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생활가전 중견기업 ‘쿠쿠(CUCKOO)’의 2대 경영자 구본학(52) 현 쿠쿠전자·쿠쿠홈시스 대표에게는 예전에 주인으로 있던 계열사가 하나 더 있었다. 가업승계의 ‘키’(Key)였던 과거 쿠쿠 밥솥 판매법인 쿠쿠홈시스 말고 ‘쿠쿠기전’이다.
오너 일가의 엔탑(옛 쿠쿠산업) 장악력을 갑절 넘게 끌어올린 지렛대로 썼던 게 바로 이 쿠쿠기전이다. 앞서 ‘[거버넌스워치] 쿠쿠 ④편’에서 기술한 대로, 엔탑은 현재 오너 일가의 남부러울 게 없는 배당 ‘캐시카우’ 중 하나다.
쿠쿠기전의 든든한 뒷배 ‘쿠쿠전자’
쿠쿠기전은 1995년 6월 설립됐다. 2004년 8월 ‘성광금속’에서 ‘쿠쿠기전’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불화탄소수지 코팅 알루미늄판 및 기능성 특수도료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다. 현 밥솥 부품업체 엔탑과 동종 업체다.
알짜였다. 기업 볼륨(6월결산법인·2007년 6월 말 총자산 217억원) 치고는 수익성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매출이 2003년 61억원에서 2007년 170억원으로 매년 예외 없이 성장 추세를 보였다. 특히 영업이익이 15억원에서 51억원으로 불어났다. 이익률은 줄곧 20%를 웃돌았고, 2006~2007년에는 30%를 찍었다.
든든한 ‘뒷배’가 있었다. 2007년 계열 매출이 121억원이다. 옛 쿠쿠 밥솥 제조법인 쿠쿠전자(현 쿠쿠홀딩스) 107억원, 밥솥 부품업체 쿠쿠산업(현 엔탑) 14억원 등이다. 전체 매출의 71.2%를 차지했다. 한마디로 사실상 내부거래로 돈을 벌었다.
쿠쿠기전의 최대주주가 쿠쿠 창업주 구자신(81) 회장의 장남 구본학 대표였다. 정확한 소유 지분은 확인할 수 없지만, 특수관계인을 합해 지분 100%를 소유했다. 또한 계열사끼리 출자 관계로 엮여 있지도 않았다. 모친 최경순(76)씨가 2001~2007년 꽤 오랜 기간 대표를 맡았다.
2007년 합병 몸값 액면가의 120배
쿠쿠기전의 벌이가 좋았던 터라 구 대표 등 주주들의 배당수익도 쏠쏠했다. 확인할 수 있는 범위로는, 2001년 이후 2006년까지 배당을 거른 적이 없었다. 6년간 적게는 5억원, 많게는 12억원 도합 58억원을 가져갔다.
주식가치가 안 뛸 리 없다. 2007년 10월 쿠쿠기전을 엔탑에 합쳐 구 대표 등이 엔탑으로 갈아탈 때 위력을 발휘했다. 표면적으로는 기능이 유사한 계열사를 합치는 성격을 갖지만 결과적으로 오너 일가의 엔탑 지분이 수직 상승했다.
당시 합병비율이 1대 1.368주, 쿠쿠기전의 주당가치가 60만1000원(액면가 5000원)이다. 쿠쿠기전의 자본금은 3억원 정도였지만 엔탑이 합병 대가로 쿠쿠기전 주주에게 쥐어준 합병신주의 가치가 193억원, 주식수로는 발행주식의 55%나 됐다.
원래 엔탑은 옛 쿠쿠홈시스가 최대주주였다. 지분 59.0%를 보유했다. 여기에 쿠쿠기전 소유의 15% 등 도합 74%를 계열 주주사가 소유했다. 지금은 쿠쿠홀딩스 42.2%가 전부다. 지분 축소는 2007년 구 대표 등 쿠쿠기전 주주들이 엔탑으로 갈아탄 데 기인한다.
엔탑은 쿠쿠기전을 흡수합병한 시기를 기점으로 폭발적인 배당기조를 보여 왔다. 2017~2021년 주주에게 뿌린 배당금이 한 해 평균 160억원 총 2470억원이다. 구 대표 등 오너 일가의 엔탑 지분이 26%→57.8%로 껑충 뛴 뒤의 일이다. 15년간 일가가 챙긴 배당수익이 1430억원이다. (☞ [거버넌스워치] 쿠쿠 ⑥편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