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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넥타이' 푸는 윤종규 KB 회장의 소회

  • 2023.09.25(월) 15:10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11월 퇴임
1등 금융그룹 탈환 재임기간 최대 공으로 꼽아
낡은 규제·지나친 당국 간섭에는 '소신발언'

"노란색외에 다른 색깔의 넥타이를 해본 적이 없습니다. 노란색 피가 흐르는 것 아니냐는 농담도 있었습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말이다. 그는 지난 2014년 KB금융지주 회장 자리에 오른 이후로 노란 넥타이만을 착용해왔다. 윤 회장의 자부심과 책임감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그가 이제는 다른 색의 넥타이를 맬 수 있게 됐다. 오는 11월 KB금융지주 회장 자리에서 내려오게 되면서다. 그가 노란 넥타이를 매고 있던 지난 9년간 KB금융지주는 1등 금융그룹으로 성장했다.

윤 회장은 25일 서울 여의도 KB금융지주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9년간 회장을 역임한 소회를 밝혔다. 

25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진행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기자간담회.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윤종규의 3·3·3

윤종규 회장은 지난 2014년 취임한 이후 3차례 연임하면서 총 9년간 KB금융지주를 이끌어왔다. 윤종규 회장은 각각 재임기간 동안 다른 목표를 세워왔고 이를 이뤄내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처음 3년은 핵심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을 '리딩뱅크'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는 이른바 KB사태로 어수선해진 조직 분위기를 추스르기 위한 구원투수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 자리에 올랐다. 

당시 금융권에서는 그가 내부 단속만 잘 해도 성공한 CEO일 것이라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KB의 분위기는 좋지 못했다. 하지만 윤 회장의 목표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리딩뱅크', 즉 1등 은행의 탈환이었다. 

윤 회장은 "취임하면서 첫 목표는 주력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을 리딩뱅크로 돌아가도록 만드는 것이었다"라고 회상했다. 그는 결국 첫 임기 마지막해였던 2017년 부동의 1위 였던 신한은행을 제치고 '리딩뱅크' 타이틀을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두번째 임기를 시작했던 2017년 11월 윤 회장은 더 높은 목표를 세웠다. 비은행 계열사의 경쟁력을 끌어올려 '1등 금융그룹'을 만들겠다는 목표였다. 

기반은 첫번째 임기부터 마련했었다. 윤 회장은 지난 2015년 LIG손해보험, 2016년 현대증권을 사들였다. 두번째 임기기간인 2020년에는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성공하며 금융지주 포트폴리오 강화에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KB금융지주는 국내 금융지주중 가장 많은 수익을 내는 회사로 자리잡았다.

세번째 임기기간은 2020년부터 올해까지는 전 세계에서 알아주는 금융그룹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윤 회장은 "마지막 3년은 아시아 선도그룹을 목표로 했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코로나19 대유행 직전 인수했던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의 부실화는 아쉬운 대목으로 꼽았다.

윤 회장은 "부코핀 은행을 인수한 직후에는 전산 시스템 등 국내의 우수한 정보통신기술과 현지 강점을 더해 강한 은행을 만들고자 했었다"면서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부실채권이 늘어나면서 정상화가 더뎌진 측면이 있다"고 아쉬워했다.

이와 동시에 윤종규 회장은 KB금융지주가 국내 1등 금융지주이긴 하지만 여기서 안주해서는 안된다는 메시지도 보냈다.

그는 "리딩뱅크, 리딩금융그룹이라고 이야기는 하지만 세계적으로는 60위권에 불과하다"라며 "적어도 10위권 내에 있어야 하는데 60위권에 있다는 것에 대한 자괴감도 있다"고 말했다. 

낡은 시스템은 '직격'

윤종규 회장은 최근 불거지고 있는 관치금융 논란과 관련해 이에 대해 금융회사가 불평불만을 가져서는 안된다는 의중도 밝혔다.

윤 회장은 "금융산업은 원래가 규제산업이고, 예금보호를 (국가에서) 해주기 때문에 책무를 다해야 한다"며 "따라서 자본의 건전성과 수익성을 적절하게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LTV(주택담보인정비율)규제 같은 경우가 없었다면 현재의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됐을까, 가계부채의 질이 어떻게 됐을까를 생각해 봐야한다"며 "좋은 규제와 좋은 방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국내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낡은 규제를 해소할 필요가 있고 금융당국의 '참견'도 어느 정도 제한될 필요가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윤 회장은 "은행업의 본질은 이자장사지만 최근 경제상황을 봤을때는 이러한 여론을 겸허하게 돌아봐야 한다"라면서도 "은행에 책임으로 돌아오는 부분이 있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수수료 수익이 너무 적다"고 꼬집었다.

이어 "시장경제를 이야기할때 가격에 의해서 사람의 행동이 바뀐다고 한다"라며 "이런 부분에 대해서 합리화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현재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은행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는 여론이 커지는 것에 대해 은행도 정당한 방법으로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는 의미다. 은행 서비스에 대한 '무료' 인식을 정면으로 꼬집은 셈이다.

동시에 금융업이 디지털화 하면서 다양한 플레이어가 등장한 만큼 방카슈랑스와 같은 규제 역시 개선해 금융소비자들의 서비스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게 윤 회장의 설명이다.

이외에도 그는 해외 금융회사 CEO들의 임기를 설명하며 금융당국이 장수CEO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를 전했다.

윤 회장은 "S&P 500(스탠다드앤푸어스 500)에 속한 기업 CEO 재임 기간은 10년이 넘는다"며 "최근 미국도 행동자본주의가 강화하면서 CEO가 잘못하면 교체할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7년 이상은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과연 3년 혹은 6년마다 (CEO가 바뀌는)체계를 가지고 얼마나 적극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민을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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