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우리나라 가구당 평균 자산이 11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가격 하락으로 담보대출 등 금융부채는 줄어들었지만, 전·월세 선호도가 커지며 임대보증금이 증가, 전체 부채는 소폭 늘어났다.
주택가격 하락에…11년만에 줄어든 가구 자산
7일 한국은행이 통계청, 금융감독원과 공동 조사해 발표한 '2023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가구당 평균 자산은 5억2727만원으로 전년대비 3.7% 감소했다.
금융자산 평균은 1억2587억원으로 전년대비 3.8% 증가했다. 저축액이 5억5000만원으로 전년대비 3.4% 증가하고, 전·월세 보증금 또한 6억5000만원으로 전년대비 4.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실물자산은 4억140만원으로 5.9% 줄어들었다. 실물자산 중 71%를 차지하고 있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구당 평균 부채는 9186만원으로 전년대비 0.2% 증가했다. 금융부채 평균은 6694만원으로 전년대비 1.6% 감소했는데, 주택가격 하락 및 대출금리 인상 영향으로 담보대출(-0.7%), 카드대출(-10.6%) 등이 전체적으로 줄어든 영향이다.
반면 임대보증금 평균이 2492만원으로 전년대비 5.3% 증가하면서 가구당 평균 부채를 끌어올렸다. 1인가구가 증가하고, 주택가격이 하락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면서 전·월세 선호도가 높아진 데 따른 결과다.
상·하위 소득격차 좁혀져…상대적 빈곤율은 소폭 악화
2022년 가구 평균 소득은 6772만원으로 전년대비 4.5% 증가했다. 지난해 취업자수가 81만6000명 증가하는 등 경기와 고용상황이 개선되면서 근로소득이 6.4%, 사업소득이 4.0% 증가한 결과다. 반면 코로나 지원금 감소로 공적이전소득은 4.8% 감소했다. 공적이전소득은 공적연금, 기초연금 및 근로장려금 등 정부 지원금을 말한다.
분위별 소득 증감률은 △1분위 4.3% △2분위 5.6% △3분위 5.4% △4분위 4.9% △5분위 3.8% 등으로 모든 분위에서 증가했다. 가구주 연령대별로도 △30세 이하 3.3% △30대 3.5% △40대 6.0% △50대 3.2% △60세 이상 7.7% 등으로 모든 연령층의 소득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1분위의 사업소득과 공적이전소득은 전년대비 각각 2.1%, 0.8% 감소했다. 그러나 근로소득이 13.9% 증가하는 등 주요 시장소득이 증가하면서 총소득이 4.3% 늘어났다. 5분위는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각각 4.8%, 2.9% 증가했지만 공적이전소득이 3.8% 감소하면서 총소득이 3.8% 증가했다.
주요 분배지표를 보면, 소득분배 지표(지니계수)는 0.324로 전년(0.329) 대비 개선되면서 역대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상·하위 소득격차를 나타내는 5분위배율 또한 2021년 5.83배에서 지난해 5.76배로 2년 만에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소득 상위 20%가 하위보다 5.76배 더 벌었다는 의미다.
반면 상대적 빈곤율은 14.8%에서 14.9%로 소폭 악화했다. 상대적 빈곤율은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의 중위소득 50% 이하에 속한 인구 수를 전체 인구수로 나눈 비율로, 중위소득 50% 인구가 전체 인구 중 몇 퍼센트를 차지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민간 중심의 소득·분배 개선세가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경기회복의 온기가 취약계층에 미칠 수 있도록 고용·사회안전망 확충 노력을 강화하고 물가 등 민생안정에도 총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