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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워치]경동가스 대물림 ‘한 수’ 돈 들 일은 없었다

  • 2022.09.07(수) 07:10

[중견기업 진단] 경동④
2017년 옥상옥 재편…2019년 홀딩스 소각
손원락 부회장, 지배회사 지분 32%→37%
無자본으로 계열 지배기반 한껏 ‘레벨-업’

2017년 4월, 중견그룹 경동 장남가(家)의 주력사 경동도시가스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정확히 2년 뒤에는 지배회사 경동홀딩스가 자사주를 대량으로 사들여 죄다 태워버렸다. 대(代)물림의 관점에서 본다면, 일련의 지배구조 재편 또한 후계승계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2대 경영자 손경호(78) 명예회장의 잘 짜인 대(代)물림 시나리오는 그만큼 인상적인 결과물을 도출해 냈다. 핵심 계열사 지분이 거의 없다시피 한 후계자 손원락(45) 경동인베스트 부회장이 돈 한 푼 들이지 않고서도 계열 장악력을 더욱 키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주 전환의 또 다른 의미, 대물림

경동도시가스는 인적분할을 통해 경동인베스트(존속·지주회사)와 경동도시가스(신설·사업회사)로 쪼개졌다. 에너지사업 투자 및 관리 부문은 물적분할로 소(小)지주사 경동에너아이로 떼어 냈다.  

‘경동홀딩스→경동도시가스→㈜경동·경동건설 등 이하 계열사’에서 지금의 ‘경동홀딩스→경동인베스트→경동도시가스·경동에너아이·㈜경동·경동건설’ 체제가 만들어진 이유다. 한마디로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2017년 6월 승인) 위에 지배회사가 존재하는 옥상옥(屋上屋)’ 구조다. 

한데, 지주 전환 시기가 참 공교롭다. ‘[거버넌스워치] 경동 ③편’에서 기술한 대로, 손 명예회장이 지분 증여를 통해 손 부회장을 홀딩스 1대주주(32.00%)로 올려놓은 게 같은 해 4월이다. 경동도시가스 분할 뒤 지배회사와 지주회사의 일련의 행보는 당시 지주 전환을 후계승계와 결부지어 바라보게끔 만드는 요소 또한 갖고 있다. 

손 부회장은 현 지주회사 체제 내에서는 경동인베스트와 경동도시가스 소유 지분이 각각 1.06%, 1.32%에 불과하다. 1990년대 경동도시가스 주주로 등장한 뒤 2011년까지 유무상증자, 증여 등을 통해 갖고 있던 1.32%가 분할을 계기로 쪼개진 지분이다. 

10여년간 직접 매입한 주식은 전혀 없다. 지주사나 사업주력사 지분에 별다른 공력(功力)을 들이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이밖에 ㈜경동 0.19%가 있다. 손 부회장이 오로지 지배회사 경동홀딩스 최대주주로서의 보유지분만을 계열 장악의 지렛대로 삼고 있는 셈이다. 

홀딩스 주식소각 결정적 ‘한 수’

경동인베스트는 지주 전환 뒤 같은 해 8월 경동도시가스 주주를 대상으로 243억원의 공개매수 현물출자·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양사 1대주주(각각 32.19%)로 있던 경동홀딩스만 참여했다. 홀딩스가 지주회사 지분을 현 45.17%로 끌어올리게 된 이유다.  

다음으로 지주회사의 경동도시가스 지분 확보는 계속됐다. 경동인베스트는 2017년 8월에 이어 이듬해 3월에도 홀딩스(7.15%)와 손 명예회장(3.35%) 등을 대상으로 304억원 2차 공개매수를 실시했다. 2019년 12월에는 홀딩스(2%) 지분을 추가로 매입했다. 

상장 자회사 지분 요건(20%·2022년 이후 30%) 충족을 위한 것이지만, 경동인베스트의 경동도시가스 지분은 분할 당시 4.73%(분할전 경동도시가스 자기주식)에서 20.03%→35.04%→37.04%로 확대됐다. 현 홀딩스 소유의 잔여 지분 7.74%와 합하면 44.78%에 이른다. 

멈춤이 없었다. 이번에는 지배회사 경동홀딩스가 나섰다. 경동도시가스 지주 전환 한 해 뒤인 2018년 손 명예회장의 둘째동생 손달호(65) 원진 회장(11.56%), 경동 장학재단 동암장악회(1.42%) 등의 지분 13.47%를 77억원에 사들였다. 이어 이듬해 4월 죄다 소각해 버렸다. 돈이 문제될 건 없었다. 

후계자의 파워풀해진 계열 장악력

참고로 경동홀딩스는 지주사 지배 외에 자체사업도 하고 있다. 지금도 모태사업인 연탄을 판다. 강원 삼척의 국내 최대 민영탄광 상덕광업소 운영업체 ㈜경동에서 무연탄을 들여와 경북 경주 공장에서 연탄을 만들어 경주 전역과 포항, 울산, 부산, 대구, 밀양 등지에 판매하고 있다. 

기업 볼륨 치고는 벌이가 쏠쏠하다. 연탄 외에 경동인베스트(2018년 이전 경동도시가스)로부터 따박따박 주어지는 배당도 수입원이다. 20년간 영업이익(별도기준)으로 적자를 본 건 딱 2번뿐이다. 작년에는 163억원 매출에 5억여원의 영업흑자를 냈다. 

2005년 이후 주주 배당을 거른 적은 없지만 한 해 많아봐야 2억원 남짓, 적으면 6000만원으로 현금 외부 유출도 별로 없는 편이다. 특히 자사주 매입이 있었던 2018년은 경동도시가스 지분(7.15%)을 지주회사에 팔아 145억원을 손에 쥐었던 해다. 2009년 12월에는 25억원(2.0%)이 유입됐다.  

어찌됐든, 경동홀딩스의 주식 소각이 있고나자 손 부회장의 홀딩스 지분은 32.00%→37.03%로 뛰었다. 현재 홀딩스는 모친(4.26), 누나(5.65%), 매형(5.38%)도 지분을 보유 중이지만 손 부회장에 비할 바 못된다. 

앞서 ‘[거버넌스워치] 경동 ①편’에서 얘기한 대로, 경동 2세 삼형제는 2002년 11월 계열분리 뒤에도 소그룹 지배회사를 교차소유 중인데, 경동홀딩스의 경우 삼촌 손연호(71) 경동나비엔 회장 계열이 주주로 있지만 합해봐야 18.59%(경동원 8.96%․경동에버런 9.63)다. 손달호(65) 회장의 장남인 사촌 손형서(38) ㈜원진 대표(7.97%) 역시 손 부회장에는 한참 못미친다. 

한편으로는 경동도시가스의 지주 전환 이후 경동홀딩스를 정점으로 한 계열 지배구조는 한층 더 견고해졌다. 기존 ‘홀딩스(32.19%)→도시가스’ 계열 체제 현재 ‘홀딩스(45.17%)→인베스트(44.78%)→도시가스’로 이전보다 한 단계 더 ‘레벨-업’된 수치들이 이에 대한 방증이다.  

손 부회장이 오롯이 경동홀딩스를 지렛대 삼아 돈 한 푼 들이지 않고서도 계열 장악력을 더욱 키우게 된 것이다. 이에 다가 아니다. ‘히든 카드’가 하나 더 있다. 경동 소속 장학재단 동암장학회에 비밀이 감춰져 있다. (▶ [거버넌스워치] 경동 ⑤편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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