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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 현대重 지분투자 '신의 한 수'

  • 2014.11.21(금) 15:40

정몽진 KCC회장, 사촌인 현대重에 3000억 수혈
KCC 투자이력 '눈길'..시장 "두 토끼 잡은 것"

피는 물보다 진했다. KCC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빠진 현대중공업에게 실탄을 공급했다. 정몽진 KCC그룹 회장은 정몽준 현대중공업그룹 대주주와 사촌 간이다. 위기에 빠진 사촌을 위해 손을 내민 셈이다.

 

일각에서는 KCC의 이번 지분 매입이 저가매수를 통한 차익실현을 노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현대중공업을 도울 목적도 있지만 1차적으로는 시세차익 차원이라는 것이다. 이유야 어찌됐건 돈이 급한 현대중공업으로서는 단비와 같은 자금이다.

◇ KCC, 현대重에 3천억 수혈

 

지난 20일 현대중공업그룹과 KCC 간에 상당한 규모의 거래가 있었다. 먼저 현대삼호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던 KCC 주식 80만3000주를 블록딜로 전량 매각했다. 금액으로는 4151억5100만원에 달한다.

이어 KCC는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서둔동 296-77외 2필지를 이지스복합쇼핑몰사모부동산투자신탁30호에 총 3000억원에 매각했다. 그리고 이 자금을 이용해 현대중공업 주식 243만9000주를 매입키로 했다. 이에 따라 KCC의 현대중공업 지분율은 3.04%에서 6.25%로 올라가게 됐다.

외형상 KCC가 주식거래를 통해 현대중공업에 실탄을 지급하는 모양새다. 현대중공업으로서는 반가운 자금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3분기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들어서만 총 3조2272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 KCC그룹은 지난 20일 현대중공업 주식 234만9000주를 총 3000억원에 매입키로 했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빠진 현대중공업으로서는 단비와 같은 자금이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고강도 구조조정 중이다. 인적 구조조정에 이어 사업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적자 사업들을 정리하고 수익성 회복에 초점을 맞췄다.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중이다. 하지만 고정비용은 계속 필요하다.

이런 와중에 KCC가 3000억원의 자금을 수혈해주겠다니 현대중공업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현대중공업과 KCC의 이번 거래는 평소 돈독했던 양사 간의 관계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현대중공업과 KCC는 지난 2008년 폴리실리콘 제조업체 ‘케이에이엠(KAM)’을 합작 설립했다. 현재는 업황 침체로 양쪽 모두 철수한 상태지만 현대중공업과 KCC는 늘 우호적인 관계였다. 정몽준 현대중공업그룹 대주주와 정몽진 KCC그룹 회장은 사촌 간이다. 범 현대가에서도 이들의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있다.

◇ '눈에 띄는' KCC의 투자 이력

일각에서는 KCC의 이번 행보에 대해 다르게 보는 시각도 있다. 정몽진 KCC그룹 회장은 업계에서 '투자의 귀재'로 알려져있다. 그동안 정 회장과 KCC가 진행했던 투자에는 동일한 패턴이 있다. 저가에 매수해 고가에 팔아 시세차익을 얻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현대중공업 지분 매입도 이런 차원이 아니겠느냐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정 회장과 KCC의 투자가 주목 받은 것은 지난 2011년이다. 당시 KCC는 삼성카드가 보유한 삼성에버랜드(현 제일모직) 지분 17%(42만5000주)를 총 7739억원에 사들였다. 에버랜드는 현재 상호를 제일모직으로 바꾸고 액면가를 100원으로 변경해 상장 추진 중이다.

▲ KCC그룹의 현대중공업 지분 투자로 정몽진 KCC그룹 회장과 KCC그룹의 투자 이력이 화제가 되고 있다. 정 회장과 KCC그룹은 지난 2011년 삼성에버랜드(현 제일모직) 지분 17%를 7739억원에 매입했다. 현재 삼성에버랜드는 제일모직으로 상호를 변경하고 액면가를 100원으로 변경, 상장을 추진 중이다. 공모가는 4만5000원으로 액면가 5000원으로 환산하면 최소 1500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액면변경에 따라 KCC의 보유지분 규모는 2125만주로 늘었다. 제일모직의 공모가는 4만5000원이다. 하지만 액면가 5000원으로 환산하면 주당 225만원에 달한다. KCC는 2011년 당시 삼성에버랜드 주식을 주당 182만원에 매입했다. 공모가로만 환산해도 최소 1500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두게 된다.

KCC는 지난 2003년에도 현대중공업과 현대엘리베이터 등에 대한 주식 투자로 큰 수익을 거둔 바 있다. 특히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우 경영권 분쟁 이슈가 불거지며 주가가 10배나 급등하기도 했다.

KCC는 이번 현대중공업 주식 매입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KCC는 현대중공업 지분인수는 투자재원 활용차원이라고 밝혔다. 결정만 했을 뿐 매입 시기와 방식도 결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 KCC '두 토끼' 잡는다
 
시장에서는 KCC가 두 토끼를 잡으려고 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사촌 관계인 현대중공업을 측면 지원하는 것은 물론 이를 통해 투자 수익까지 올리는 '신의 한 수'로 보고 있다.

지난 20일 종가 기준 현대중공업의 주가는 연초대비 53.6% 하락한 상태다. KCC로서는 현대중공업의 주식을 저가에 매입할 수 있는 기회다. 다만, 장내에서 대량 매수할 경우에는 부담이 큰 만큼 장외 거래를 통해 지분을 매입할 것으로 보인다. 21일 현대중공업의 주가는 'KCC호재'에 힘입어 전일대비 5.96% 오른 12만4500원에 장을 마쳤다. 
 
▲ 시장에서는 KCC의 현대중공업 지분 투자에 대해 '신의 한 수'로 보고 있다. 친인척인 현대중공업을 돕는다는 명분과 더불어 저가에 현대중공업 지분을 인수해 차후 현대중공업의 기업가치가 올라갈 경우 시세 차익을 노릴 수 있어서다.

향후 현대중공업의 주가가 오르면 큰 차익을 거둘 수 있다. 시장에서는 현대중공업의 향후 전망에 대해 긍정적이다. 공사손실충당금 탓에 실적이 급락했지만 포트폴리오 개선 등으로 수익성이 나아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아울러 KCC는 현대중공업의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등에 대한 지분 투자도 가능하다. 현대중공업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데다 성장성이 높아 KCC가 그동안 추구해왔던 차익실현 패턴에도 부합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KCC가 단순히 친인척 관계만으로 이번 투자를 감행했을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며 "현대중공업에 대한 자금 지원은 물론 향후 수익을 노린 고도의 계산된 투자"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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