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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스운용 두고 맞붙은 한화·흥국생명…관전 포인트는

  • 2025.11.13(목) 09:10

본입찰에 한화·흥국 참전…연내 주인 가려질 듯
자산운용 내재화·오너가 자존심·현금동원력 주목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에 나선 한화생명과 흥국생명의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단순한 운용사 인수를 넘어 그룹 차원의 자산운용 체계 재편과 오너 간 자존심 대결, 현금 동원력이라는 세 가지 변수가 이번 인수전의 향방을 가를 핵심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이지스자산운용 경영권 매각 본입찰에 한화생명과 흥국생명, 글로벌 사모펀드(PEF)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 등이 최종 인수제안서를 제출했다.

이번 매각 대상은 이지스자산운용의 고 김대영 전 이사회 의장 배우자인 손화자 씨의 지분 12.4%와 재무적 투자자(FI)들이 보유한 지분 약 66%다. 대신금융그룹(9.13%), 우미글로벌(9.08%), 금성백조주택(8.59%) 등을 합하면 최대 98%까지 늘어난다. 시장에서는 매각가를 80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내 자산 내가 굴린다'…자산운용 내재화 가속

한화생명과 흥국생명은 모두 자산운용 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 금리 상승기 이후 채권 중심의 포트폴리오가 한계에 부딪히면서 대체투자(부동산·인프라·PE 등)를 직접 운용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특히 보험사는 장기자금을 운용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임대수익·리츠 수익이 나는 구조가 적합하다. ▷관련기사: '돈 더 잘 굴릴 곳 없을까' 한화·흥국생명, 이지스운용 '눈독'(8월25일).

이지스자산운용은 부동산 펀드 시장 점유율 1위(AUM 66조8000억원)로 보험사 자산운용의 핵심 인프라를 확보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보험사는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바탕으로 대규모 자산을 운용하는데, 이 과정에서 외부 자산운용사에 지급하는 위탁 수수료를 줄이고 내부 운용 효율을 높이면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다. 

한화생명과 흥국생명은 모두 자산운용사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지스운용을 품게 되면 대체투자·부동산 분야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지스운용은 국내 부동산펀드 점유율 1위에 오른 대체투자 특화 운용사라는 점에서 차별성이 크기 때문이다.

흥국생명과 한화생명이 보유한 부동산 역시 이번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와 결합될 경우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흥국생명과 한화생명, 그리고 이들 계열사가 보유한 부동산과 이지스운용의 부동산 펀드 운용 역량이 결합되면 그룹 차원의 대체투자, 부동산 포트폴리오 운용 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

김동원 사장, M&A로 경영 능력·존재감 강화 

이번 딜은 단순한 인수합병(M&A)을 넘어 오너 리더십 경쟁 무대이기도 하다. 한화생명은 김승연 회장의 차남 김동원 사장이 최고글로벌책임자(CGO)로 취임한 2023년 이후 해외 금융사 인수 등 글로벌 M&A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한화생명은 올해 인도네시아 노부은행(6월)과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7월) 지분 인수 절차를 마무리했다. 짧은 기간 안에 아시아와 북미 시장에서 글로벌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노부은행은 인도네시아는 현지에서 존재감이 크지 않다. 애당초 인도네시아는 금융 침투율이 높지 않은 편인 데다, 105개의 은행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3개 국영은행(Mandiri·BRI·BNI)과 1개 민영은행(BCA) 등 총 4개 은행의 상업은행 총자산의 59.4%(2023년 말 기준)를 차지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벨로시티는 청산·결제 전문 증권사지만, 리테일이나 투자은행 경쟁력은 부족하다. 자산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약 12억 달러(1조7000 억원) 수준으로 글로벌 대형 증권사나 투자은행과 비교하면 규모가 작다.

이지스운용 인수는 국내에서 한화생명의 종합금융그룹 전략을 더욱 구체화하는 동시에 김동원 사장의 경영 능력을 입증하고 존재감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M&A 시장 '큰손'…이호진 전 회장의 승부수?

흥국생명은 오너 일가의 위기관리와 이미지 제고가 과제로 꼽히는 상황이다. 이번 인수전의 성패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존재감 복원의 승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태광그룹은 적극적인 M&A를 성장 동력으로 삼아온 역사를 갖고 있다. 섬유·화학 중심의 제조 기반에서 1970년대 흥국생명보험을 인수하며 금융업에 진출했다. 

이 전 회장 체제에 들어선 2000년대에는 한빛방송 등 종합유선방송(SO) 인수를 통해 티브로드(현 SK브로드밴드에 합병)를 출범시키는 등 'M&A 시장의 큰손'으로 불려왔다. 

그러나 태광그룹은 지난 10여 년간 이 전 회장의 경영 공백으로 인해 신사업 진출 및 대규모 투자가 정체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다 올해 애경산업 지분 63%(약 4700억원)에 이어 코트야드메리어트 남대문(약 2000억원)을 인수하며 M&A에 시동을 걸었다.

이지스운용 인수는 정체된 그룹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이 전 회장의 'M&A 귀재'로서의 존재감을 되새길 절호의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화·흥국, 인수 여력 얼마나 되나

현금 동원력도 판세를 가르는 결정적 요소다. 시장에서는 이번 이지스운용 인수에 한화생명이 약 1조원대, 흥국생명이 8000억원 안팎의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 여력만 놓고 보면 한화가 우세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생명의 상반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조3743억원으로 대규모 외부 차입도 필요하지 않다는 평가다. 반기 기준 자본유보율은 207.59%다. 

자본유보율은 회사가 납입된 자본금 대비 얼마만큼의 잉여금(자본잉여금+이익잉여금)을 회사 내부에 쌓아두고 있는지를 측정하는 지표다. 유보율이 높으면 현금 동원력이 뛰어나 외부 자금 조달 없이 투자나 연구 등 지속성장이 가능하다. 

흥국생명의 올 상반기말 기준 현금 및 예치금은 5434억원으로 한화생명 대비 열위에 있다. 다만 흥국생명은 지난달 서울 종로구 본사 건물을 흥국코어리츠에 7193억원에 매각하고, 2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해 유동성을 확보했다. 

IB업계 관계자는 "한화생명이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에 대해 흥국생명이나 힐하우스캐피탈보다 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흥국생명의 경우 최근 모기업인 태광산업 주도로 외형적 성장에 힘쓰고 있지만 결국 이지스운용 인수전에는 자금력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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