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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4사, 윤활유 시장 쟁탈전 시작됐다

  • 2014.10.06(월) 16:03

현대오일뱅크 年 65만톤 생산 추가
경쟁심화로 정유사 실적에 부담줄 듯

국내 정유사들의 실적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정유사업에선 국제유가 하락과 석유제품 수요 둔화로 정제마진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화학사업에선 주력 제품인 파라자일렌(PX)의 수급 불균형으로 가격이 급락한 상태다.

 

그나마 윤활유 사업에선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했다.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고급 윤활기유 소비량이 늘고 있으며 국내 윤활유 시장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윤활유 시장에 경쟁자가 추가됐다. 현대오일뱅크다. 이로 인해 정유사 윤활유 사업 부문에서의 실적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달부터 윤활유 사업을 본격화했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인 쉘(Shell)과 6대 4로 합작해 현대쉘베이스오일을 설립한 뒤, 충남 대산공장 내 4만6000㎡ 규모의 윤활기유 생산공장의 상업 가동을 시작했다. 규모는 연산 65만톤으로 하루 생산량은 1만3000배럴 수준이다.

 

◇ 정유4사, 고급 윤활유 시장서 경쟁 본격화

 

현재 국내 윤활유 시장은 2조5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 중 GS칼텍스가 전체의 17%를 차지하고 있으며 SK이노베이션의 윤활유 사업 자회사인 SK루브리컨츠 16%, 에쓰오일 12% 등 국내 정유사가 45%를 점하고 있다. 한국쉘과 모빌코리아 등 외국계 정유사는 42%, 유화 업체 점유율은 13% 정도다.

 

여기에 현대오일뱅크가 자체 윤활유 브랜드인 엑스티어(Xteer)로 고급 윤활유 시장에 뛰어든다.

 

국제 윤활기유 시장에서의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국내 정유사들은 생산된 윤활기유 대부분을 해외로 내다팔고 있다. SK루브리컨츠의 경우 생산된 윤활기유의 80%는 해외로 수출하고 나머지는 윤활유의 원료로 사용하거나 국내에서 자체 소비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윤활기유 생산량의 77%를 수출하고 있으며 GS칼텍스는 40% 정도다.

 

특히 이들은 그룹Ⅲ 이상의 고급 윤활기유 시장을 주로 공략하고 있다. SK루브리컨츠는 전 세계 그룹Ⅲ 제품 생산량의 40%를 차지해 이 시장에선 1위다. 에쓰오일은 2위, GS칼텍스는 4위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생산한 윤활기유의 80% 이상을 합작회사인 쉘에 판매해 해외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대표는 "현대오일뱅크의 안정적인 공장운영 노하우와 정제기술이 쉘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른 기존 정유사들의 윤활기유 수출 물량 감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윤활유, 효자 역할 지속될까

 

윤활유 사업은 그 동안 정유사들의 실적 효자 노릇을 해왔다. 전체 이익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크진 않지만 시장이 꾸준히 성장했기 때문이다.

 

지난 2분기 SK이노베이션은 윤활유 부문에서 794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도 각각 634억원, 72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쏠쏠한 재미를 봤다. 하지만 현대오일뱅크의 윤활유 및 윤활기유 시장 참여로 경쟁이 격화됨은 물론 실적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국내 정유사 관계자는 “국내 윤활유 시장이 성장하고는 있지만 경쟁자가 늘어나는 만큼 기존 정유사들은 실적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현대오일뱅크가 시장에 처음 진입하면서 제품 가격을 낮추는 전략을 사용할 수도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업계 일각에선 윤활기유 시장 과열 경쟁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해외시장 공략에 있어서도 국내 정유사들 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장에서의 평가도 냉담하다. 시장 규모가 크지 않은데 경쟁사가 추가되면서 파이를 나눌 수밖에 없어서다.

 

박건태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유와 화학사업이 부진하면서 상대적으로 견조한 윤활유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실제 윤활유 사업은 시장이 크지 않고 성장성도 아주 높다고 볼 순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오일뱅크의 시장 참여로 인한 실적 변화가 언제부터 반영될지 예측할 순 없지만 작은 시장을 또 쪼개야하는 만큼 실적에는 분명히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윤활기유와 윤활유

윤활기유는 제품의 질()에 따라 등급이 나뉜다. 품질이 가장 낮고, 수명이 짧은 그룹제품은 주로 선박 등 대형 엔진에 사용된다. 이보다 한 단계 높은 그룹는 트럭, 그룹제품은 승용차 등에 쓰인다. 최근 국내 정유사들은 그룹Ⅲ 이상의 고급 윤활기유 제품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윤활유는 윤활기유를 원료로 사용한다. 윤활기유에 첨가제를 배합해 합성윤활유를 만든다. SK이노베이션 'ZIC', GS칼텍스 ‘KIXX', 에쓰오일 에쓰오일7’, 현대오일뱅크는 ‘XTeer'라는 자체 윤활유 브랜드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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