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포스코 신임 회장이 내정됐다. 당초 예상을 깨고 권오준 포스코 사장이 회장 후보에 올랐다. 이번 차기 회장 후보 선임은 후보군 발표 하루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 기술·해외 네트워크에서 높은 점수
포스코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16일 심층 면접을 통해 권오준 포스코 사장(기술부문장)을 차기 회장 후보자로 최종 내정했다. 지난 15일 5명의 후보군을 발표한 지 하루만에 이뤄진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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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는 지난 15일 이사회를 통해 5인의 후보군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중 권오준 포스코 사장과 정동화 포스코건설 부회장이 하루 뒤인 이날 심층면접을 치렀다.
권오준 사장은 1950년생으로 서울사대부고와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했다. 정준양 현 회장의 고등학교, 대학교 후배다. 이후 캐나다 윈저대 금속공학과(석사), 피츠버그대 금속공학과(박사)를 마쳤다.
포스코와의 인연은 지난 1986년 RIST(포항산업과학연구원)에 입사하면서 부터다. 이후 포스코 자동차강재연구센터장, 기술연구소 부소장, 기술연구소장, RIST원장 등을 거쳐 현재는 포스코 기술부문장으로 재임 중이다.
권 사장은 이력에서 보듯 전형적인 엔지니어다. 철강기술전문가로 포스코의 기술 개발을 주도해왔다. 특히 정준양 회장이 재임 기간 중 역점을 뒀던 소재 분야와 관련, 기술경쟁력 우위 확보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포스코 유럽사무소장 등을 지내며 해외철강사와의 네트워크를 갖춘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기술 전문가인데다 해외 네트워크에 강점이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 '기술은 잘 알아도 경영은…'
포스코 내부에서는 권 사장의 차기 회장 내정에 대해 의외라는 반응이 많다. 당초 예상했던 유력 후보가 아니어서다. 5명의 후보군이 발표됐을 때만해도 포스코 내부에서는 오영호 KOTRA 사장과 김진일 포스코 켐텍 사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만해도 권 사장은 유력한 후보가 아니었다. 권 사장은 입사 이래 지금껏 연구 개발 분야에만 종사해왔다. 경영 부문에 대한 경험이 전무하다시피하다. 사내 이사로 이사회에도 참여한 바도 없다. 이는 포스코 전반을 운영하고 경영하는데 있어 치명적인 약점으로 지적된다.

▲ 권오준 포스코 신임 회장 내정자는 철강업계에서는 유명한 기술 전문가다. 하지만 경영 부문에 있어서는 경험이 부족해 향후 거대 조직인 포스코를 잘 이끌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
업계에서는 이번 결과에 대해 '정준양 회장 역할론'이 대두되고 있다. 권 사장은 정 회장과 학연으로 연결돼있다. 권 사장은 정준양 체제 내에서 기술부문장까지 올랐다. 정 회장은 평소 독자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그만큼 권 사장을 총애했다는 후문이다.
포스코 고위 관계자는 "권 사장은 경영 쪽은 경험이 부족할지 모르겠지만 기술 부문에서는 탁월한 성과를 보여왔다"며 "정준양 회장은 평소 권 사장의 이런 부분을 높이 샀다"고 말했다.
◇ 정준양 라인으로 분류
권 사장은 포스코 내부에서도 '정준양 라인'으로 분류됐다. 지난 15일 발표됐던 5명의 후보군에서 외부인사인 오영호 사장을 제외한 내부인사 4명중 3명은 '정준양 라인'으로 불렸던 인물들이다. 특히 심층면접까지 오른 권 사장과 정동화 부회장은 측근으로 통했다.
정준양 회장이 가장 많은 비판을 받는 것은 무리한 외형 확장에 나섰다는 점이다. 여기에 철강 시황 악화로 포스코의 수익성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입지가 좁아졌다.
이에 따라 정 회장이 퇴임 이후를 고려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