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정기인사 시즌이 돌아왔다.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떠나고, 새로운 얼굴들이 등장하는 시기다. 올해도 변화의 폭은 작지 않을 전망이다. 국내외 시장상황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만큼 인사를 통해 이를 돌파할 계기를 만들 것이란 예상이다.
특히 재계 1위인 삼성그룹 인사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와 비교해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이 악화됐고, 이건희 회장의 건강 역시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상태인 만큼 인사 폭과 방향에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와 SK그룹, LG그룹의 인사폭은 삼성에 비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현대차그룹은 수시인사를 통해 몇몇 사장들은 이미 교체된 상황이고, SK그룹도 최태원 회장의 부재로 인해 주요 CEO들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해 정기인사에서 전자부문의 변화를 꾀한 LG그룹의 인사는 소폭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 '성과에 보상있다'는 삼성..이번엔?
삼성그룹 인사의 기본 원칙은 '성과있는 곳에 보상있다'로 요약된다. 다른 그룹들에 비해 높은 경영진 급여수준 역시 그동안 성과에 대한 보상이라는 측면이 강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좀 다르다. 지난해와 비교해 '성과'라고 할 만한 부분이 적다.
주력계열사인 삼성전자의 경우 메모리반도체를 제외한 대부분 사업부들의 실적이 전년에 비해 부진했다. 특히 무선사업부 실적 악화가 결정적이었다. 이번 인사에서 변화의 폭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현재 무선사업부에는 신종균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해 김재권 무선 글로벌운영실장, 이돈주 전략마케팅실장, 홍원표 미디어솔루션센터장, 김영기 네트워크사업부장, 김종호 글로벌기술센터장, 이철환 무선개발실장 등 사장들이 포진해 있다.
무선사업부의 경우 사장단 인사와 함께 임원, 조직개편 등도 관심거리다. 내부에서는 일부 사장급 사업부서 해체 등의 소문도 나온다. 반도체 인사폭은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소비자가전의 변화 가능성도 무선사업부에 비해선 크지 않을 전망이다.
계열사 인사결과도 주목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사업재편을 통해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중인 삼성SDI와 제일모직, 그리고 최근 합병이 무산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 거취가 관심사다. 일부에서는 이건희 회장의 부재에 따라 오너 일가의 승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삼성 인사는 3세로의 승계가 시작되고 있는 시점이라 더 주목을 받을 것"이라며 "대규모 인사가 이뤄진다면 이재용 부회장 체제가 더 강화되는 것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평가했다.
◇ 현대차·SK·LG, 변화폭 적을듯
현대차그룹은 이미 수시인사를 단행해 일부 계열사 사장이 교체된 상태다. 특히 최한영 현대차 부회장, 설영흥 현대차 부회장, 박승하 현대제철 부회장 등 기존 부회장들이 퇴진하며 새로운 인사로 채워진 상태다.
현대차와 기아차 재경본부장을 맡던 이원희 부사장과 박한우 부사장도 각각 사장으로 승진했다. 환율과 경쟁심화 등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 조치다. 이에 따라 사장단 인사 폭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SK그룹 역시 사장단 변화폭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최태원 회장의 부재가 이어지고 있고, 수펙스추구협의회 중심으로 경영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주요 CEO들이 자리를 유지할 것이란 예상이다.
다만 SK하이닉스를 제외하고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등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이 부진했던 만큼 임원 인사폭은 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달 열린 CEO세미나에서 현재 경영상황에 대해 심각한 위기라는 진단을 한 만큼 조직개편과 인적쇄신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LG그룹도 사장단 인사폭은 작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정기인사에서 전자부문 사장단을 교체한 만큼 추가적인 수요는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계열사 전반적으로 올해 실적이 나쁘지 않은 만큼 다른 그룹들에 비해선 전체적인 분위기가 좋은 것으로 보인다.
◇ 현대중공업 이미 칼바람..한화도 예고
최악의 실적을 기록중인 현대중공업은 이미 대규모 인사를 통해 최고경영자를 교체했고, 임원 상당수를 정리한 상태다. 포스코 역시 3월에 실시하던 정기인사를 앞당기기로 했다. 대내외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만큼 선제적인 대응에 나서기 위한 차원이다.
그룹 경영기획실장이 교체된 한화그룹 역시 대규모 인사와 조직개편이 예고되고 있다. 한화그룹은 금춘수 신임 경영기획실장 임명 당시 "전반적인 조직 개편과 인적 쇄신 등의 대대적인 변화와 혁신을 본격 추진하기에 앞서 그룹 경영기획실장을 먼저 교체했다"고 인사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정기인사는 어느 해보다 분위기가 좋지 않다"며 "대부분 기업들이 실적부진에 빠진 상황이라 인사를 통해 이를 타개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겠냐"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