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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워치]경동家 장남, 도시가스 거머쥔 이유 

  • 2022.09.05(월) 07:10

[중견기업 진단] 경동②
손경호 명예회장, 분가때 캐시카우 차지
한때 매출 2.7조…2015년 이후로 주춤
대물림, ‘장남 소유’ vs ‘사위 경영’ 분리

총자산 2970억→1조4200억원. 매출 4200억→1조7500억원. 

중견그룹 경동의 장남가(家) 경동도시가스그룹의 계열분리(2002년 11월) 이듬해와 2021년의 수치다. 압도적인 성장 포스를 보여준다. 경동 전체 볼륨의 절반을 훨씬 넘어서고 있을 정도다. 

2대 경영자는 이제 후계승계만 마무리하면 소임을 다한다. 후계자는 정해져 있다. 지분 대(代)물림도 모두 마쳤다. 한데, 그림이 묘하다. 가업 소유권은 핏줄에게 물려줬으면서도 현재 경영 실권(實權)은 한 평생을 두고 늘 어렵다는 ‘백년손님’ 사위가 쥐고 있어서다. 

장남의 위용…일찌감치 모태사 최대주주

경남도시가스 2대 경영자 손경호(78) 명예회장은 고(故) 손도익 창업주의 3남2녀 중 장남이다. 부산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일찌감치 부친을 도와 모태 왕표연탄(현 ㈜원진) 경영에 참여했다. 1986년 10월에 가서는 사장에 오르며 사실상 가업을 물려받았다.  

장자로서의 위상은 확고했다. 1995년 11월 6개 계열사를 거느린 ‘원진(元進)그룹’, 현 경동 출범 때는 그룹 회장직을 승계했다. 41살 때다. 창업주 별세 이듬해인 2002년 11월 3형제 계열분리 때는 덩치나 ‘캐시카우’ 측면에서 다른 계열사를 압도하는 경동도시가스를 손에 쥐었다. 

별다른 품을 들일 필요도 없었다. 장남으로서 진즉부터 모태이자 당시 지주회사인 ㈜원진의 1대주주 지위를 갖고 있어서다. ㈜원진은 손(孫)씨 오너 일가 13명이 지분 64.04%를 소유했다. 이 중 손 명예회장 몫이 21.12%였다. 이어 ㈜원진이 경동도시가스(32.18%), 경동보일러(현 경동나비엔·20.19%), ㈜경동(45.64%)을 지배했다. 

3형제는 인적분할 즉, 지분율대로 신설법인 지분을 보유하는 방식으로 ㈜원진을 3개사로 쪼갰다. ‘KDHC(현 경동홀딩스)’, ‘KDSS(2003년 5월 현 경동원에 흡수합병)’, ‘㈜원진(존속)’이다. 다음으로 주력사들을 각 지배회사 아래 배치했다. 손 명예회장이 돈 한 푼 들이지 않고도 경동홀딩스→경동도시가스 체제의 맨 꼭대기에 자리를 잡게 된 이유다. 

‘파죽지세’ 뒤엔…주력사의 빛과 그늘

사실 손 명예회장이 경동도시가스를 본인 몫으로 한 데는 폭발적인 확장성를 직접 목격한 데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1977년 6월 설립된 ‘울산연탄’이 전신으로, 원래는 모태 사업인 연탄을 판매하던 경동도시가스는 업종 전환 이후 그만큼 성장성이 가팔랐다. 수치가 증명한다.  

경동도시가스는 1980년대 들어 연탄 수요가 줄어들기 시작하자 도시가스로 눈을 돌렸다. 1984년 울산지역에 액화천연가스(LNG)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후 울산공단을 중심으로 산업용 도시가스를 공급하며 불 같이 일어났다. 

1984년 140억원에 머물던 매출(별도기준)은 1998년 1000억원을 넘어섰다. 분가 때인 2002년에는 3200억원으로 성장했다. 기대를 벗어나지 않았다. 2013년에는 2조6600억원을 찍었다. 

위기가 없지는 않았다. 2015년 글로벌 경제 불황,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산업경기 침체를 겪었다. 2020년 매출이 1조860억원으로 축소된 이유다. 다만 작년 1조4600억원, 올 상반기 1조1100억원으로 차츰 예년 기량을 되찾아 가는 모습이다. 

영업이익으로는 작년에 268억원을 벌어들였다. 2011년(538억원) 사상 최대치에는 못미치지만 2020년(179억원)에 비해서는 확연한 개선 추세다. 올 1~6월에는 289억원 흑자를 냈다. 현금성자산이 총차입금보다 2150억원 많을 정도로 재무구조 또한 탄탄하다. 

경동도시가스는 삼천리에 이어 업계 2위다. 산업용 비중이 75.3%(2021년)나 된다. SK에너지, S-Oil, 현대차를 주요 매출처로 두고 있다. 가정용(15.3%)은 울산 및 경남 양산 전역을 아우른다. 

소유권은 ‘핏줄’…경영권은 ‘백년손님’

경동도시가스의 성장은 계열 확장으로 이어졌다. 현재 그룹 계열사는 에너지, 건설 및 에너지 시공, 물류 분야 등에 걸쳐 18개사다. 계열분리 당시 5개사에서 4배 가까이 늘었다. 다만 사업 계열사들이 적지 않지만 경동도시가스에는 비할 바 못된다. 

강원 삼척에 위치한 국내 최대 민영탄광 상덕광업소를 운영하는 ㈜경동(이하 2021년 매출 1190억원), 경동이앤에스(플랜트·물류) 및 케이디파워텍(전기발전) 2개 자회사를 둔  지주회사 경동에너아이(817억원), 토목 전문 건설사로 주택 브랜드 ‘경동해피리움’을 보유한 경동건설(816억원) 등이 면면이다. 

손 명예회장은 2015년 3월 주력 중의 주력 경동도시가스 대표에서 물러나며 경영에서 손을 뗐다. 2017년 3월에 가서는 경동홀딩스의 대표 자리도 내놨다. 대물림을 위한 수순으로 볼 수 있다. 

경영일선에서 완전 퇴진한 그 해, 손 명예회장은 지분 증여를 통해 후계자를 지배회사 경동홀딩스의 최대주주에 앉혔다. 경동의 장손이자 1남3녀 중 장남 손원락(45) 경동인베스트 부회장이다. 이제 손 명예회장은 경동인베스트(5.69%), 경동도시가스(2.49%) 말고는 계열 지분이 없다. 

반면 장남에게 회장직까지 넘겨주지는 않았다. 대신에 계열분리 이후 자신을 도와 경동도시가스를 이끌었고, 기대에 부합했던 맏사위에게 물려줬다. 송재호(55) 경동도시가스 회장이다. (▶ [거버넌스워치] 경동 ③편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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