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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구조조정]①믿는 중국에 발등 찍혔다

  • 2015.09.17(목) 10:11

범용 제품 중심.. 중국 의존도 높아 경쟁력 약화
과감한 구조조정 필요성 대두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의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상반기 시황 호조를 통해 일시적인 실적개선이 이뤄졌지만 글로벌 경기침체와 주요 수출국인 중국이 자급률을 높이면서 수출길은 갈수록 험난해지고 있다. 업계에선 자체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석유화학산업의 위기 상황과 구조조정이 필요한 제품, 경쟁력 강화 방안 등을 알아본다. [편집자]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1990년대부터 중국 수출에 의존해왔다. 국내 기업들은 진입장벽이 낮은 범용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설비를 늘렸고 중국 시장을 집중 공략했다.

 

그 사이 중국의 자급률이 높아졌고, 중동과 인도에서 경쟁사들이 속속 석유화학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국내 기업들에게 위기가 닥쳐오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대응은 미흡했다. 여전히 국내 석화기업 매출의 70%는 범용 석유화학 제품이 차지하고 있는 반면 부가가치가 큰 신사업의 비중은 낮은 상태다.

 

특히 올해 하반기 들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경제성장률 둔화와 글로벌 경기침체, 국제유가 하락 등이 맞물리며 석유화학제품 수출량이 급감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연초부터 지난달까지 석유화학제품의 누적 수출액은 260만1600달러로 전년에 비해 19.9% 감소했다.

 

◇ 중국에만 기댔던 것이 문제

 

국내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이 약화된 가장 큰 원인은 중국의 경제성장에만 기대 공격적으로 생산설비를 늘렸던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실제 1992년 국내 석유화학 제품의 총 수출액 가운데 중국의 비중은 29.8% 수준이었으나 2000년 들어 43.6%로 급증했고, 최근에는 50%를 웃돌고 있다. 또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중국 경제의 고공행진에 힘입어 석화제품 수익이 급증하자 국내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증설, 생산량을 늘려나갔다.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석유화학제품의 기초유분인 에틸렌의 국내 생산량은 2004년 596만1000톤에서 지난해 824만8000톤으로 38% 이상 증가했다.

 

▲ 자료: 한국석유화학협회

 

한국산업연구원은 “중국이 세계 최대 규모의 석유화학제품 수입국이고, 우리나라와는 지리적으로도 가깝다”며 “운송이 어려운 제품 특성이 있고, 글로벌 공급과잉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중국을 대체할 만한 시장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황은 급변했다. 중국 기업들이 화학제품 생산설비를 늘리면서 자급률이 높아졌고, 수입을 점차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 경제성장이 둔화하며 석화제품 수요도 감소하고 있다.

 

중국은 석탄을 기반으로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올레핀 계열 제품을 생산하는 CTO(Coal to Olefin)와 메탄올을 통해 만드는 MTO(Methanol  to Olefin) 프로젝트를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현재 CTO와 MTO 각 3기가 가동 중이고, 2018년에는 CTO 40기, MTO 20기 등 1700만톤에 달하는 에틸렌 생산능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의 석유화학 기업들도 풍부한 원료와 자본력을 바탕으로 설비투자를 지속하고 있고, 아시아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도 국내 기업들에게는 위협요소다. 석유화학산업의 구조조정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 선제적 구조조정 필요

 

 

중국은 조만간 늘어난 석유화학제품 생산량을 바탕으로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또 북미의 셰일가스 기반 석유화학 증설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돼 국내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국내기업 간 자율적이면서 과감하고 신속한 M&A 등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갖추고, 관련 기업 수를 줄여 과당경쟁을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허수영 한국석유화학협회 회장(롯데케미칼 사장)은 “중국의 신증설 등 어려움이 예상돼 상황에 따라 대처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 구조조정은 자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자율적인 구조조정이 쉽진 않지만 업계 공멸을 막기 위해서는 시급히 단행돼야 한다"며 "특히 PTA 등 합성섬유 제품의 구조조정은 시급한 상황이고, 올레핀이나 아로마틱 계열 제품 역시 범용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로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기업들의 대응도 본격화되고 있다. LG화학과 한화종합화학, 한화케미칼, 롯데케미칼, SK종합화학, 여천NCC, 효성 등으로 구성된 ‘석유화학 경쟁력 강화 민간협의체’는 제품 원료인 나프타 공동구매와 부산물·유휴설비 및 저장시설 등 공유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범용 제품 생산을 축소하며 구조조정을 시행하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미츠비시 케미칼은 지난해 5월 에틸렌 생산설비 1기의 가동을 중단했고, 스미토모화학도 올해 41만5000톤 규모의 설비를 멈췄다. 이로 인해 2013년 기준 일본의 에틸렌 생산설비는 721만톤 규모에서 2016년 674만톤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민간협의체 한 관계자는 “일본 기업의 경우, 범용 제품을 기반으로 한 석유화학산업은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일찌감치 파악하고 선제적 구조조정에 들어갔다”며 “국내 기업들도 경쟁력이 없는 사업은 정리하고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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