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누가 살아남을까..삼성 '목표' vs 애플 '가치'

  • 2014.11.06(목) 08:35

글래스도어에 오른 평판 들여다보니
권오현 65% vs 팀쿡 93%

 

'생산성 높은 기계 vs 자유로운 영혼'

 

스마트폰 업계의 대표적 라이벌 삼성전자와 애플은 직원들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미국 취업사이트 글래스도에 올라온 전현직 직원들의 평가를 분석해봤다. 삼성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외국인 직원들은 회사를 '기계(machine)'라고 평가했다. 체계적인 팀웍으로 빠르게 신제품을 개발해 생산성은 높은 반면 조직 문화는 꽉 막혀있다는 것이다.

 

반면 애플의 직원들을 자유로운 분위기를 높게 평가했다.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알아서 일한다는 것이다. 직원들은 "애플의 정신과 제품까지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최근 경영진이 돈에 집착하기 시작했다는 평가도 있다. 스티브 잡스가 죽은 후 애플이 돈에 영혼을 잠식당하고 있다는 얘기다.

 

▲ 글래스도어에 오른 삼성과 애플의 평점 비교 (지난 5일 기준). 글래스도어의 평점란은 전체 총점 및 5가지 세부 부문(기업문화와 가치, 일과 삶의 균형, 상사(관리자), 보상과 복지, 경력 기회)으로 나눠져 있다. 경력 기회란 자신의 경력을 활용해 더 높은 연봉을 받을 기회를 의미한다. 리뷰어는 각 부문에 1점부터 5점까지 점수를 매길 수 있다. 1.0은 ‘매우 불만족’ 3.0은 ‘괜찮다’ 5.0은 ‘매우 만족’을 의미한다.

 

 
◇ 삼성 '팀워크' vs 애플 '개인기'

 

연봉 및 복지 혜택은 삼성의 강점으로 꼽힌다. 직원들은 “구글·아마존 등 미국 회사에 비해서는 연봉이 적지만 팍스콘·화웨이(Huawai)·수퍼마이크로(Supermicro) 등 아시아 회사들에 비해서는 보수가 높다”고 말한다. “차량 유지비를 지원하고 복지 카드도 준다” 며 복지 정책에 대해서도 만족감을 보였다. 

 

애플 직원들은 섬세한 복지 정책을 높게 샀다. 정직원은 물론 시간제 아르바이트 직원까지 복지 혜택을 준다. 애플의 한 직원은 "회사의 복지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좋다"며 "애플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 글래스도어에는 애플 사내 사진이 공개돼 있다. (좌)본사 카페테리아 모습 (우)직원들의 편의를 위해 설치한 스타벅스 커피 머신.

 

삼성의 외국인 직원들은 한국 동료들에 대해 만족감을 보였다. 외국인 직원들은 “동료들이 매우 친절하며 대단히 협조적(super helpful)이다” “동료들이 팀을 이뤄 매우 짧은 시간에 ‘놀라운 성과’(amazing feat)를 거둔다”고 말했다.

 

삼성에 비해 애플 직원들은 개인주의가 강하다. 애플 직원들은 “동료들과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없으며 서로 배울 수도 없다”고 말한다.

 

애플은 보안을 철저히 유지하기 위해 업무상 필요한 대화조차 꺼리는 분위기다. 그러다보니 동료들에게 배우며 성장하기가 어렵다는 푸념도 나온다. 거의 모든 정보가 비밀로 취급되다 보니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것도 힘들다는 것이다. 한 직원의 “애플에서 요구하는 것은 한 개인의 창의력 뿐”이라고 말했다.

 

 

◇ 삼성 '속도' vs 애플 '자유'

 

‘빠른 속도’는 삼성의 강점이다. 지난 6월 평판을 올린 삼성의 한 직원은 “삼성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며 체계적인 경영(systematic management)을 그 이유로 들었다.

 

실제로 삼성은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 등 선진화된 경영관리로 유명하다. 지난 5월 일본 전자업체 도시바가 삼성의 인력 교육과 관리 시스템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찾았을 정도다.

 

그러나 외국인 직원들 사이에서 삼성의 관리 시스템에 대한 평가는 상반된다. 빠른 실행력과 성과 도출에 대해서는 높게 평가하면서도 상명하달식 의사소통과 지나친 업무 간섭에 대해서는 불만이 크다.

 

현재 삼성에서 일하고 있다고 밝힌 익명의 직원은 “삼성은 기업이라기보다는 군대 조직에 가깝다"며 "의견은 위에서 아래로만 전달되며 중간 관리직은 그저 명령을 실행할 뿐”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삼성과 달리 직원들에게 일일이 나갈 방향을 지시하지 않는다. 애플은 목표 중심이 아니라 좋은 가치를 설정해 움직이는 회사다. 직원들이 프로젝트 방향 설정도 알아서 정할 수 있으며 근무시간도 자유롭다.

