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아직은 학업 중이어서 가업에 불러들이지는 않았지만 아들을 후계자로 낙점한 거나 진배없다. 집안 전통이다. 오너 4세들 중 압도적인 계열 지분 등 이를 보여주는 정황들도 차고 넘친다.
4대 승계를 준비 중인 농기계 중견그룹 대동 얘기다. 선친이 그랬듯, 3대 오너 김준식(59) 회장은 딸 김성연(28)씨와 아들 김신형(24)씨 중 일찌감치 장남 중심으로 후계 기반을 닦고 있다.

㈜대동 말고도 계열 주식 수두룩 ‘집안 내력’
대동은 고(故) 김삼만(1912~1975) 창업주→고 김상수(1933~2017) 회장(1남2녀 중 장남)→김준식(59) 현 회장(2남1녀 중 차남)에 이르기까지 3대째 아들이 가업을 잇고 있다. 김신형씨를 유력 후계자로 볼 수밖에 없는 우선적인 이유다.
모태사로서 계열 지주사격 ㈜대동 주식에서도 엿볼 수 있다. ㈜대동은 현재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이 25.9%다. 김 회장 22.51%, 일가 7명 2.81%, 계열 주주사 대동기어 0.59%다.
김신형씨는 0.92%다. 4대 승계를 위한 초기 기반조성 단계여서 미미하기는 하지만, 김 회장을 제외한 다른 오너 일가를 통틀어서는 가장 많다. 14살이던 2015년 6월부터 2020년 4월까지 장내에서 사모은 주식이다. 투입자금 또한 21억원에 이른다. 김성연씨 주식은 0.11%가 전부다. 2016년 12월부터 장내매입한 주식이다. 자금도 3억원이 채 안된다.
선대 회장의 증여·상속 주식이 후계자인 김 회장에게 집중됐듯이 김 회장 또한 아들 중심으로 일찌감치 후계구도를 닦아나가는 것을 보여준다. 다만 올해 나이 24살로 아직은 가업에 발을 들이지는 않았다. 대동그룹 관계자는 “김 회장의 장남은 현재 학업 중”이라며 “장녀 또한 계열사에 적을 두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대동의 후계구도에서 장남이 우위에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는 또 있다. ㈜대동은 예나 지금이나 지배회사인 까닭에 ㈜대동 지분이 곧 계열 장악력을 의미한다. 하지만 선대 회장 때부터 오너 일가는 ㈜대동 말고도 계열사 주식이 수두룩했다. 대동기어, 대동모빌리티 등이다. 뿐만 아니다. 김 회장 부자(父子)의 개인회사도 하나 있었다. 바로 하이드로텍이다.


4세 ㈜대동 주식 재원 하이드로텍 한 몫?
하이드로텍은 2003년 11월 설립된 농기계용 유압기기 업체다. 대동의 사업 중추사인 농기계 제조업체 ㈜대동의 수직 계열화 부품사 중 하나다. ㈜대동이 지분 100%를 전량 소유 중이다.
원래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확인 가능한 범위로, 2011년만 해도 1대주주가 김 회장이다. 지분도 65.04%나 됐다. 대표를 맡아 경영을 직접 챙기기 시작한 때는 2023년 3월로 얼마 안되지만 한참 앞서 2010년 9월부터 이사진으로 이름을 올려놓던 곳이기도 하다.
뒤이어 2016년 김신형씨가 11.96% 3대주주로 등장했다. 부자의 지분이 77.0%에 달했다. 당시 ㈜대동은 12.99%에 불과했고, 다른 오너 일가 주주도 없었다. 하이드로텍이 사실상 김 회장 부자 소유의 계열사였던 셈이다.
이듬해 12월 ㈜대동이 돌연 하이드로텍을 완전자회사로 편입했다. 직접 보유지분 외에 87.01%를 51억원에 전량 사들였다. 주당매입가가 7만6000원이다. 액면가(1만원)의 8배에 가깝다. 김 회장은 38억원을 손에 쥐었다. 장남은 7억원을 챙겼다. 바꿔 말하면 예나 지금이나 주로 내부거래를 통해 비교적 안정적 수익을 올려왔던 계열사 주식을 현금화했다는 의미다.
하이드로텍은 2013~2017년 당시 매출이 228억~346억원으로 이 중 계열비중이 70.2%~84.9%다. 2017년의 경우 대동기어 136억원, ㈜대동 45억원, 대동모빌리티 9억원 등 75.3%(190억원)다. 계열사들을 기반으로 2014년부터 4년간 영업이익으로 적게는 5억원, 많게는 9억원을 벌었다.
시기적으로 볼 때, 김 회장 부자는 이 자금을 ㈜대동 지분을 보강하는 데 투입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회장은 현 ㈜대동 지분 22.51%를 보유하기까지 선친의 증여·상속(13.46%) 말고도 57억원어치 주식(8.80%)을 장내매입했다. 2002년 2월~2003년 1월(6억원), 2005년 4월~2006년 3월(13억원), 2009년 10월(9억원)에 이어 하이드로텍 주식 처분 직후인 2018년 4월(29억원)에 걸쳐 있다.
김신형씨가 2015년 ㈜대동 주주로 등장한 이래 배당수입은 얼마 안된다. 2023년까지 9년 동안을 다 합해도 1억원 남짓이다. ㈜대동이 공격적으로 배당금을 많이 푸는 곳이 아니어서다. 2015년 이후 총배당액만 보더라도 매년 10억원대 안팎에서 2022년 이후 23억원 수준이다.
김신형씨가 ㈜대동 주식을 사들인 재원은 상당액이 증여를 통해 부친인 김 회장의 주머니에서 나왔다. 이에 더해 하이드로텍 지분 매각자금도 한 몫 했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뿐만 아니다. 오너 부자는 4대 승계를 위해 향후 ㈜대동 주식 매입이나 주식 증여시 세금 재원으로 활용함직한 계열사 주식이 더 있다. 대동기어와 대동모빌리티다. 두 곳 또한 내부거래가 적잖은 곳이다. 게다가 하이드로텍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돈이 되고’ 있다. (▶ [거버넌스워치] 대동 ④편으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