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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외유내강' 권오준을 택하다

  • 2014.01.17(금) 11:24

겸손하고 따듯한 리더십 갖춰.."기술만이 살 길" 지론
늘 조용한 행보..객관적 입장에서 포스코 혁신 기대

"워낙 조용하신 분이라..."

 

3만7000여 명의 거대조직인 포스코를 이끌어갈 차기 수장으로 권오준 기술부문장(사장)이 낙점됐다. 포스코 내부에서는 그에 대해 알려진 정보가 거의 없다. 그 흔한 해프닝이나 에피소드조차 찾기 힘들다.

 

그만큼 조용한 행보를 해왔다. 그의 차기 회장 선임 소식에 포스코 직원들이 놀라는 이유다. 오로지 기술 외길만 걸어왔다. 포스코가 세계적으로 자랑하는 파이넥스 공법도 그의 작품이다. 포스코 R&D의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다. 하지만 앞으로 나서는 법은 없었다.

◇ 목표는 반드시 이룬다

권 사장은 1950년 경북 영주에서 태어났다. 학창시절 부친의 사업실패로 집안형편이 어려웠다. 열식구가 두 칸짜리 방에 지내야 했다. 권 사장은 공부만이 살 길이라고 생각했다. 온화하고 차분한 성품이었지만 목표를 정하면 반드시 해내야 직성이 풀렸다.

 

▲ 권오준 차기 포스코 회장 내정자.
스스로 공부하겠다고 정한 시간에는 무슨일이 있어도 공부에만 집중했다. 운동하겠다고 마음 먹으면 입시를 목전에 두고도 며칠씩 운동장에서 살았다. 한마디로 '외유내강'형 인물이다.

권 사장의 고교 동창 P씨는 "참 온화하고 얌전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무언가 목표를 세우면 무섭도록 집중했다. 선생님들도, 친구들도 참 많이 좋아했던 친구"라고 회상했다.

철(鐵)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서울사대부고 재학시절이다. 당시 우리나라는 경제발전을 위한 토대 마련에 한창이었다. '산업의 쌀'인 철을 공부하고 싶었다. 그리고 서울대 금속공학과에 입학했다.

◇ 최고의 엔지니어가 되겠다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최고의 엔지니어'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지금껏 권 사장을 지탱해왔던 목표의식이 발동했다. 더 넓은 곳에서 더 많은 공부를 하고 싶었다. 과감히 유학길에 올랐다.

캐나다 윈저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피츠버그대에서는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가난하고 힘든 유학 생활이었지만 최고가 되겠다는 목표 하나로 버텼다. 그의 유학 시절 동기는 "생활이 녹록지 않았지만 늘 밝았다. 참 긍정적인 친구였다"고 말했다.

▲ 포스코 파이넥스 1. 2호기. 권 내정자는 포스코가 세계적으로 자랑하는 파이넥스 공법을 상용화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에 자리를 잡았다. 이곳에서 본격적으로 연구에 돌입했다. 다른 것은 돌아보지 않았다. 오로지 기술 개발만이 우리나라가, 포스코가 살 길이라고 생각했다.

RIST에서 그의 연구는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포스코가 특허권을 가진 독점기술 대부분을 그가 개발했다. 비록 포스코 내부에서는 유명인사가 아니었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유명인사였다.

포스코 경영진에서도 그를 눈여겨 봤다. 그리고 그를 중용하기 시작했다. 기술연구소 부소장, EU사무소 소장, 기술연구소장, RIST 원장과 기술총괄 부사장을 거쳤다. 지난 2012년부터는 포스코의 기술부문장을 맡고 있다.

◇ 기술만이 살길이다

그는 '기술 지상주의자'다. 무엇이든 근원이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포스코의 근원은 철이다. 업황 침체로 모든 철강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서 살아남는 방법은 차별화된 기술 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의 이런 생각은 가족 모임에서도 언급됐다. 권 사장의 친동생인 권오용 효성그룹 홍보고문은 "형님은 늘 포스코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술 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권 고문은 전경련을 거쳐 SK㈜ 사장을 역임한 업계 홍보 베테랑이다.
 
▲포스코 송도 R&D센터. 권 회장 내정자는 포스코의 R&D 초석을 다진 전문 엔지니어로 평가받고 있다.

포스코 기술부문의 한 관계자는 "늘 자신의 일만을 묵묵히 하시는 분이라 대외적인 자리 등에 연연하지 않는 스타일"이라며 "항상 상대방의 의견을 충분히 경청하고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려 노력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그는 17일 출근길에서 만난 기자들이 경영 자질 부족 얘기를 꺼내자 "더 닦겠다"고 열린 입장을 보였다.

포스코 내부에서는 조용하기만 했던 그가 회장 후보로 선택된 이유는 무얼까. 많은 사람들은 그의 '무색무취'를 꼽는다. 누구의 라인이 아니라 굳이 말하자만 '기술'라인이라는 점, 내외부에 인맥을 형성하지 않은 점 등이 위기의 포스코를 일으켜세울 수 있는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얘기다.

포스코 고위 관계자는 "겸손하고 따뜻한 리더십을 가졌다"면서 "'무색무취'가 약점이 될 수도 있지만 현재 포스코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장점으로 부각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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