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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힘들어도 '연체' 말아요

  • 2023.10.05(목) 06:11

대출 연체하면 3개월 부터 '빚 폭탄'
개인회생은 '최후의 보루' 돼야

경기가 녹록지 않은데 시장금리는 계속 올라가면서 빚을 갚기 힘들어 하는 가계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무슨일이 있어도 연체만은 하지 말것을 조언합니다. 다른 곳에서 소비를 줄이더라도 금융회사로부터 받은 빚을 최우선 순위에 두라고 조언하는데요. 

금융권에서 연체는 하지 말라고 하는 이유는 신용점수 하락으로 차후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불이익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빚의 굴레에서 더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쌓이는 빚을 감당하기 힘들 지경으로 이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연체해도…3개월 안에 꼭 갚으세요

직장인 A씨가 한 은행으로부터 1억2000만원의 신용대출을 만기 일시 상환방식, 금리 연 5%로 받았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A씨는 매달 이 은행에 이자로 50만원을 납부해야 합니다.

A씨는 최근 병원에 갈 일이 생겨 지출이 급격하게 늘었습니다. 이에 대출의 이자를 한달간 납부하지 못했네요. 그럼 한달 뒤 A씨가 내야하는 금액은 얼마일까요? 

애초 대출 약정에 따른 금리가 5%였고 두달치를 한 번에 납부해야 하니 원래대로 내야하는 이자만 100만원입니다. 여기에다가 은행은 받지 못한 이자에 3%가량의 금리를 얹어 연체이자율을 따로 산정합니다. 대출을 잘 갚지못해 은행이 돈을 제때 굴리지 못해 발생한 손실을 막기 위해섭니다. 이것이 바로 연체이자 혹은 지연배상금입니다. 

따라서 A씨는 연체된 이자 금액 50만원에 연 8%금리가 적용된 3333원을 연체 명목으로 지불하게 됩니다. 따라서 한 달 연체시 내야하는 대출이자 총액은 100만3333원이 되겠네요. 

1억2000만원이나 빌렸는데 한달 연체시 발생하는 이자가 3333원밖에 안된다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이러한 생각을 이어가는 것은 매우 안일한 생각입니다. 

은행은 통상 대출이 정상적으로 상환되지 않더라도 3개월 이전까지는 크게 비용을 전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3개월 이후가 되면 A씨가 대출을 잘 갚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보고 빌려준 대출금 회수에 박차를 가합니다. 만기가 도래하지 않았어도 원금을 회수하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기한이익상실'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A씨가 3개월 이후 연체시 납부해야 하는 빚의 부담은 더욱 커지죠. 만기까지 자금상환 계획을 세워놨을 텐데 당장 금융회사는 원금 전액을 회수하겠다고 나서니까요. 

그렇다고 3개월까지는 괜찮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이 기간동안 다른 금융회사들에게 연체정보가 공유되기 시작하고 신용점수가 점점 하락하게 됩니다. 이자를 내기 위해 금융기관으로부터 추가 자금 융통을 받기도 더 어려워지고요, 신용카드 사용이 정지될 가능성도 매우 높습니다. 

추심을 위해 걸려오는 전화때문에 쌓이는 스트레스 등 금융 외적인 부분까지 따지면 그 스트레스는 어마어마 할 겁니다. (드라마에서처럼 집이나 회사로 찾아와 빚을 갚으라고 난동을 부리는 행위는 불법입니다. 경찰이나 금융감독원에 신고하세요)

쉽게 생각하는 '개인회생'…심사숙고 해야

경기가 회복되는 속도가 좀처럼 빨라지지 않는데다가 금리가 연일 치솟고 있어 빚을 잘 갚지 못하는 대출차주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정말 빚을 갚기 힘들 경우에는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려 다시 재도약 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기는 합니다. 개인회생제도인데요.

개인회생제도는 법이 대출차주가 향후 3년이내에 빚을 얼마나 갚을수 있는 지를 분석하고 계획해 이 안에서 금액을 갚을 수 있게 해주는 금액입니다. 능력만큼만 갚을 수 있도록 해준다는 얘기입니다. 많게는 90%까지 빚을 탕감해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애초에 개인회생은 마지막 기회를 준다는 의미가 강합니다. 그런데요, 최근 빚을 갚지 못하기 시작하면 개인회생 먼저 알아보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코로나19가 끝나고도 경기가 회복되지 않자 정부가 다양한 금융정책을 펼치는 과정에서 '빚을 제대로 갚는 것이 바보'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 때문입니다. 

실제 법원통계월보 자료를 살펴보면 7월 기준 개인회생 신청은 1만384건으로 집계됐다고 합니다. 연중 9000건에서 1만건 가량이 유지되고 있는데요, 지난해 평균 신청건이 7000건 가량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확실하게 올해 들어 '부도' 선언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은행 한 관계자는 "개인회생으로 인해 은행이 포기하는 대출채권의 채무자 연령대는 20~30대가 가장 많다"라며 "개인회생은 일정 수준의 소득이 있어야 신청이 가능한데, 젊은 세대의 개인회생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경제상황이 녹록지 않은 것과 별개로 빚을 나라가 갚아준다는 잘못된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측면도 분명히 있어 보인다"고 우려했을 정도입니다. 

개인회생에 돌입하게 될 경우 찾아오는 불이익을 생각하면 어떻게든 빚을 갚아 나가기 시작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습니다. 개인회생에 돌입하게 될 경우 당장 신용카드 및 추가 대출 불가능 등 금융서비스에서 멀어지게 됨은 물론 신용점수 회복에 5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절차가 종료되더라도 금융서비스 접근성이 매우 떨어지게 됩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상생을 위해 채무를 재조정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니 빚의 부담이 크다면 해당 금융이관을 찾아가 채무 재조정을 상담하는 것이 유리하다"라고 조언했습니다.

대출을 받는 순간 우리는 사회적 약속을 하게 됩니다. 금융회사라는 대기업과 약속을 지키지 않는 대가는 생각보다 큽니다. 힘든날이 당분간은 이어질 수 있지만, 잠깐의 유혹에 사로잡히지 않고 버티다 보면 빚은 사라지고 빛만 가득한 날이 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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