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학사들이 상반기 국제유가의 하향 안정화 수혜를 톡톡히 볼 것으로 전망된다. 주력 제품인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 가격-나프타 가격) 확대되면서 마진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에틸렌은 산업에서 많이 쓰이는 물질의 원료여서 ‘산업의 쌀’로 불린다. 산소를 넣으면 비누나 샴푸 등을 만드는 계면활성제의 원료가 되고, 염산 및 염소와 반응하면 EDC(에틸렌 다이클로라이드)가 된다. 이는 유기 용매 및 PVC 생산 때 사용되는 비닐 클로라이드를 만들 때 이용되기도 한다.
특히 폴리에틸렌(PE)은 핸드폰 보호 필름과 각종 포장지, 독성이 없는 플라스틱 용기 등 다양한 곳에 사용된다. 경기가 살아날수록 관련 제품들의 생산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에틸렌 수요가 많아진다.
에틸렌 스프레드는 에틸렌의 원료인 나프타 가격과 에틸렌 가격 차이를 뜻한다. 최근 에틸렌 스프레드가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은 국제유가가 하향 안정화되면서 나프타 가격이 떨어진 것이 가장 큰 이유다.
23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나프타 가격은 톤당 588달러, 에틸렌 가격은 1431달러로 스프레드는 843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6월과 비교하면 에틸렌 가격은 0.1% 상승해 변동폭이 적었던 반면 나프타는 39.7% 하락했다.
이에 따라 LG화학과 롯데케미칼 등 주요 석유화학사들의 2분기 실적은 전 분기에 비해 큰 폭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LG화학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4958억원으로 기존 추정치(4439억원)보다 519억원 웃돌 것으로 보이고, 롯데케미칼 역시 예상 영업이익이 4306억원에 달해 2011년 1분기 후 최대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저가 원료 투입과 함께 에틸렌과 PE 등 스프레드 강세가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LG화학 관계자는 "저유가로 나프타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해 이례적으로 스프레드가 크게 상승했다"며 "이로 인해 에틸렌은 물론 HDPE(고밀도 폴리에틸렌)와 LDPE(저밀도 폴리에틸렌) 등 다운스트림 제품 마진도 늘어 화학업계 전반적으로 이익이 늘었다"고 말했다.
▲ 대륙 별 에틸렌 가격 추이(좌) 및 아시아 에틸렌 생산설비 정기보수 일정(자료: 유안타증권) |
하지만 하반기에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유럽과 아시아 지역의 에틸렌 가격은 급등하는 반면 미국은 하락하고 있어 대륙별 가격 차이가 커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가격이 싼 미국의 에틸렌이 아시아 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더해 상반기 아시아 지역의 에틸렌 생산설비 정기보수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 생산량이 늘고 있으며, 오는 6월부터 유럽의 에틸렌 설비도 정상 가동에 들어간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김은진 한국화학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최근 에틸렌 제품 가격의 상승은 투기세력에 의한 단기적인 현상일 가능성도 있다”며 “에틸렌 스프레드의 상승세와 화학사들의 실적 개선이 하반기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