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캐릭터 완구 업체 오로라월드(AURORA WORLD)에는 요즘 화려한 빛과 어둠이 공존한다. 해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을 정도로 파죽지세지만 골프장에 수천억원 단위의 자금을 쏟아 부은 터라 빚이 적잖다.
4년여 전 2대 후계자가 경영 최일선에 등장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딱 거기까지다. 고희(古稀·70)를 목전에 두고 있지만 창업주의 지분 승계는 단 한 주도 대물림되지 않은 채 깜깜무소식이다.
OEM 출발…자체 브랜드로 해외 공략 성공
오로라월드는 노희열(68) 회장이 24살 때인 1981년 9월 창업한 ‘오로라무역상사’(1985년 9월 ‘오로라무역’ 법인 전환)로 출발했다. 작은 완구업체에서 근무한 경험을 밑천 삼아 캐릭터 완구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수출해 사업기반을 잡았다.
1990년대 들어 자체 브랜드를 앞세워 해외시장을 집중 공략했다. 인도네시아(1990년 1월)·중국(1993년 1월) 생산법인과 홍콩(1992년 8월)·미국(1992년 9월)·영국(1999년 12월) 판매법인을 잇달아 설립했다.
1999년 총자산 412억원에 매출 483억원, 영업이익으로 52억원을 벌어들여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 10.7%를 찍었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현 오로라빌딩 사옥을 가지게 된 것도 1999년 8월의 일이다. 같은 해 11월 지금의 ‘오로라월드’로 사명을 바꿔 달았고, 이듬해 12월에는 주식시장에도 입성했다.
지금껏 확장 일변도다. 2011년 1월 주력 생산기지 인도네시아 찌안주르(Cianjur)에 이어 2019년 12월 독일 쾰른 판매법인을 설립했다. 작년 6월에는 해외 최대 판매망인 미국법인을 통해 미국 유아용품 브랜드 ‘메리메이어(Mary Meyer)’를 인수했다.
현재 오로라월드는 '유후와 친구들', ‘팜팔스(Palm Pals)’, ‘롤리펫(Rolly Pets)’ 등으로 대표되는 캐릭터 완구 개발, 디자인, 생산, 판매를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원스톱 체제의 강점을 앞세워 전체 매출의 약 80%를 수출로 올리고 있다. 세계 최대 완구시장 미국에서는 브랜드 인지도 2위에 약 7.0%를 점유하고 있다. 영국은 점유율 1위다.
해외시장의 성공을 기반으로 2010년대 중반부터는 국내시장에도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걸었다. 2015년 4월 토이 오프라인 유통 브랜드 ‘토이플러스’를 론칭하기도 했다. 지금은 18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한 달 여새 시가총액 560억→1800억
현재 오로라월드 총자산(올해 3월 말 기준)은 5630억원. 증시 상장 이후 노 회장의 사세 확장의 결과를 보여주는 수치다. 계열사는 국내 6개사, 해외 2개 생산법인(인도네시아)과 4개 판매법인(미국·영국·홍콩·독일) 등 12개사다.
근래 들어서는 성장 추세가 더욱 가파르고, 벌이 역시 점점 좋아지고 있다. 2020년 1420억원 수준이던 매출은 2021년 1780억원을 시작으로 해마다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작년에는 4년 전의 2배에 가까운 276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022년 184억원을 기록하며 앞서 2017년(160억원)의 이전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작년에는 310억원으로 뛰었다. 2020~2021년 6%대에 머물던 이익률은 최근 2년 12.2%~11.2%로 연속 두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1~3월 매출 797억원으로 1년 전보다 31.1%(189억원)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40.6%(28억원) 확대된 97억원을 나타냈다. 이익률 또한 11.4%에서 12.2%로 상승했다.
오랜 기간 5000원~7000원대를 오르내리던 주가가 올해 6월 말을 기점으로 수직상승해 현재 1만5680원(14일 종가)으로 치솟은 배경이다. 7월 중순에는 장중 2만1950억원을 찍기도 했다. 작년 9월 560억원에 불과했던 시가총액은 1690억원으로 불어났다.
작년 순익, 영업이익의 1/7…실속 물음표
한데, 실속에 의문부호가 붙는다. 오로라월드에서 작년에 이자로 빠져나간 돈만 해도 177억원(순이자비용)에 달한다. 순이익이 영업이익의 7분의 1에도 못미치는 42억원에 머물렀던 주된 이유다.
빚이 불어나고 있어서다. 순차입금(총차입금-현금성자산)이 2020년 말 1210억원(1350억원-142억원)에서 올해 3월 말 3190억원(3560억원-371억원)으로 163.9%(1980억원) 증가했다.
재무건전성에 경보음이 울리고 있다. 차입금의존도는 49.3%→63.3%로 14.0%p 높아졌다. 부채비율은 149.2%에서 116.7%p 뛴 265.9%로 적정선(200%)을 넘어섰다. 유동비율 또한 53.1%로 안정선(100%)에 한참 밑돈다.
알짜배기 사옥 서울 테헤란로 오로라빌딩 외에 2021년 6월 판교 신사옥(R&D센터)을 617억원에 매입하며 적잖은 자금이 들었다. 무엇보다 그 해 말 골프장 건설에 뛰어든 탓이 컸다. 노 회장이 2007년부터 기회를 노려왔던 숙원사업이다.
노 창업주에게는 재무건전성 개선이란 과제 못지않게 허투루 할 수 없는 화두가 또 존재한다. 2대 승계다. 후계자는 정해져 있다. 장남 노재연(41) 대표다. 경영 최일선에 데뷔시킨 지 4년여가 지났지만 지분 승계는 걸음마 조차 떼지 않았다. (▶ [거버넌스워치] 오로라월드 ②편으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