 두 분기 연속 뒷걸음질 쳤다. 이 기간 시장금리가 상승했고, 금리상승의 효과를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영업기반을 갖춘 은행들이란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두 회사는 표면적으로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조달금리도 함께 오른 영향"이라고 설명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주문하고 있는 '상생금융'을 우선으로 두면서 수익성 약화를 감내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하나금융지주의 순이자마진은 1.84%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우리금융지주의 순이자마진은 1.85%였다. 올해 1분기와 비교해 하나금융지주의 순이자마진은 0.04%포인트, 우리금융지주의 순이자마진은 0.06%포인트 후퇴했다. 

반대로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농협금융지주는 순이자마진이 상승했다. 올 2분기 KB금융지주의 순이자마진은 2.10%, 신한금융지주는 2.00% 그리고 농협금융지주는 1.98%를 기록했다. 1분기와 비교해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는 0.06%포인트 상승했고 농협금융지주는 0.02%포인트 상승했다.

5대 금융지주의 상반기 순이자마진 상승은 '기정사실'로 여겨졌다. 한국은행은 올해 1월 이후 기준금리 인상을 중단했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상반기 4차례(2월, 3월, 5월, 7월)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시장금리가 차츰차츰 상승한 영향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이자이익을 더 늘릴 여건이 조성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의 순이자마진이 낮아진 것에 대해 두 회사는 '조달금리'가 상승한 탓이라고 설명한다. 금융회사는 일정금액의 이자를 주고 돈을 마련해 이를 다시 대출해 주는 방식으로 돈을 번다. 그런데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이렇게 조달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상반기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 6월 30일 은행채(3년물, AAA등급)금리는 4.196%였다. 1분기 마지막 거래일인 3월31일 금리는 3.786%였다. 3개월간 0.41%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조달금리가 상승하더라도 금융회사는 대출과 같은 이자부자산에 적용하는 금리를 올린다. 통상 조달금리 상승으로 인한 비용 상승을 상쇄하도록 상품이 구조화돼 있다. 다시 말해 두 금융회사의 순이자마진이 하락했다는 것은 조달금리가 오른 만큼 대출 상품의 금리를 올리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여기엔 금융당국이 최근 주문하고 있는 '상생금융'이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이 회사 관계자들 역시 "어려울 때 우산을 뺏지 않는다는 말을 지키기 위해 대출금리를 큰 폭으로 끌어올리지 않은 영향이 있다"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 두 금융지주는 지난 3월 핵심 계열사인 은행을 필두로 일부 대출 금리 인하, 이자 감면 등 이자이익을 포기하는 '상생금융'지원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연간 지원 규모만 1000억원을 뛰어넘을 것으로 관측된다. 

회사가 이자부 자산을 통해 벌어들인 이자수익과 이자 명목으로 나가는 이자비용의 흐름을 살펴보면 이는 더욱 명확해진다. 

올해 상반기 하나금융지주의 이자수익은 11조2277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6조7428억원 대비 66.5% 늘었다. 하지만 이자비용은 6조8206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2조4229억원과 비교해 181.50% 증가했다. 

우리금융지주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올해 상반기 우리금융지주의 이자수익은 9조978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6조2130억원과 비교해 60.6%늘었다. 이자비용은 5조565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2조1100억원 대비 163.7% 늘었다. 

반면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는 이자수익 증가율이 50% 수준으로 비슷했지만 이자비용 증가율은 130%대로 두 회사에 비해 낮았다. 

이를 두고 두 금융지주의 수익성 훼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눈치 보다가 실적이 악화하면 그 피해는 주주들에게 전가된다는 평가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회적인 의미는 있다지만 금융회사는 엄연한 민간 기업인데 수익성 악화를 당연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지난 1일 종가 기준 하나금융지주의 주가는 3만9900원, 우리금융지주의 주가는 1만1700원이었다. 두 금융지주의 주가는 연고점 대비 각각 25.14%(하나금융지주, 1월26일, 5만3100원), 13.20%(우리금융지주, 1월 27일, 1만3480원) 하락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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