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엠코와 현대엔지니어링의 합병이 가시화됐다. 이에 따라 그동안 수면 아래에 있었던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핵심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돼 있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는 순환출자 형태로 돼 있다.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의 구조다. 이 구조를 중심으로 나머지 계열사들의 지분 관계가 얽혀있다.
정의선 부회장이 이들 주요 3개 계열사 중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기아차 뿐이다. 그나마도 1.75% 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향후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는 이들 기업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다.
현대엠코와 현대엔지니어링의 합병이 정의선 체제 구축을 위한 실탄 마련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정의선 부회장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는 기아차 이외에 현대엠코(25.06%), 현대글로비스(31.88%), 이노션(40%) 등이다.
정의선 부회장이 이처럼 주요 계열사가 아닌 비상장사 위주의 지분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는 것은 그동안 정몽구 회장의 지분 승계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98년 현대차그룹 회장에 취임한 이후 정 회장은 자신의 경영권을 확고히 했다. 하지만 장자인 정의선 부회장에 대해서는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넘겨주지 않았다. 증여세 등에 대한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또 정의선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제역할을 할 때까지 자신의 지배 기반을 확고히 해두겠다는 포석도 있었다.
현재 정몽구 회장은 현대글로비스(11.51%), 현대모비스(6.96%), 현대차(5.17%) 등을 보유하고 있다. 핵심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면서 순환출자구조를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