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한해 전국 아파트값은 5.12%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에도 집값이 떨어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모두가 시장을 관망하는 상황에서 '내집마련'의 적기는 언제일지 수요자들의 고민이 깊어진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며 전국적으로 매매가격 하락이 예상되지만 서울 및 수도권을 중심으로 제한적 상승도 가능하다고 보고있다. 오는 4월 국회의원 총선거(총선)를 앞두고 발표될 부동산 정책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여부가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집값 떨어진다" 우세하지만…서울은 달라?
한국부동산원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2023년 들어 12월 넷째주(25일 기준)까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누적 변동률은 -5.12%로 집계됐다. 2021년(+13.25%) 이후 2022년 -7.22%를 기록한 뒤 2년 연속 하락세다.
2024년은 어떨까. 한국은행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2023년 1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12월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93으로 전월(102) 대비 9포인트 하락했다. 100을 하회한 건 5월(92) 이후 7개월 만이다.
주택가격전망 CSI는 현재와 비교해 1년 후 집값이 오를지, 내릴지에 대한 소비자들의 판단을 표현한 지수다. 100을 밑돌았다는 건 집값 하락 전망이 우세하다는 의미다.
한은은 '12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주택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는 진단도 내놨다. 한은은 "내년도 서울지역 입주물량 감소에 따라 전세가격이 상승할 경우 매매가격에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아파트 매물 증가 등은 주택가격 하방압력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민간 연구기관들도 대체로 내년 전국 집값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 및 수도권에 대해서는 소폭 하락 또는 제한적 상승을 예상했다. ▷관련기사: 내년 집값 오르는거야 떨어지는거야?…수도권 집값 엇갈린 전망(2023년 11월21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2024년 전국 주택 매매가격이 2% 하락할 거라고 점쳤다. 하락폭은 수도권(-1%)보다 지방(-3%)이 더 클 것으로 분석됐다.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은 1.5% 하락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수도권(-0.3%)과 지방(-3.0%)은 떨어지겠지만 서울은 1% 오를 거라 예상했다.
한국주택금융공사(HF) 산하 주택금융연구원(주금연)은 2024년 집값이 전국적으로 하향 안정화되는 가운데 상반기엔 서울 일부 지역의 집값이 일시적 상승을 보일 수 있다고 봤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건정연) 역시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1% 오른다고 전망했다.
하락 전망 속 '눈치보기'…변수는 금리·총선
기준금리 인하는 매매가격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지난해 7월부터 기준금리 5.50%를 유지하고 있는데 2024년부터 장기적으로 2.5%까지 인하할 계획이다. 지난해 1월부터 3.50%로 동결했던 한은도 FOMC 움직임에 따라 올해는 기준금리를 낮춰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기사: 금리 인상 종료 기대감 솔솔…한은 금리 언제 내릴까(2023년 12월14일)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인하 시점과 폭이 중요하다. 상반기에 내린다면 하반기에 또 내릴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로 인식돼 생각보다 (부동산 시장) 반등이 빨리 올 수 있다"며 "상반기에 집값이 하락해 매도인들이 호가를 내리면 매수자들이 유입되고 이후로 차츰 가격도 반등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시중금리가 떨어지는 과정에서 매수심리가 발동하고 투자자들이 은행에 두었던 자금을 부동산시장으로 적극적으로 옮겨올 것"이라며 "기준금리 인하는 하반기에 이뤄지겠지만 시중금리는 이보다 앞서 떨어질 것으로 보이며 이미 떨어지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정책도 주요 변수다. 최영상 주택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전반적으로 집값이 하락하는 가운데 공급 부족이 두드러지는 지역은 일시적 상승이 예상된다"며 "서울의 경우 재개발·재건축 규제가 완화되는 곳은 3~6개월 정도 가격이 잠깐 오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부동산 정책에 관심이 쏠리겠지만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이미 신생아특례대출 등 표심 공략 정책이 여럿 나왔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1주택자도 1.6% '신생아특례대출' 갈아탄다(2023년 12월27일)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총선으로 나올 수 있는 카드가 이미 많이 나왔다"며 "신생아특례대출은 무주택자가 주택을 구입하게 만드는 불쏘시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도 잔존하고 있다. 윤수민 전문위원은 "사실상 '총선이 크냐, PF가 크냐' 하는 싸움이다. 총선 효과는 PF 때문에 반감될 수 있다"며 "2024년 초부터 연쇄적으로 PF 부실이 나타나고 시장 전반적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인만 소장도 "시장에서 원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완화 등 정책은 안 나올 테고 지방 미분양 소진을 위한 혜택 정도가 예상된다"며 "총선 전에 PF 이슈를 손보긴 어려울 것 같고 총선 이후 태영건설과 같은 부실 사례가 여럿 나오고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고 봤다.
꼭 사야 한다면 상반기에…서울 저점 가능성도
윤수민 전문위원은 "하반기에 금리인하가 이뤄지면 시장을 관망하던 수요자들이 매수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전세가격 상승세와 금리인하가 복합적으로 수요를 진작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서울은 2024년 상반기, 3~4월이 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광석 실장은 "2024년 여름께가 적기"라며 "시중금리가 2022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는 흐름과 특히 주택가격전망 CSI라는 수요측 지표가 강한 상승을 연속으로 보일 때를 매수신호로 삼으면 된다"고 귀띔했다.
굳이 2024년에 집을 사기보다는 좀 더 시장을 관망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최영상 연구위원은 "당분간은 무리하지 말고 월세를 살면서 2~3년 정도 여유를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소득·자산 대비 부담 가능한 수준에서 빚을 내고, 그 범위 안에 집값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김인만 소장은 "2021년 고점 대비 30% 이상 떨어지면 사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기보다 가격이 중요하다. 아직 바닥이 안 지났고, 2024년에도 안 올 수 있다"며 "급매물을 사면 2차 하락이 오더라도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고 상승기에도 안전 마진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고점에서 30% 이상 떨어진 집이라면 사라"(2023년 12월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