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달성하면서 이들의 주주환원정책에 관심이 쏠린다. 금융당국이 강조하는 밸류업 정책으로 상장 보험사들도 주주환원 강화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에 나서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고 있어서다.
하지만 보험업계를 둘러싼 회계제도 변경 정책이 가장 큰 변수다. 대다수 보험사들의 건전성 지표가 악화된 까닭이다.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대형 손보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다만 이들은 신 회계제도에도 다양한 재원을 활용해 주주환원을 시행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경쟁사들과의 차별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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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 클럽' 삼성화재…메리츠·DB손보도 역대급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지난해 연간 순이익 2조736억원을 기록했다. 손보사 1위 자리를 굳건히 한 것은 물론 업계 최초로 순익 2조원을 달성했다. 작년 상반기까지는 보수적인 회계 처리와 충당금 등의 영향으로 전년보다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지만 하반기 들어 투자손익이 회복되면서 전체적인 실적 성장을 이뤘다.
DB손해보험도 역대급 순이익을 달성하며 메리츠화재를 앞섰다. 이 회사 작년 순이익은 전년보다 15.3% 성장한 1조7720억원이다. 메리츠화재는 9.2% 증가한 1조7105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순이익 2위 자리를 두고 DB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가 엎치락 뒤치락 경쟁하고 있는 형국이다.
현대해상 역시 전년보다 33.5% 늘어난 1조31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1조 클럽 가입에 성공했다.
보험손익 부문에선 DB손해보험이 가장 나은 성과를 냈다.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 보험손익(별도기준)이 전년대비 각각 2.5%, 2.4% 증가한 1조5776억원, 1조5336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DB손해보험은 4.5% 늘어난 1조6190억원을 달성했다. 보장성 신규 증가와 장기위험, 일반보험 손해율 개선 등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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킥스는 대부분 하락…배당 여력 주목
보험사들이 역대 최대 실적을 다시 쓰며 순항하고 있지만 업계에선 순이익 숫자보다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회계제도 변경(IFRS17 도입)과 무·저해지보험 계리 가정 변경 등이 보험사 건전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까닭이다.
실제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 작년 말 기준 킥스 비율은 265%와 201.5%로 전년말 대비 8%포인트, 31.6%포인트 하락했다. 메리츠화재만 5.4%포인트 개선된 247.6% 수준이다.
현대해상의 경우 같은 기간 킥스 비율이 17.4% 떨어진 155.8%로 금융당국 권고치(150%)를 간신히 넘었다. 이로 인해 현대해상은 작년 결산 기준 배당을 지급하지 못하고 올해도 배당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작년 12월 9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음에도 킥스 비율 하락을 막지 못한 셈이다. 현대해상은 올해 역시 후순위채 발행과 재보험 출재 등으로 킥스 비율 관리에 주력할 전망이다.
반면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은 킥스 비율 하락에도 200%를 크게 웃도는 수준인 만큼 배당을 비롯해 주주환원에 나설 예정이다. 삼성화재는 보험업계 최초로 밸류업 정책(기업가치제고계획)을 발표했다. ▷관련기사: '보험사 1호' 삼성화재 밸류업, 삼성생명에 달렸다?…이유는(2월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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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는 올해 전속 채널 중심으로 수익성을 관리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한 안정적인 성장세와 함께 삼성전자 지분 매각 대금도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할 예정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앞서 삼성화재는 삼성전자의 밸류업 과정에서 보유 지분율 유지를 위해 삼성전자 주식 409억원어치를 매도한 바 있다.
메리츠화재 실적을 기반으로 메리츠금융지주 역시 주주환원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회계연도에도 주주환원율 50% 이상을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메리츠화재의 경우 경쟁사 대비 무·저해지 계리적 가정 변경 영향이 적었던 만큼 올해 신계약에는 가격 경쟁력에서 앞설 것으로 평가 받는다.
DB손해보험은 2024년 회계연도 기준 주당 배당액은 전년보다 1500원 오른 6800원으로 설정했다. 2조원 이상의 배당가능이익을 보유하고 있어 향후 보완자본 발행 등을 병행하면 배당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