 

다만 책임과 성과는 철저히 묻는다. '어찌됐든 성과를 보이라'(Show me policy)는 정책이다. 

 

‘야근’에 대한 생각도 극과 극이다. 삼성 직원들은 상사가 시키니까 ‘울며 겨자먹기’로 야근 하는 분위기라면 애플은 자신의 목표 달성을 위해 야근을 한다. 애플의 선임 하드웨어 엔지니어는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면서 ‘9 to 5(9시 출근 5시 퇴근)’를 기대할 수는 없다”며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해 보이기 위해서라면 두 배로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에서 고질적으로 제기됐던 ‘지나친 야근’에 대해서는 회사 차원에서 개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평판도 올랐다. 삼성의 전 직원은 "최근 회사에서 우울증 클리닉을 비롯해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회사가 조만간 악명 높은 야근 문화에서 벗어날 것 같다"고 적었다.

 

◇ 이력서에 한줄 넣기 좋은 회사?

 

삼성과 애플은 소속감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삼성 직원들 사이에서는 "회사의 일원으로서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한숨 섞인 푸념이 적지 않다. 

 

영업 부장으로 일했다는 전 직원은 “회사의 목표 달성을 위한 ‘도구’라는 느낌을 받는다”며 “의욕이 꺾이고 일이 지루해졌다”고 말했다. 삼성에 대해 “이력서에 한 줄 넣기 좋은 회사” “빨리 다른 회사로 옮겨야한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반면 애플의 사기는 높다. 직원들의 후기에는 ‘애플을 사랑한다’는 말이 자주 오르 내린다. 애플에서 고문으로 일했던 전 직원은 “경영진부터 사내 카페 직원에 이르기까지 '애플의 문화'와 '애플의 제품'을 진정으로 믿는다”고 적었다.

 

애플의 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제품을 만드는 곳,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사내 문화와 리더십이 있는 곳”이라고 평가했다.

 

▲글래스도어에 오른 CEO 지지율 (지난 5일 기준)

 

물론 애플의 명성이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평가도 있다.

 

일부 직원들은 스티브 잡스가 죽고 나서 달라진 사내 분위기를 전했다. 애플에서 5년 이상 일했다는 한 영업 전문가는 “스티브 잡스가 사라지자 애플은 오직 ‘달러’와 ‘센트’에 집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패드 이후 애플에 새로운 혁신이 없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 中 IT거인 화웨이 "차가운 늑대문화"

화웨이는 앞뒤 가리지 않고 기회를 포착해 시장을 확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소위 ‘늑대 문화’다. 직원들의 평판에서도 화웨이의 늑대 문화가 묻어 나온다. 외국인 직원들은 화웨이가 "이렇다 할 사내 문화 없이 돈 밖에 모르는 차가운 곳"이라고 평했다.

 

화웨이에 대한 평판 중에는 ‘오로지 돈 밖에 없다’라는 글이 적지 않게 오른다. 한 외국인 직원은 “인간의 존엄성 없이 그저 돈만 보고 일을 하고자 한다면 화웨이는 최적의 장소”라고 독설을 날렸다.

 

▲ 중국 광둥성 선전에 위치한 화웨이의 본사 전경.

중국 기업답게 실용주의적인 분위기는 장점으로 꼽혔다. 업무에 필요 없는 문서 작업 등을 지양한다는 것이다. 화웨이에서 3년 이상 일하고 있는 한 직원은 “쓸데없이 엑셀이나 채우는 일은 하지 않는다”며 “프로젝트와 관련된 이슈에 대해 서로 지원하며 빠르게 해결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직원들은 업무량에 대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한다. 지난 1991년 화웨이 초창기 멤버들은 제품 개발을 위해 밤낮 연구에 매달리며 사무실 한 켠에 놓인 ‘야전침대’에서 잠깐 눈을 붙인 것으로 유명하다. 이는 화웨이만의 ‘야전 침대’ 문화로 언급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화웨이의 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대부분의 직원들이 요즘들어 쉼 없이 48시간을 일한다. 상사들은 주말 저녁에도 거리낌없이 직원들을 회사로 불러 내서 일을 시킨다”고 말했다.

 

사내 정치와 차별에 대한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도 높다. 업무에 따라 성과를 평가하지 않으며 상사에게 얼마나 잘 보이느냐가 평가의 척도라는 것이다. “매니저들이 일부 직원들을 ‘상류층 시민’처럼 대한다. 이들은 일을 하지 않는데도 업무 평가가 좋게 나오고 모든 복지 혜택을 쓸어 간다” 등의 혹평이 많았다.

 

이에 따라 회사에 대한 외국인 직원들의 불신은 깊다. 현재 이사로 근무하는 한 임원은 “화웨이는 두려움으로 가득차 있다. 유능한 많은 직원들은 다른 기회를 적극적으로 찾고 있거나 이미 떠난 상태”라고 말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