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출발할 권오준 호의 앞길은 그리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급격히 하락한 수익성 개선이 급선무다. 정준양 체제에서 실패한 사업 포트폴리오도 다시 짜야 한다.
또 내부와의 소통을 통한 혁신도 이뤄내야 한다. 세간의 관심이 집중돼 있는 만큼 권오준 체제의 포스코는 많은 성과를 내야한다는 부담이 있다.
◇ 악화된 수익성
권오준 체제의 포스코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는 실적 개선이다. 포스코는 작년 3분기까지 4분기 연속 '1조 클럽'에 가입하지 못했다. 작년 4분기 영업이익도 시장의 기대에 못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포스코의 실적이 악화된 것은 업황 침체 때문이다. 철강업은 대표적인 경기 민감 업종이다. 경기가 좋으면 건설, 자동차 등 연관산업의 수요가 늘어난다. 철강제품의 수요도 함께 증가한다.

▲ 포스코는 현재 업황 부진과 공급 과잉 등에 따른 실적 악화에 신음하고 있다. 지난 2012년 4분기부터 작년 3분기까지 분기 기준 '1조클럽'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다. 오는 28일 발표될 작년 4분기 실적도 시장의 기대치를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하지만 최근 수년간 글로벌 경제는 극심한 침체에 시달렸다. 철강업도 경기 침체의 후폭풍을 맞고 신음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 철강사들이 물량을 쏟아내면서 세계 철강업계는 공급과잉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3고로를 본격 가동한 현대제철의 등장도 포스코에겐 위협요소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제품가격을 인상해야 하지만 대내외적인 여건이 이를 허락지 않는다. 실적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 '외형은 커졌는데…'
최근 수년간 포스코는 비(非)철강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왔다. 지난 2009년 정준양 회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시작한 일이다. '철(鐵)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 정 회장의 지론이었다.
포스코는 글로벌 종합 소재기업으로의 도약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이에 맞춰 대우인터내셔널을 필두로 성진지오텍 등을 인수했다. 또 사업부문이 겹치는 계열사를 통합했다. 체질개선에 나선 것이다.

▲ 포스코는 지난 2009년부터 사업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인수·합병에 나섰다. 하지만 경기침체 등으로 인수·합병한 업체들의 실적이 신통치 않았고 이는 결국 포스코의 내실이 훼손되는 결과를 낳았다. |
하지만 포스코의 체질개선 작업은 결론적으로 실패했다. 외형은 불어났으나 내실이 훼손됐다. 지난 2007년 23개였던 포스코 계열사는 지난 2012년 70개로 늘었다. 주로 인수·합병(M&A)을 통해서였다. 외형의 성장은 뚜렷했다.
반면 포스코의 순이익은 5년 사이에 반토막이 났다. 부채비율도 작년 90%대까지 치솟았다. 차입금은 같은 기간동안 4.5배가량 증가했다. 내실 경영의 대명사였던 포스코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 내부 통합이 열쇠
권오준 내정자가 낙점된 이유는 '기술'때문이다. 철강업황이 어려운 만큼 위기 돌파를 위해서는 기술력이 관건이라는 인식이 강해서다. 권 내정자는 이런 측면에서 포스코가 처한 위기를 극복할 가장 최적의 인물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권 내정자에게는 약점이 많다. 재무, 기획, 마케팅 등에 대한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내부에서 견제를 받을 수도 있다. 또 그동안 워낙 조용한 행보를 해와 내부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 권오준 포스코 회장 내정자에게는 내부 소통을 통한 조직 통합과 기술을 바탕으로 한 포스코만의 차별화된 전략 수립이라는 과제가 남아있다. |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철강시장에서 포스코를 차별화하는 것이 권 내정자의 임무다. 하지만 이 임무는 포스코 내부가 권 내정자를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때만 가능하다. 대내외적으로 권 내정자에게 바라는 것은 공기업 인습이 남아있는 제왕적 지위의 CEO가 아니다.
따라서 참모진 구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재계 6위의 포스코를 이끌기 위해서는 어느 한 분야에만 특화돼서는 안된다. 본인이 부족한 부분은 잘 짜여진 참모진으로 보완하는 수밖에 없다. 이를 통한 내부 소통 강화는 필수다.
업계 관계자는 "권오준 체제의 포스코는 많은 악재를 안고 시작할 수밖에 없다"며 "이를 얼마나 해소하느냐가 권오준 내정자 개인뿐만 아니라 포스코의 앞날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