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이 취임후 처음으로 강조한 그룹 핵심 분야는 '디지털'이었다.
전임 윤종규 회장 체제에서 KB금융 디지털 전략의 중심은 '디지털 넘버원 생활 플랫폼'이었다. 양 회장은 새로운 디지털 전략의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현재의 전략을 원점부터 다시 정비하겠다는 의중이 읽힌다.
양종희 회장 "디지털, 모두 재정비"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KB테크포럼'에 참석했다. 이 행사는 지난 2021년부터 핵심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이 주관해 개최하고 있는 KB금융지주내 디지털 전략 행사다.
주목할 점은 양종희 회장이 취임후 사실상 첫 공식석상에 나서 역량 강화를 주문한 행사가 '디지털' 분야라는 점이다.
양 회장은 취임사에서 향후 경영방침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고 KB테크포럼 직전 열린 KB 투자 컨퍼런스에 참여해 위기 대응 능력 등을 강조하긴 했다. 하지만 그룹 핵심사업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양 회장은 이날 "IT와 디지털은 더 이상 은행의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수단이 아니라 최전선에서 이끌어 나가야 하는 핵심 부문이 됐다"라며 "모든 비즈니스를 바라보는 관점을 대면에서 비대면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맞춰 상품, 사용자 인터페이스(UI), 사용자 경험(UX) 등 모든 고객 경험을 재정비해야 한다"며 "이러한 관점에서 역량을 강화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디지털을 강조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모든 것을 재정비하겠다는 양 회장의 의중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주요 시중은행 등 전통적인 금융회사의 디지털 플랫폼의 경쟁력은 인터넷 전문은행, 빅테크 기업 들에 비해 부족하다는 것이 중론"이라며 "양 회장 역시 이들에게 뒤지지 않도록 고객 관점에서 디지털 전략을 재정비할 것을 주문했다는 점에서 대대적인 리뉴얼 작업에 돌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KB의 디지털 경쟁력, 지금 그리고 미래는
KB금융지주는 지난 3분기 핵심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의 디지털 플랫폼 'KB스타뱅킹'의 월간 활성화 사용자수가 1162만명이라고 밝혔다.
4대 시중은행중에서는 1위 지만 금융권 전체로 따지면 MAU가 2000만명에 육박하는 카카오뱅크와 토스의 절반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KB국민은행이 국내에서 가장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존심을 구기고 있는 셈이다.
은행 한 관계자는 "MAU는 더 많은 가입자를 창출하는 근거 지표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향후 회사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담겨 있다고 보면 된다"며 "국내 시중은행들은 과거 대면 채널 시절 가입했던 고객들이 수동적으로 사용하고 있고 빅테크 기업은 고객들이 능동적으로 먼저 찾고 있다는 것이 객관적인 평가"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시중은행이 지금의 MAU에 안주하면 안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KB금융지주만의 강점은 분명히 있다. 전 금융권을 아우르는 사업 포트폴리오 가진 만큼 이를 하나로 뭉쳐 경쟁력을 단숨에 끌어올릴 수 있다. 실제 KB금융의 모든 디지털 플랫폼 MAU는 2600만명에 이른다. 금융권 전체로 따져보면 가장 많은 고객들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는 셈이다.
금융권에서는 KB금융이 현재 산재된 디지털 플랫폼을 하나로 아우르는 '원 앱' 플랫폼을 내놓는 순간 빅테크 기업들을 제치는 디지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은행 디지털 부서 관계자는 "토스 등이 금융소비자로부터 환영받는 이유중 하나가 하나의 앱에서 모든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수퍼앱 전략을 펼쳤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며 "금융지주는 각 계열사별 이해관계가 복잡해 단기간에 이 전략을 펼칠수는 없지만 KB뿐만 아니라 은행계열 지주 차원에서 이 방향을 중심으로 디지털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