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원 vs 425억원.
패션·유통그룹 영원무역의 오너 성기학(77) 창업주와 소속 계열사 와이엠에스에이(YMSA)가 2000년 이후 현재까지 지주사 영원무역홀딩스 주식을 사들이는 데 직접 투입한 액수다.
성 회장이 경영권 안정을 위해 거의 순전히 YMSA에 의존해왔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수치이기도 하다. 2000년 초부터 2013년까지 4단계에 걸친 오너십 강화 우회작업에서 비롯됐다.
2000년 YMSA 전면에…우회전략
성 회장은 1999년 말만 해도 경영권이 취약했다. 모체이자 주력사인 아웃도어․스포츠 의류 OEM(주문자상표부칙방식) ㈜영원무역(현 영원무역홀딩스) 지분이 7.75%에 불과했다. 특수관계인은 형수 김희진(77)씨 딱 1명으로 이를 합해봐야 8.01%가 전부였다.
이어 ㈜영원무역이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 한국총판 골드윈코리아(현 영원아웃도어·지분 51%)와 방글라데시 등의 해외 생산법인을 지배하는 계열구조가 짜여 있었다.
한데 성 창업주는 본인 지분 보강을 위해 정공법으로 장내에서 주식을 사는 데는 정작 개인 돈을 거의 쓰지 않았다. 2002년 3월~2003년 5월 10억원어치뿐이다. 2009년 6월 주식수가 늘기는 했지만 상여금으로 받은 자사주다. 이렇다보니 당시에도 9.34%밖에 안됐다.
(참고로 성 회장이 홀딩스 현 지분 16.77%를 소유하기까지 2000년 이후 직접 투입한 현금은 당시 10억원이 전부다. 2017년 3월에는 되레 13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우기도 했다.)
2000년대 후반 무렵 형수(0.18%)를 비롯해 다른 오너 일가도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린 상태였지만 오너 지배력과는 거리가 멀었다. 예나 지금이나 합쳐봐야 1%도 안되는, 주주로서는 별 존재감 없는 이들이다. 부인 이선진(73) 목금토갤러리 관장(0.01%), 차녀 성래은(46) 영원무역그룹 부회장(0.02%), 처제 이선결(61)씨(0.12%)가 면면이다. 도합 0.15%로 지분이랄 것도 없었다.
‘믿는 구석’이 있었다. YMSA다. 1984년 4월 설립된 영원즈어패럴(1987년 7월 현 사명으로 변경)이 전신(前身)이다. 모태 ㈜영원무역이 1974년 6월 창업된 것을 감안하면, 비교적 초창기에 만들어진 계열사라고 할 수 있다. 자본금 5억짜리다.
일종의 친족사였다. 확인 가능한 범위로, 2002년 6월 성 회장이 16.17% 1대주주, 이외 일가(29.42%)와 기타주주(54.41%) 총 8명이 지분을 소유했다. 성 회장과 함께 막내여동생 성혜영(65)씨가 2000년 3월까지 감사와 사내이사로서 경영에 발을 들였다는 것도 좋은 증좌다.
2000년 초 성 회장이 YMSA를 ㈜영원무역 주주로 올리며 오너십 강화 작업의 스타트를 끊었다. 즉, 계열 지배구조의 정점 ㈜영원무역을 장악하는 방법으로 우회전략을 쓴 셈이다. YMSA가 장내에서 22억원어치 2.77%를 사들였다. 2003년 4~5월(21억원), 2008년 7~12월(77억원) 98억원을 들여 8.43%를 확보했다.
성 회장이 경영권 안정을 위해 ㈜영원무역 자사주 매입에 부쩍 공을 들인 것도 2000년부터다. 2월부터 직접 취득(1.12%)과 신탁계약(18.78%)을 통해 지속적으로 사들여 당시 19.9%를 보유했다.
2009년 성기학·YMSA 1대주주 교체
2009년. 영원무역그룹이 지주 체제로 전환한 해다. 7월 ㈜영원무역을 0.2대 0.8 인적분할로 쪼갰다. 지주사 영원무역홀딩스(존속)와 사업부문 ㈜영원무역으로 나눴다. 이를 계기로 성 회장은 직접 자금을 들이지 않고도 계열 장악력을 한 단계 ‘레벨-업’했다.
홀딩스는 곧이어 9월 신설 자회사(19.90%·옛 ㈜영원무역 자사주)인 ㈜영원무역 주주를 대상으로 현물출자 유상증자에 착수했다. 지주사 요건인 자회사 지분을 20%(비상장 40%, 2020년부터 30%·50%로 상향) 이상으로 맞추는 것은 물론 ㈜영원무역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수순이었다.
당시 홀딩스가 현물출자 대상으로 지정한 ㈜영원무역 주식이 성 회장(9.34%․306억원)과 일가 3명(차녀 제외), YMSA(8.43%․276억원) 소유의 18.07% 전부다. 대가로 홀딩스로부터 발행주식의 4분의 1, 액수로 592억원어치 신주를 받았다.
성 회장은 실제 매매대금이 오고 가지 않은 주식 맞교환을 통해 홀딩스 개인지분을 18.01%로 끌어올렸다. YMSA는 16.25%를 확보하며 뒤를 받쳤다. 일가 4명(0.60%)을 합하면 기존 18.10%에서 34.85%로 확대됐다. 이어 홀딩스 아래에 ‘투톱’ ㈜영원무역(37.93%)과 영원아웃도어(51%)가 재배치됐다.
한 발 더 나아갔다. YMSA를 홀딩스 위의 최상위 지배회사로 전면에 내세웠다. YMSA가 2009년 11월 장내 주식매입을 재개해 12월 성 회장을 제치고 단일 1대주주(18.09%)로 올라섰다.
쉼 없었다. 24.62%를 확보했을 때인 2012년 2월에 가서야 멈췄다. 투입자금이 306억원이나 됐다. 반면 오너 일가는 이 기간 단 한 주도 사들인 적이 없다. 성 창업주(18.01%)와 일가 4명이 18.61%를 유지한 채 오로지 YMSA를 통해 43.23%로 끌어올렸다.
2000년 초부터 3단계에 걸쳐 완성한 성 회장→YMSA→홀딩스→㈜영원무역·영원아웃도어로 이어지는 오너 지배구조는 2022년까지 성 회장의 경영권을 튼실하게 지탱해 온 지배체제의 뼈대다.
성 회장이 계열을 장악하는 데 정작 본인은 별다른 공력(功力)을을 들이지 않고, 전적으로 YMSA를 지렛대로 활용해왔던 것을 잘 보여준다. YMSA에게 자금은 전혀 문제될 게 없었다. (▶ [거버넌스워치] 영원무역 ④편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