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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제품 수출 '가시밭길'

  • 2015.09.04(금) 13:51

세계 에너지 시장 탈(脫)석유화 가속화
석유화학제품 아시아 시장 경쟁 치열

올 들어 국내 석유 및 석유화학제품 수출액이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특히 주요 수출국인 대중국 수출이 부진의 늪에 빠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8월 20일 기준 국내 석유제품(경유, 휘발유, 등유, 항공유 등) 및 석유화학제품 누적 수출액은 각각 227억2000만 달러, 260억2600만 달러로 전년보다 40.3%, 19.8% 감소했다.

 

석유 및 화학제품 수출액의 감소는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이 크다. 제품의 원료인 원유가격이 떨어지면서 판매가격 역시 동반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수출물량은 전년수준을 유지했지만 수출액은 크게 줄었다.

 

이에 더해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 석유제품의 의존도가 꾸준히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주요 수출국인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및 석유화학제품 자급률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돼 상황은 비관적이다.

 

◇ 석유산업 기반 취약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던 국제유가가 50달러 선까지 급락했음에도 석유수요의 정체는 물론 글로벌 경제의 회복세도 주춤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세계 석유수요 증가율은 저유가에도 불구하고 1.5% 수준에 머물고, 내년에는 이보다 낮은 1.2% 선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함께 IMF의 글로벌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3.8%(지난해 10월)에서 3.5%(올해 4월), 3.3%(올해 7월)로 하향 조정되고 있어 유가하락에 따른 부양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환경규제 강화와 신재생에너지의 등장으로 석유 의존도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 세계 경제의 석유의존도 하락 현상(GDP 100만 달러당 투입되는 석유량, 단위: 배럴, 출처: LG경제연구원)

우리나라 석유제품 수출은 경유 40%, 항공유 20%, 휘발유 15%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들은 모두 자동차 연료 등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만큼 이에 대한 의존도가 떨어지면 석유산업 기반이 흔들리게 된다.

 

또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6~7% 수준으로 떨어졌고, 제조업 및 투자 주도형 성장에서 서비스업과 소비 중심으로 경제구조가 변화하고 있는 것도 석유제품 수요의 둔화를 가져오는 요인이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중국 경제 구조의 변화와 함께 환경문제 등의 이유로 중국 정부는 탈 석유화 정책을 지향할 가능성이 크다”며 “중국을 대신해 석유 등 각종 자원 소비를 급증시킬 수 있는 거대 신흥국도 당분간 나타나긴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탈 석유와 새로운 에너지 부상은 발전과 수송을 비롯한 다양한 산업의 구조와 판도를 바꿀 압력으로 작용하고, 이 같은 변화의 속도가 예상보다 빠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과 인도 등에서 원유 정제설비가 늘고 있다는 점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그 만큼 시장에 공급되는 양이 늘어나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어서다.

 

중국의 정제용량은 2000년 하루 540만7000배럴에서 지난 2013년 1259만8000배럴로 133% 증가했고, 같은 기간 인도 역시 221만9000배럴에서 431만9000배럴로 95% 가량 늘었다. 이로 인해 중국과 인도는 석유제품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 자료: BP

 

이에 따라 국내 정유사들은 중장기적으로 원유 도입처를 다양화해 원가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정치적 이슈로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는 것이 어렵다”면서도 “향후 러시아산 원유를 국내로 들여와 석유제품을 생산하고, 이를 수출한다면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석유화학제품도 위기

 

석유제품은 물론 원유에서 생산되는 화학제품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석유화학 시장의 경우 중국과 함께 중동 국가들이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 산유국들은 프로필렌과 BTX(벤젠·톨루엔·자일렌)계 유화제품을 집중적으로 키우고 있다. 특히 이들은 풍부한 원료와 자금력을 바탕으로 석화제품 설비투자를 늘려 경쟁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또 경제성장이 둔화되면서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을 키우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위험요소다. 중국의 국영석유회사 시노펙(Sinopec)은 정부의 울타리 안에서 전국적인 판매망을 확보하고 생산관리 능력을 키우며 자국시장에 대한 지위를 강화하고 있다.

 

결국 기술력을 강화해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하고, 다양한 시장을 확보해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 상황이다.

 

산업연구원은 국내외 석유화학산업 현황과 전망 보고서를 통해 “국내 석유화학사들은 가격경쟁력보다 기술경쟁력이 더 중시되는 고기능성 스페셜티(강도와 탄성, 내충격성 등이 뛰어난 고부가가치 화학제품) 화학소재 위주로 사업구조를 바꿔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정부도 R&D 세제 감면과 시험평가센터 설립 등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과도하게 높은 중국 수출 의존도를 낮추고, 동남아 등 신흥시장을 공략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며 “특히 아세안(ASEAN) 시장은 부존자원이나 인구 규모 등을 고려하면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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