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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뱅과 지방은행이 만나면?…'함께대출' 주목받는 이유

  • 2025.01.13(월) 10:57

토스뱅크·광주은행 '함께대출' 5500억원 판매
협업 덕에 대출 문턱 낮추고 금리도 내려
당국도 권유하는 협업모델…카카오뱅크 도전장

인터넷전문은행(인뱅)의 기술과 지방은행의 자금력·노하우를 적용한 '공동대출'이 시장에서 관심을 얻고 있다. 낯선 조합임에도 높은 접근성과 경쟁력 있는 금리를 통해 소비자를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금융당국은 올해 인뱅과 지방은행의 주요 과제로 '협업'을 제시했다. 지방은행은 지방 경기 침체, 낮은 디지털 접근성 등으로 기업 및 가계 금융에서 모두 고전하는 상황이다. 인뱅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중·저신용자 등을 위한다는 설립 취지에는 못미친다는 지적이 많다. 협업을 통해 돌파구를 찾아낼지 주목된다.

함께 하니 소비자 관심 쑥

토스뱅크에 따르면 작년 8월 광주은행과 함께 출시한 '함께대출' 판매액은 10일 오후2시 기준 5527억원에 달한다. 출시한 지 6개월이 채 안 된 상황에서 1만7000여 명이 몰렸다.

함께대출은 국내 최초로 인뱅과 지방은행이 함께 실행하는 대출상품이다. 소비자가 토스뱅크 앱에서 대출을 신청하면 각 은행이 함께 대출한도와 금리를 결정한다. 직장인 신용대출 상품이며 한도는 최대 2억원이다. 대출금은 토스뱅크와 광주은행이 절반씩 분담한다.

해당 상품은 작년 6월 금융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뒤 같은 해 8월 처음 출시됐다. 두 은행은 △판매채널 다각화 △신용평가모형 상호 보완 △대출시장 경쟁 촉진 등의 성과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출 심사가 정교해지면서 더 많은 소비자가 대출을 승인받았다. 광주은행은 기존 평가모형 하에선 대출이 어려웠던 1500명의 고객이 함께대출을 이용했다고 밝혔다. 이용 고객 중 중견, 중소업체 근무자의 비중이 54%로 크고, 2030 청년 차주(40%)도 전국 평균보다 높은 비율로 이용했다.

고객 모집 비용 등을 아낀 덕에 대출금리가 경쟁력을 갖춘 영향도 있다. 지난 10일 기준 함께대출 금리는 연 최저 4.6%로 토스뱅크 신용대출(4.7%), 광주은행 모바일프라임론(5.31%) 금리 하단보다 낮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지방은행으로선 지방소멸의 상황에서 영업 거점 외 판로를 모색할 수 있게 됐고, 고객에겐 더 많은 선택지를 갖게 된 윈윈의 사례"라고 말했다.

실리·명분 잡았지만 험난한 개발 과정

성공적인 선례가 나오자 곧바로 경쟁이 예고됐다. 카카오뱅크는 전북은행과 손을 잡고 올 상반기 공동대출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작년 금융위에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하고 지정을 기다리는 중이다.

인뱅-지방은행 간 협업은 올해 금융당국의 과제기도 하다. 금융위는 최근 '2025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에서 "지역금융기관(지방은행·저축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간 협업모델 구축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김병환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작년 말 지역 금융사 만남을 추진하는 등 부쩍 관심을 보이는 모습이다. 올해 신청을 받는 제4인뱅 평가 기준엔 '지역 금융 공급' 부문을 신설했다.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비수도권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공급계획을 평가할 계획이다.

지방 부동산경기 침체에 직격타를 입은 지방은행은 지역 외 고객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금리 등 경쟁력에선 시중 은행에, 디지털 접근성에선 인뱅에 뒤처지는 상황이다. 작년 3분기에는 인뱅의 가계대출 잔액(69조5000억원)이 처음으로 지방은행(69조4000억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번 협업은 인뱅으로서도 '윈-윈(win-win)'이다. 애초 인뱅은 '포용금융 확대'와 '금융혁신'을 위해 설립됐다. 그런데 중·저신용자 등을 위한 대출 등은 당국 규제 비율을 맞추는 데 그치고, 시중 은행과 마찬가지로 주담대 등 수익 사업에 치중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문제는 개발 과정이다. 각 은행이 업무 시스템을 통합하고 기술을 공유하는 과정이 오래 걸린다. 서로의 업무를 상대 은행에 위탁하려면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같은 금융위의 허가도 필요하다. 토스뱅크도 해당 상품 기획 후 출시까지 1년 이상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인뱅 관계자는 "두 은행이 함께 상품을 개발하려면 아무래도 단독으로 일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첫 상품 개발보다는 출시 간격이 짧아질 수 있지만 다음 상품이 언제 출시될지 지금으로선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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