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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남미에서 세 토끼 잡는다

  • 2014.07.01(화) 14:26

현대차, 브라질 공장 증설·기아차, 멕시코 공장 추진
공급 부족 해소·신시장 개척·환율 리스크 감소 효과

▲ 그래픽=김용민 기자.

현대차그룹의 시선이 중남미와 남미로 옮겨가고 있다. 북미 공장의 가동률이 100%를 넘어서면서 과부하가 걸려서다. 또 중남미·남미 지역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높아진 것도 현대차그룹이 이 지역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
 
불안정한 환율도 현대차그룹이 이들 시장에 관심을 갖게된 원인이다. 해외 생산 비중이 확대될수록 현대차그룹은 환율 문제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현대차그룹에게 중남미·남미 시장은 여러모로 매력적이다.
 
◇ 중남미·남미 시장 개척
 
지난해 현대차의 미국 앨라바마 공장 생산량은 39만9500대였다. 연간 생산능력 37만대를 초과했다. 공장가동률은 108%에 달했다. 기아차도 마찬가지다. 기아차 조지아 공장의 생산능력은 34만3500대인데 생산량은 36만9299대(가동률 107.5%)에 달했다.
 
현대차그룹의 북미공장 가동률이 100%를 넘어섰다는 것은 생산능력이 한계치에 다다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다. 현대차그룹으로서는 뼈아픈 일이다.
 
수요가 있어도 판매할 차량이 부족해 판매량을 늘릴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이 중남미·남미 시장으로 눈을 돌린 까닭이다. 중남미·남미 시장은 북미 시장과 인접해있다. 이들 지역에서 생산해 북미와 유럽 등지로의 수출도 용이하다.


특히 멕시코의 경우 주요 시장과의 인접성 이외에 근로자 임금 수준도 미국의 20% 정도다. 그동안 세계의 공장을 자처해왔던 중국의 임금 수준이 해마다 오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멕시코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또 멕시코는 북미와 남미 여러 국가들과는 물론 유럽 등 전 세계 44개 국가와 FTA를 체결해둔 상태다. 멕시코 현지에서 생산한 차량들을 해외로 수출할 때 관세 혜택을 노릴 수 있다.
 
브라질의 경우 2억명이 넘는 인구와 소득 수준 향상에 따른 자동차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현대차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여기에 수입차에 대해서는 35%의 관세와 30%의 공업세가 부과돼 현지 생산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12년 신규 자동차 등록수 기준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의 규모는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3위다.
 
◇ 브라질 공장 15만대→30만대
 
현재 현대차는 브라질, 기아차는 멕시코를 눈여겨 보고 있다. 브라질의 경우 현대차가 이미 생산 기지를 확보하고 있는 곳이다. 현대차는 브라질 공장의 증설을 고민 중이다. 기아차는 멕시코에 연산 30만대 규모의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는 작년 브라질 공장에서 16만7346대를 생산했다. 브라질 공장의 생산능력은 연 15만대 규모다. 공장 가동률은 111.6%에 달했다. 브라질 공장의 최대 생산 가능 대수는 18만대다. 증설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과부하가 걸릴 것이라는 예상이다.
 
현대차는 지난 2012년 10월 양산 한달만에 1교대에서 2교대로 전환했다. 작년 9월에는 3교대제로 전환해 연산 18만대 체제에 돌입했다. 하지만 수요를 따라잡기에 역부족인 상황이다.

▲ 현대차 브라질 공장 생산라인 모습. 현대차는 브라질에 연산 15만대 규모의 생산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3교대 체제로 전환, 현재는 연산 최대 18만대 규모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오는 10월부터는 UPH 조정 등을 통해 연간 최대 5400대를 더 생산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연산 30만대 규모를 갖춘다는 것이 현대차의 생각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오는 10월부터 UPH(시간당 생산대수)를 높여 증산에 돌입키로 했다. 연 최대 5400대까지 더 생산할 수 있다. 현대차는 장기적으로 브라질 공장을 연산 30만대 규모로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차는 멕시코 몬테레이 인근에 연산 30만대 규모의 공장을 짓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주정부와 공장설립에 관한 양해각서 MOU 체결을 앞두고 있다. 이르면 올해 말 착공해 오는 2016년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멕시코는 지리적 이점 등에 힘입어 세계 자동차 업체들과 부품업체들이 진출해 있다. 포스코는 이미 연산 90만톤 규모의 자동차 강판 공장을 운영중이다. 만도도 멕시코 진출을 타진 중이다.
 
◇ 세 토끼 한꺼번에 잡는다
 
현대차그룹이 이처럼 중남미·남미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시장 규모가 날로 커지고 있어 적극적으로 시장을 개척할 때가 됐기 때문이다.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남미는 지리적으로도 먼 데다 경제 성장폭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일인당 소득이 1만~1만5000달러인 경우 인구 1000명당 세계 평균 자동차 보유대수는 264대다. 이 소득 범위에 속하는 브라질(210대), 우루과이(217대), 베네수엘라(147대)의 1000명당 자동차 보유대수는 세계 평균을 밑돈다. 그만큼 성장 여력이 있다는 이야기다. 현대차그룹은 이 부분에 주목했다.
▲ 자료:World Bank,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또 현대차그룹은 최근 수년간 환율 문제에 시달려 왔다. 실제로 현대·기아차는 달러-원 환율이 10원 하락할 경우 2000억원의 매출 손실을 입는다.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75~80%에 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해외 생산 비중 확대다. 작년 현대차의 해외 생산 비중은 60%를 넘었다. 기아차도 40% 중반에서 조금씩 비중이 확대되는 추세다. 현대차 브라질 공장 증설, 기아차 멕시코 공장 신설 등은 해외 생산 비중 확대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따라서 현대차그룹에게 남미 시장은 공급 부족 해소, 신시장 개척, 환율 리스크 감소 등 세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최근 남미지역의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남미 시장은 매력적인 곳"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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