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로스포츠 외국인 용병이나 감독의 탈세를 막는 방안이 마련됐다.
낮은 세율로 소득세를 떼는 장기계약을 해 놓고, 중도에 계약을 해지하거나 해외로 이적한 후 추가로 정산해 내야 하는 세금을 탈루하는 이른바 '세금먹튀'가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세법에서 '외국인 직업운동가'로 구분되는 사람들이다.
현재 외국인 직업운동가는 계약기간이 3년 초과이면 3.3%로 소득세를 원천징수하고, 3년 이하이면 22%를 원천징수한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계약기간과 무관하게 22%로 원천징수하게 된다.
기획재정부는 이같은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마련해 이달 말 국회에 제출한다고 5일 밝혔다.
# 국세 고액체납 용병만 22명…체납액 104억원
과거 외국인 직업운동가는 프리랜서들처럼 무조건 세금 3.3%를 떼고 연봉을 받았다. 실제 내야 하는 세금은 다음해 5월에 정산해서 종합소득세로 납부하는 식이다.
수억에서 수십억원의 연봉을 받는 외국인 용병들은 당연히 추가로 납부해야 할 세금이 훨씬 많다. 소득세 최고세율인 49.5%의 세금으로 정산해내야 하는 선수와 코치들이 상당수다.
하지만 세금을 정산하지 않는 사례가 쏟아졌다. 외국인 직업운동가의 특성상 시즌이 끝나면 본국으로 돌아가거나 다른 리그로 이적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미 짐을 싸서 나가버린 외국인들이 5월에 스스로 종합소득세를 신고할리 만무했다. 이런 사정을 고의로 활용하는 사례까지 더해지면서 이른바 세금먹튀는 기하 급수적으로 늘었다.
올 7월 현재 국세청 고액체납자명단에 올라 있는 국내 프로구단 경력의 외국인 스포츠 선수들은 모두 22명이나 된다. 이들이 체납한 세금만 104억1300만원. 모두 종합소득세다.
프로축구 전북현대 출신의 에두아르두는 가장 많은 11억6100만원을 체납하고 있고, 같은 구단에서 뛰었던 레오나르도도 11억5700만원의 세금을 아직 내지 않고 있다.
수원삼성, 전남드래곤즈, FC서울, 울산현대, 인천유나이티드, 제주유나이티드, 대전시티즌 등 다수 구단의 용병들이 고액체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프로야구에서도 마찬가지다. 삼성라이온스 출신의 팀 아델만(5억9700만원), 러프(4억9300만원), 롯데자이언츠 번즈(3억7800만원), NC다이노스 스크럭스(3억7700만원) 등이 종소세를 내지 않고 한국을 떠났다.
국세청은 1년 이상 2억원 이상의 세금을 체납한 경우에만 고액체납자 명단을 만들어 공개한다. 전문가들은 명단이 공개되지 않은 범위의 체납자까지 포함한다면 외국인 직업운동가의 세금먹튀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보고 있다.
# 3년 계약하면 봐줬더니 계약해지하고 튀어
외국인 직업운동가에 대한 과세허점이 명확하지만, 이들만을 위한 과세기준을 두기는 쉽지 않은 것이 문제다. 조세조약상 내국인과 외국인을 차별할 수 없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2019년부터 3년 초과의 장기계약을 하지 않는 경우에는 22%로 원천징수하도록 세율을 올린 것이 보완책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또 다른 꼼수가 등장했다. 3년 초과로 계약하는 선수들도 늘었지만, 우선은 장기계약을 해서 3.3%로 세금을 내고, 중도에 계약을 해지하는 식으로 추가세금을 내지 않는 사례가 생긴 것이다.
국제조세 전문가인 방준영 세무사(세무회계여솔)는 "세법의 맹점을 악용해 계약은 장기로 맺어두고, 계약기간 중 타국으로 이적해서 종합소득세를 확정하지 않고 출국하는 경우가 생겨났다"며 "또한 계약해지를 통해 잔여연봉을 사업소득(3.3%)으로 지급받고 출국한 경우도 국세청이 세금을 거의 걷지 못하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올초 경질된 클린스만 전 국가대표축구팀 감독의 경우에도 3년 초과의 장기계약(연봉 약 29억원)을 통해 소득세 3.3%만 원천징수로 납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기 1년도 못 채우고 해임됐지만, 최초 장기계약(3년5개월)을 했기 때문이다.
클린스만 전 감독은 위약금으로 받은 70억원에 대해서도 원천징수세금(기타소득 22%) 외에 내년 5월에 49.5%의 최고세율로 종합합산신고를 해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실제 자진납부 여부를 알 수 없다.
# 무조건 22% 떼더라도 추가세금 징수는 '글쎄'
정부는 외국인 직업운동가에 대한 원천징수규정에서 3년 계약기간 조항을 삭제하고 계약기간에 상관 없이 모두 22%로 원천징수 하는 방안을 내 놨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실제 계약기간이 3년 이하임에도 3년 1개월로 계약하는 등 3년 초과로 계약기간을 조정해서 3.3% 원천징수세율을 적용받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며 "2019년부터 일부에 적용되던 22% 세율을 전체로 확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22%세율로 원천징수하더라도 최고세율을 적용받는 고액연봉의 외국인 직업운동가들에 대한 허점은 여전히 남는다. 납세자 스스로 종합소득 합산신고를 하지 않고 외국으로 출국한 경우에는 추가세금 징수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방준영 세무사는 "이번 세법개정으로 확정신고 불이행에 따른 세금 일실이 어느 정도는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합산신고에 따른 세법상 맹점은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