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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리모델링]①새판짜는 이유 '승계+경쟁력'

  • 2014.04.16(수) 08:49

패션부터 화학까지 계열사 재편
'승계이후 경쟁력 감안' 해석도

삼성그룹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크고 작은 조직개편이야 늘상 있는 일이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계열사 재편은 차원을 달리한다는 분석들이 나온다. 삼성은 그동안 기존 계열사 체제를 크게 흔들지 않았다. 전자 부문에서 사업들을 분리해 수직계열화를 만든 정도였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시작된 사업조정은 숨이 찰 정도다. 삼성에버랜드와 제일모직, 석유화학 등이 대상이 됐다. 삼성의 변화는 현재진행형이다. 전자와 금융, 건설 등 주요 사업군의 움직임을 들여다 본다.[편집자]

 

지난해 제일모직의 패션부문 매각에서 시작된 삼성 계열사 사업조정이 계속되고 있다. 삼성SDS의 삼성SNS 합병, 에스원의 삼성에버랜드 건물관리업 인수, 삼성에버랜드 식자재사업 분리, 삼성코닝정밀소재 매각, 삼성SDI의 제일모직 인수, 삼성종합화학의 삼성석유화학 합병 등이 1년도 되지 않는 시간에 이뤄졌다.

 

이같은 삼성의 계열사 조정은 크게 두가지 측면으로 해석되고 있다. 삼성가(家) 3세에 대한 승계를 염두에 두는 동시에 각 계열사들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자는 목적이다. 단순히 계열사를 나눠 물려주기 보다, 경쟁력을 갖춘 상태에서 승계를 해주자는 포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또 이같은 작업은 아직 진행형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건설분야가 그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들이 많다.

 

◇ '업의 본질' 맞춰 교통정리

 

삼성이 지난해부터 시작한 계열사 사업조정은 '업(業)의 본질'에 맞춰 단행된 측면이 적지 않다. 패션사업과 전자부문 소재사업이 공존하던 제일모직은 일련의 과정을 거쳐 이름만 남게 됐다. 패션사업은 삼성에버랜드로 넘어갔고, 소재사업은 삼성SDI로 옮겨진다.

 

삼성은 삼성에버랜드의 사명을 제일모직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사명이 변경된다면 결과적으로 기존 제일모직에서 소재사업을 넘기고, 리조트를 붙인 모습이 된다. 이미 기존 삼성에버랜드의 건물관리업은 보안업체인 에스원으로 매각됐고, 식품사업은 별도의 자회사 형태로 분리됐다.

 

과거 제일모직의 1대 주주는 국민연금이었다. 하지만 이 과정을 거친 제일모직(현 삼성에버랜드, 사명변경 가정시)의 주요주주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이건희 회장의 3남매가 된다.

 

 

기존 제일모직의 소재사업은 삼성전자가 지배하는 삼성SDI가 흡수, 전자 계열사들을 모으는 효과를 거뒀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디스플레이와 배터리 등 소재·부품을 만드는 회사들이 '업의 본질'에 맞춰 재배치된 결과가 됐다.

 

삼성토탈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삼성종합화학이 삼성석유화학을 흡수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석유화학사업의 덩치를 키워 '규모의 경제(규모를 확대할수록 고정비 절감 등 경제적으로 유리하다는 경제학적 용어)'를 노리는 동시에 초기제품부터 중간재까지 라인업을 갖춰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최근 삼성생명과 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등 금융계열사의 강도높은 구조조정 등도 결국 이같은 분위기와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 승계, 그 이후를 보다

 

각 사업의 경쟁력 제고와 함께 제기되는 것이 바로 승계 문제다. 삼성은 크게 이재용 부회장이 전자와 금융, 이부진 사장이 호텔과 상사, 이서현 사장이 패션 등을 담당할 것으로 관측돼 왔다.

 

아직 복잡한 지분을 정리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있고, 명확한 시점을 예측하긴 어렵지만 삼성가 3세로의 승계는 예정돼 있는 수순이다.

 

따라서 승계 이전에 각 계열사들을 조정, 승계이후에도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과제가 남는다. 최근의 사업조정이 승계이후에도 경쟁력을 이어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삼성의 한 임원은 최근의 변화에 대해 "이건희 회장 입장에서는 과거 삼성가에서 분할된 새한이나 한솔의 사례가 재연되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승계 자체보다는 물려준 이후에도 계속 성장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들겠다는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건설부문의 사업조정이 예상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이다. 그룹내 여러 회사에 흩어져 있는 건설사업을 하나로 모아, 승계이후에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체제로 바꾸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또 다른 임원은 "사업의 경쟁력 제고가 가장 큰 목적이겠지만 이를 후계구도와 완전히 분리해 생각하기도 어렵다"며 "어떤 변화가 생길지 예측은 쉽지 않지만 일련의 과정들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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