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경영승계 구도와 제도에 변화의 바람이 불지 관심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오는 12일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을 만나 최고경영자(CEO) 선임절차 개선방안 등 지배구조 관련 모범관행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특히 그 동안 일부 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가늠자로 평가받던 지주 부회장 자리의 존폐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이복현 발(發) 지배구조 개선, 마침표 찍을까
금융권에 따르면 이복현 금감원장은 오는 12일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을 만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CEO 선임절차 등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모범관행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금융사고 발생 시 담당 임원의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한 책무구조도 도입과 관련된 내용도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책무구조도 도입이 골자인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취임 후 금융지주들의 차기 회장 선임 등 경영권 승계 과정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졌던 이복현 금감원장은 올해 금감원 업무계획에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을 포함하며 드라이브를 걸었다. 금융지주는 국민경제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깜깜이가 아닌 공론화를 통한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게 이복현 원장 생각이었다. ▷관련기사: 이복현 "금융사 지배구조 투명하게" 또 일침(2월6일)
이후 금감원은 은행권과 함께 금융지주·은행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 마련을 위한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운영해 왔다. TF 결과물을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에게 공개하는 셈이다.
이복현 원장은 최근 KB금융과 DGB금융 차기 회장 선정 절차에 대해서도 지적한 바 있다. 이복현 원장은 지난 10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KB가 상대적으로 잘하려고 노력한 것은 맞지만 CEO 후보 대상을 확정한 후 평가 기준과 방식을 정했다는 점에선 개선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도 금융지주의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영 승계 투명성을 높이려면 롱리스트 방식보다 소수 후보군을 우선 선정하고 상시적인 접촉으로 자질을 평상시에 검증하는 숏리스트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며 "경영진 책임소재가 분영한 운영체계 도입으로 지주회사 역할을 강화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관련된 제도 정비가 함께 수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KB·하나금융, 부회장 자리에 관심
그 동안 국내 금융지주 경영진 인사에서 관심사 중 하나는 부회장이었다. 차기 회장 1순위 후보군으로 꼽히는 인물들이 부회장에 등용되면서 그룹의 핵심 업무를 맡았던 까닭이다. 이를 통해 경영능력을 평가받고 승계가 이뤄졌던 것도 사실이다.
현재 국내 금융지주 중에선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가 부회장직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KB금융의 경우 지난해 조직개편을 통해 허인(글로벌·보험)·양종희(개인고객·WM·연금·SME)·이동철(디지털·IT) 등 3명의 부회장과 박정림 KB증권 대표(자본시장·CIB)가 각 사업 부문을 이끌었다. 3명의 부회장 가운데 양종희 부회장이 회장으로 선임됐고, 최근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회장 업무를 시작했다.
하나금융 수장인 함영주 회장도 부회장직을 역임한 후 회장 자리에 올랐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박성호·강성묵 부회장을 새로 위촉하면서 부회장 3인 체제로 복귀했다. ▷관련기사: 하나금융 삼두마차…'디지털' 박성호·'글로벌' 이은형·'비즈' 강성묵(22년 12월27일)
신한금융은 지난해 조용병 회장(현 은행연합회장)이 물러나고 진옥동 당시 신한은행장이 차기 회장 후보로 지명된 후 부회장직 신설 여부가 주목받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서도 경영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가 갖춰진 것으로 평가받았던 KB금융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면서 부회장 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양종희 회장 취임 후 그룹 내 주요 사업 부문을 이끌었던 허인·이동철 부회장과 박정림 대표가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달 말 예정인 계열사 CEO 인사와 그룹 조직 개편 등을 통해 지주 부회장 자리 존폐 여부가 드러날 예정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조직 개편이 어떻게 이뤄지느냐에 따라 부회장 체제가 유지될지 알 수 있다"며 현재는 변수가 많고 아직 확정된 것이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개별 금융사마다 지배구조 특성이 있어 결과에 차이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부회장 자리가 경영 승계를 염두에 뒀던 것은 맞지만 당국이 모범관행을 발표하면 큰 기준이 바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