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판매 과정에서 원금손실 가능성에 대한 설명이 누락(자본시장법에 규정)됐다면, 금융감독원과 금융소비자보호원 중 누가 검사해야 하나요?"
"PF 유동화증권으로 투자자가 손실을 입게 되면, 증권사는 금융감독원과 금융소비자보호원 중 어떤 기관에게 검사를 받나요?"
금융당국 조직 개편안에 따라 감독 기능이 건전성(금융감독원)과 영업행위(금융소비자보호원)로 나눠질 경우 중복 규제와 혼선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정무위원회 주최로 17일 국회 본관에서 열린 '긴급, 기재부 금융위 조직 개편안 토론회'(개편인가 개악인가?)에선 금융감독원과 금융회사 직원이 직접 토론자로 참석해 이같은 목소리를 내 관심이 쏠렸다.

앞서 정부는 지난 7일 금융 정책·감독 기능을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원 등 4개 기관으로 분할하는 개편안을 발표했다.
금융위의 국내 금융정책 부문은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기재부는 예산 기능을 떼어내 재정경제부로 명칭을 변경한다. 금융위는 금감위로 탈바꿈해 감독업무를 총괄하게 된다. 금감원 내 금융소비자보호처는 금소원으로 분리·격상되며 금감원과 함께 공공기관으로 지정된다.
사안은 하나, 감독 기관은 두개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오창화 금감원 팀장은 개인의 생각이라며 선을 그으면서도 '검사기관'의 입장에서 한계를 짚었다.
주가연계증권(ELS) 판매 과정에서 적합성원칙, 설명의무 이행준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판매 과정 녹취 의무, 고난도 상품에 대한 숙려기간 부여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아닌 자본시장법에 정의돼 있다.
또 녹취 의무나 숙려기간 부여는 영업행위 감독 영역이지만, 발행 증권사의 자본 여력이 부족하면 상환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만큼 건전성 문제이기도 하다. 즉 하나의 사안을 두고 감독 권한이 겹치거나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관련기사: '정책·감독' 무 자르듯?…가계부채·LTV는 금감위냐 재경부냐(9월9일)
설계사 수당이나 수수료 문제도 마찬가지다. 표면적으로는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비용 문제라 영업행위 감독으로 보이지만, 과도한 수수료 경쟁이 금융회사 재무 건전성에 직결되는 만큼 건전성 감독 대상이기도 하다. 결국 두 기관이 동시에 들여다볼 수밖에 없어 중복 검사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금융회사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문제 역시 회계 투명성, 성과보수 체계 등에서 소비자 보호와 기업 안정성에 동시에 영향을 미친다. 오 팀장은 "영국에서도 동일한 항목을 두 감독기관이 각각 승인하면서 오히려 금융산업 발전을 저해했다"고 부연했다.
저축은행 후순위채권, 증권사 발행어음, 보험사 영구채권 투자 권유 사례도 언급했다. 불완전판매라는 영업행위 문제와 발행사의 건전성 문제가 맞물리면서, 해당 회사가 파산할 경우 소비자 피해와 감독 책임 논란이 동시에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이는 과거 저축은행 사태, 동양 사태에서 이미 확인된 바 있다.
오 팀장은 "건전성과 영업행위 감독은 동전의 양면처럼 결코 나눌 수 없는 기능”이라며 “쌍봉형 모델이 도입되면 감독기관 간 책임 전가와 감독 공백, 그리고 금융사에 대한 중복 검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중복검사·보고 혼란 불가피"
'피검사자' 입장에서도 우려가 나왔다. 토론자로 참석한 이창욱 NH투자증권 노조위원장은 "증권사는 IPO 주관, 채권 발행 주선, 파생상품 중개,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주선 등 다양한 업무를 하고 있어 감독 필요성을 인정한다"면서도 "문제는 쌍봉형 모델이 도입되면 같은 사안을 두고 여러 기관의 중복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구체적 사례로 PF대출 유동화증권 발행·인수 업무를 제시했다. 아파트 건설 사업이 분양 부진으로 시행사가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면, PF대출 유동화증권에 투자한 고객과 해당 증권을 인수한 증권사 모두 손실을 입게 된다.
현재는 금감원이 고객 손실에 대해 불완전판매 검사와 분쟁조정을 진행하고, 동시에 증권사 손실과 관련해 발행·인수 과정 전반을 점검하며 건전성 검사도 병행한다. 그러나 감독기관이 나뉘면 고객 손실은 금융소비자원이, 증권사 손실과 건전성은 금감원이 맡아야 해 결국 증권사는 같은 사안으로 두 기관 검사를 모두 받게 된다는 것이다.
소통 문제도 지적됐다. 이 위원장은 "이미 전임 원장 시절에도 금감원 내에서 검사 지시 라인이 불명확해 혼란이 컸다"며 "감독기관이 두개로 나뉘면 보고 의무를 어디에 해야 하는지조차 불분명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금감원 보고서도 건전성과 영업행위 내용을 구분해 제출하라고 하면 결국 양쪽 모두 보고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며 "현장에서는 같은 사안으로 두 기관에 동시에 불려다니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수용 불가" 국민의힘…그렇다한들
금감위 설치법이 오는 25일 본회의 상정이 예고된 가운데, 토론회를 주최한 국민의힘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전날에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까지 예고한 상황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윤한홍 정무위원장은 "정부가 조직개편을 발표하면서 이해관계자들, 당사자들 그리고 꼭 필요하신분들 의견수렴 자체가 없었다"며 "어느 누구도 사전에 금융조직개편 협의나 협조 받은 사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기재위원회 야당 간사인 박수영 의원은 "조직개편이라는 것이 정권의 방향뿐 아니라 전체 방향에 있어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며 "의견 수렴 없이 무작정 밀어붙여 다수당의 힘으로 통과시키겠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도읍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도 "국민의힘에서는 이번 이재명 정부 정부 조직 개편안에 대해 법사위, 행안위, 기재위, 정무위 토론회를 릴레이로 실시하고 있다"며 "22일 토론회를 종합해 정책 의원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22대 국회는 여당이 과반 이상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국민의힘 측 반발에도 처리될 수 밖에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