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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워치]경동가스 대물림…2017년 후계자 못박다

  • 2022.09.06(화) 07:10

[중견기업 진단] 경동③
손경호 명예회장, 홀딩스 지분 21% 증여
장남 손원락 부회장 몫 3/4…대주주 등극
공교롭게 맏사위 경영 실권자 부상 시기

‘백 리 길을 갈 사람은 세 끼 밥만 준비하면 되지만 만 리 길을 갈 사람은 석 달 양식을 마련해야 한다.’ 가업세습도 매한가지일 게다. 

대(代)물림의 준비성에 관한 한, 경동그룹 장남가(家) 경동도시가스 2대 경영자인 손경호(78) 명예회장에게도 엄지를 치켜세울 수밖에 없다. 1990년대부터 시작해 후계자를 지금의 ‘경동홀딩스→경동인베스트→경동도시가스’ 체제의 정점에 올려놓은 여정에는 치밀함마저 엿보인다. 

경영승계 한참 앞지른 지분 대물림

‘[거버넌스워치] 경동 ②편’에서 기술한 대로, 경동 손(孫)씨 일가는 2002년 11월 2세 삼형제 계열분리 당시 모태인 ㈜원진(옛 왕표연탄) 지분을 분산 소유했다. 이어 ㈜원진이 주력사 경동도시가스, 경동보일러(현 경동나비엔), ㈜경동을 지배하는 구조였다.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1대주주 손 명예회장(17.67%)을 비롯해 1대 고(故) 손도익 창업주와 형제 손선익·손두익씨, 모친 김병영(87))씨에 이어 2~3대까지 18명이 47.45%를 보유했다. 

장손은 더욱 예외일 수 없다. 손 명예회장의 1남3녀(소연·주연·은희·원락) 중 맏아들 손원락(45) 경동인베스트 부회장이다. ㈜원진의 0.64% 주주였다. 확인 가능한 범위로만 봐도, 20대 초반에 이미 대물림의 시계는 돌아가기 시작했다. 확대일로였다. 4년 뒤에 가서는 5.75%나 됐다. 손 명예회장이 장남의 후계승계 기반을 닦는데 무척이나 공을 들였음을 볼 수 있다. 

다음은 경동홀딩스가 타깃이었다. 계열분리로 손 명예회장 몫의 경동도시가스가 ‘홀딩스→경동도시가스’ 체제가 갖춰졌던 시기다. 대물림을 위해서는 당연히 후계자의 홀딩스 장악이 선행돼야 했다. ㈜원진 분할로 홀딩스 또한 5.75%를 갖게 된 손 부회장은 2010년에는 15.61%로 늘렸다. 부친(21.13%)에 이어 2대주주로 부상, 더욱 파워풀해졌다. 

후속편에서 언급하겠지만, 손 부회장이 전자회로기판업체 ‘경동이앤테크(E&TECH)’를 창업하며 경동도시가스 계열 경영에 본격적으로 입문한 게 35살 때인 2012년이다. 그만큼 지분승계는 경영승계보다 한참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경영일선 퇴진과 맞물린 지분증여

2017년 1월, 마침내 손 명예회장이 일을 벌였다. 2015년 3월 사업 주력사 경동도시가스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데 이어 2017년 3월 지배회사인 경동홀딩스의 대표 자리마저 내놓은 바로 그 해다. 

홀딩스 최대주주로서 보유 중이던 지분 21.13%를 0.04%만 남기고 자녀들에게 전량 증여했다. 한데, 장남에게 물려준 게 16.39%나 됐다. 전체의 4분의 3을 넘었다. 손 부회장이 32.00%를 확보, 일약 1대주주로 올라섰다. 홀딩스→경동도시가스 지배체제의 최상단에 자리 잡았다. 

손 명에회장이 후계자를 장남으로 확실하게 못박았다는 뜻이다. 공교롭다. 당시는 2003년 진즉부터 손 명예회장을 도와 경영에 발을 들였던 맏사위 송재호(55) 현 경동도시가스 회장이 경영 실권자로 부상했던 시기다. 

단적으로 손 명예회장이 경동도시가스 경영일선에서 퇴진했을 때 송 회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이듬해 3월에는 회장으로 취임했다. 앞서 2014년 2월 강원 삼척의 탄광운영업체 ㈜경동에 이어 회장 타이틀만 2개를 갖고 있던 때다. 

반면 손 부회장은 홀딩스(2013년 3월)에 이어 경동도시가스(2016년 3월) 이사회 멤버로 합류, 차즘 경영 보폭을 넓혀 가고는 있었지만 매형에는 한참 못미쳤다. 이렇다 보니 경동도시가스의 후계구도를 놓고 말들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손 명예회장은 세 딸 손소연(50)·손주연(49)·손은희(47)씨에게도 홀딩스 지분을 쥐어줬지만 얼마 안됐다. 많아봐야 1.82%, 적으면 0.51%에 불과했다. 맏사위에게도 나눠줬지만 1.86% 정도였다. 

속전속결. 손 명예회장은 한 발 더 나아갔다. 경동홀딩스 지분 증여와 공교롭게도 시기가 딱 맞물린 주력사 경동도시가스 지주 전환, 뒤이은 홀딩스의 자사주 소각은 후계자의 계열 장악력을 한층 강화하는 지렛대가 됐다. 게다가 손 부회장이 돈을 들일 일은 전혀 없었다. (▶ [거버넌스워치] 경동 ④편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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